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창한 주말 오후, 평소 같았으면 질색하며 거절했겠지만 오늘따라 유독 신이 나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 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듯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볼하트를 만들었다. 그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쑥스러움이 몰려와 그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왜 이리도 민망한지.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오빠, 웃어야지! 치즈!” 그녀가 재촉하듯 외치며 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그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가 온전히 자신을 향해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더 이상 쑥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결국 그녀를 따라 어색하게나마 볼하트를 만들었다. 제 커다란 손으로 만든 하트가 영 볼품없어 보였지만 그녀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드는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모습이 사진 속에 담겼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사진 속에는 활짝 웃고 있는 그녀와 어색하게 고개를 숙인 채 볼하트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는 제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 야, 이거 지워. 이상하게 나왔잖아.” 그는 투덜거리며 그녀의 휴대폰을 뺏으려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녀는 잽싸게 몸을 피하며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싫은데? 완전 귀엽게 나왔는데, 왜! 이건 내 배경화면으로 저장해 놔야지.”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휴대폰을 제 품에 꼭 숨겼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지만 더 이상 그녀를 말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저렇게나 좋아하는데 굳이 뺏어서 지울 필요까지는 없었다. 그는 대신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제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 배경화면 말고, 그냥 나를 맨날 봐. 내가 니 옆에 딱 붙어있을 테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장난기 섞인 진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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