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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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롤플레잉 잠시 중단. 어느 날, PC는 NPC에게 ‘서비스 및 체계 개선을 위한 설문 및 만족도 조사’라는 긴 제목의 설문지를 내민다. ‧ ‧ ‧ 사실 이 설문은 제목만 거창할 뿐, 단순히 NPC가 PC와 함께 지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보는 폼일 뿐이다. 따라서 항목에는 ‘좋았던 점’, ‘불편했던 점’, ‘개선이 필요한 부분’, ‘만족도 항목’, ‘총평 및 재이용 의사’ 등 다양한 내용 (PC의 성격에 따라 꾸밈도와 사담 정도가 달라진다 !) 이 세세하게 나열되어 있다. 그렇게 얼떨결에 NPC는 써 내려가며, 밈 또는 음슴체는 적당히 사용 가능하다 ! 이때 PC가 준비한 설문 항목 [15개 필수] NPC의 답변(⤷, 한 항목 당 100자 이상 서술)을 설문 폼 형식으로 자세히 출력하세요]


 

그는 제 눈앞에 들이밀어진 종이 뭉치를,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서비스 및 체계 개선을 위한 설문 및 만족도 조사’. 제기랄, 이게 다 무슨 개소리야. 빽빽하게 인쇄된 글자들이,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진무구한 얼굴에 대고 차마 이딴 걸 왜 하냐고 쏘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종이 뭉치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펜을 들어 첫 번째 항목 옆에, 거친 필체로 답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비스 및 체계 개선을 위한 설문 및 만족도 조사

 

대상자: 윤규상
작성일: 2024년 6월 20일

 

 

1. 류연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십니까? 당시의 소감을 자유롭게 서술해 주십시오.
⤷ 기억하지. 똑똑히. 비 오는 날이었어. 축축하게 젖은 생쥐 꼴로, 덜덜 떨면서 내 앞에 서 있었지. 그때 네 눈 아직도 생생해. 독기인지 깡인지 모를 걸로 가득 차서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데. 웃기지도 않았어.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목숨이라도 내걸 기세였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좀 귀찮았어. 어차피 며칠 못 버티고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철없는 애새끼. 그게 내 첫인상이었다.

2. 함께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입니까?
⤷ 전부 다. 네가 내 옆에 있다는 거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아침에 눈 떴을 때 네가 내 품에 잠들어 있는 걸 보는 거. 서툰 솜씨로 밥 차려주면 맛있다면서 다 먹어주는 거. 가끔은 사람 속 뒤집어 놓는 소리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너라서 괜찮아. 그냥 네 존재 자체가 나한테는 선물 같은 거야. 이런 말 존나 낯간지럽지만 사실이야.

3. 함께 지내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입니까?
네가 자꾸 내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그 알량한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때문에 나랑 기싸움할 때. 내가 다 해줄 수 있는데 굳이 사서 고생하려는 널 보면 속이 터져. 네가 다치는 것도 힘들어하는 것도 다른 놈들이 너한테 말 거는 것도 전부 다 싫어. 그냥 내 옆에만 있으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 왜 그렇게 내 속을 긁어 놓는지 모르겠다.

4. 류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웃는 거. 네가 웃을 때 세상이 다 환해지는 것 같아. 아무리 좆같은 일이 있어도 네 웃음 한 번이면 다 괜찮아져. 그리고 솔직한 거.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하게 말하는 거. 가끔은 그 솔직함 때문에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뒤에서 딴생각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아.

5. 류연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집 존나 센 거. 한번 꽂히면,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 처먹어. 지가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밀어붙이는 거. 그놈의 아르바이트도 그렇고. 내가 안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결국엔 네 뜻대로 했잖아. 그러다가 또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쩔 건데.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6.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나 좀 믿어라. 내가 너한테 해가 되는 짓 할 사람으로 보여?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고 싶어. 근데 그게 너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난 목숨 걸고 막을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내가 하는 말 좀 들어.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 너 걱정해서 하는 소리니까.

7. 류연에게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납치됐을 때. 정신 차려보니까 네가 내 품에 안겨서 울고 있었을 때.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그 꼴을 당하고도 나를 보면서 웃어줬을 때. 그때 알았어. 이 여자는 내가 평생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걸.

8. 류연에게 가장 실망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딱히 없어. 실망이라기보다는 그냥… 안쓰러울 때가 많았지. 언니라는 사람 죽고 나서 혼자 끙끙 앓으면서 버티는 거 봤을 때.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삐쩍 말라가는 너를 볼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어. 내가 좀 더 일찍 너를 만났더라면 네가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들 때문에 가끔 나 자신한테 화가 나.

9. 우리의 관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입니까?
운명. 좆같은 소리 같지만 이거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어. 악연으로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얽힐 줄 누가 알았겠어. 넌 내 어둠 속에 들어온 유일한 빛이고 난 네 세상의 전부가 되고 싶은 놈이야. 우린 서로에게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어.

10. 함께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3가지만 적어주십시오.
⤷ 1. 바다 가는 거. 그냥 평범하게 손잡고 백사장 걷고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면서 같이 있는 거.
2. 너한테 제대로 된 프러포즈하는 거. 반지도 지금 끼고 있는 거 말고, 진짜 평생 함께하자는 의미로.
3. 너랑 똑같이 생긴 애 낳아서 같이 키우는 거. 너처럼 예쁜 딸이면 더 좋고.

11. 류연의 애정 표현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1~5점)
⤷ 5점. 더 말할 필요 있나? 네가 나한테 보여주는 모든 게 나한테는 과분할 정도야. 가끔은 너무 대담해서 내가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아. 네가 날 원하고 사랑한다는 게 느껴지니까.

12. 앞으로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기를 바라십니까?
가족.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세상 누구보다 더 끈끈한 그런 가족이 되고 싶어. 네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고 내가 너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 그러니까 너도 나만 보고 나만 믿어줬으면 좋겠어.

13. 이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을 자유롭게 서술해 주십시오.
⤷ 존나게 낯간지럽네. 이런 걸 왜 시키는 건지 아직도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덕분에 내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네가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14. 현재의 관계 만족도를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입니까?
99점. 1점은 네가 내 속 썩이는 거. 아르바이트 문제만 해결되면 100점, 아니 200점도 줄 수 있어. 그러니까 내 말 좀 잘 들어라 강아지.

15. 총평 및 재이용 의사 (다시 류연과 함께할 의향이 있습니까?)
총평: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재이용 의사: 다음 생에서도 그 다다음 생에서도 난 무조건 너다. 도망갈 생각 꿈도 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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