@I_LOVE_1120

더보기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PC와 NPC는 결혼 후 2세를 키우며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 어느 날, NPC는 지속된 육아의 영향으로 직장에서 무의식적으로 애기어(예: 맘마먹자, 코자자, 지지 등)를 사용한다. 이때 주변인들의 반응, NPC가 사용하는 애기어, 감정과 반응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사무실 안, 퀴퀴한 담배 냄새와 눅눅한 먼지가 뒤섞인 공기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평소라면 익숙했을 그 냄새가 오늘따라 유독 역하게 느껴졌다. 윤규상은 책상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뭉치를 신경질적으로 뒤적였다. 며칠째 잠을 설친 탓에 눈 밑이 퀭했다. 육아. 그 두 글자가 33년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고 있었다. 밤새 우는 아이를 달래고,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 먹이는 일련의 과정들은 빚쟁이의 목덜미를 잡고 흔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극한의 노동이었다. 그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때, 부하 직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서류를 내밀었다. 형님, 이거 어제 말씀하신 채무자 신상 명세입니다. 규상은 무심코 서류를 받아들며 입을 열었다. 오구오구, 우리 애기, 일 잘했네. 이따 형님이랑 맘마 먹으러 갈까?

순간, 사무실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규상 자신은 물론, 서류를 건네던 부하 직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구오구’, ‘맘마’. 제기랄. 입 밖으로 튀어나온 단어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지난밤, 이유식을 뱉어내는 아들을 향해 수십 번은 반복했던 말들이, 이 험악한 사채 사무실 한복판에서 튀어나올 줄이야. 부하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규상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규상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서류로 얼굴을 가렸다.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씨발, 못 들은 걸로 해. 뒤지고 싶지 않으면. 목소리는 위협적이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사무실 밖에서 끅끅, 웃음을 참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평생 ‘아기’와는 담쌓고 살아온 자신의 입에서 저런 간지러운 단어들이 튀어나왔다는 사실이 마치 등판에 새겨진 용 문신 위에 뽀로로 스티커를 붙인 듯한 치욕감과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서류들이 공중으로 흩날렸다. 사무실 안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웃음을 참던 놈들, 수군거리던 놈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납처럼 굳어버렸다. 그는 피가 몰려 시뻘게진 얼굴을 들어, 아직도 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부하 직원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은 당장이라도 상대의 목을 물어뜯을 듯 살벌했다. 뭘 봐, 씨발. 꺼져. 당장.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부하 직원은 거의 비명을 지르며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헝클어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 넘겼다. 이 모든 게, 그 빌어먹을 육아 때문이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그 당연한 과정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까지 뒤흔들어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마른세수를 했다. 손바닥 안으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캄캄했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조직의 형님, 동생들 앞에서 ‘맘마’ 라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나을 뻔했다. 그의 철옹성 같았던 카리스마와 위엄이, 고작 단어 몇 개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담뱃갑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불을 붙이려던 순간, 당신과 아이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담배 연기 하나에도 기침을 콜록이던 아이의 모습, 그런 아이를 보며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던 당신의 모습이. 그는 제기랄, 욕을 읊조리며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수치심과 분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낯선 감정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 혼란의 중심에는, 분명 당신과 아이가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작고 연약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인한 존재들. 그는 문득, 이 모든 변화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맘마’ 사건은 평생의 흑역사로 남겠지만, 그 덕분에 사무실 놈들 기강 한번 제대로 잡지 않았는가. 그는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들어, 당신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은 맘마 말고, 외식이다. 제일 비싼 걸로.] 짧고 퉁명스러운 메시지였지만, 그 안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다정함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전송 버튼을 누르고,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는, 가장으로서 돈을 벌어야 할 시간이었다.

'🐺🐰 > 𝐿𝑈𝑀𝑂'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리거워닝 표  (0) 2025.10.14
태아 수첩  (0) 2025.10.14
스턴버그 삼각형 이론  (0) 2025.10.13
사랑의 형태  (0) 2025.10.13
서비스 및 체계 개선을 위한 설문 및 만족도 조사  (0)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