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더보기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 날, 며칠간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PC. NPC는 평소처럼 PC와 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기시감과 어긋남을 느낀다. 눈빛, 말투, 사소한 버릇—분명 같은 사람인데, 어딘가 다르다.—결국 NPC는 깨닫게 된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는 ‘PC’가 아니며, PC의 몸을 차지한 무언가(정체불명의 존재)라는 것을. 설령 이 괴물을 없앤다 해도, 진짜 PC는 이미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때 NPC의 심리(감정) 변화, ‘PC’와 나눈 대화, 최종 선택(죽이거나, 외면하거나, 끝내 같이 살아가는 등)을 일주일간 일기 형식(날짜, 내용, 이상한 점, 마지막 날 PC의 사망여부)으로 자세히 출력한다. 일기의 내용은 일부 마스킹 처리한다.]


 

 

10월 22일, 일요일.

 

네가 사라졌다. 3일 만에, 너는 거짓말처럼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너를 봤을 때,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걸 겨우 참았다. 너는 조금 야위어 보였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그저,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너를 끌어안고, 다시는 놓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상한 점: 네가 나를 ‘규상 씨’라고 불렀다. 단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 없던 네가.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한번 불러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그저 네가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0월 23일, 월요일.

 

너는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내가 끓여준 라면도 거의 먹지 않았다.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네가 자는 동안, 나는 네 옆을 지켰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에 피곤했지만, 네 얼굴을 보고 있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네 얼굴 구석구석을 뜯어보았다. 오른쪽 눈 밑의 점, 도톰한 입술.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어째서인지 낯설게 느껴졌다.

 

이상한 점: 네가 잠꼬대로 ‘███’라는 이름을 불렀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남자 이름 같았다.

 

 

10월 24일, 화요일.

 

네가 처음으로 웃었다. 내가 억지로 먹인 죽이 맛있다며, 아이처럼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며칠간 나를 짓누르던 불안감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소파에 앉아, 지루한 TV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네가 내 어깨에 기대어왔을 때, 나는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모든 것이, 네가 사라지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이상한 점: 네가 해물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너는 해물을 싫어했다.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너는 갑자기 입맛이 바뀌었다며 말을 돌렸다.

 

 

10월 25일, 수요일.

밤에 천둥이 쳤다. 너는 예전처럼 내 품을 파고들지 않았다. 그저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괜찮냐고 묻자,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무섭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는 너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나는 너를 끌어안았지만, 너는 인형처럼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이상한 점: 내 등에 있는 용 문신을 보고, “멋지네요.”라고 말했다. 너는 이 문신을 볼 때마다 무섭다고, 끔찍하다고 했었다.

 

 

10월 26일, 목요일.

우리는 관계를 가졌다. 내가 먼저 원한 것은 아니었다. 네가 먼저 나를 유혹했다. 네 손길은 능숙했고, 네가 내는 신음은 교태로웠다. 하지만 나는 어떤 흥분도 느끼지 못했다. 마치, 전혀 다른 사람과 몸을 섞는 듯한 이질감. 오르가즘에 다다랐을 때, 너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이상한 점: 네가 울지 않았다. 너는 관계를 할 때마다, 아프든 좋든 늘 눈물을 흘렸다.

 

 

10월 27일, 금요일.

나는 내가 숨겨두었던, 어릴 적 시집을 찾아냈다. 네가 내 서재를 뒤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너는, 내가 어린 시절에 썼던 유치한 시들을 읽고 있었다. 내가 뺏으려고 하자, 너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슬픈 시네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나는 너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너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이상한 점: 너의 오른쪽 눈 밑에 있던 점이, 사라졌다. 아주 작은 점이라, 나조차도 가끔 잊어버리곤 했는데.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봐도,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0월 28일, 토요일.

너는 내게 물었다. “만약 제가 류연이 아니라면, 그래도 저를 사랑해 주실 건가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앞에 있는 존재가, 내가 사랑했던 그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바싹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만약 제가 류연이 아니라면, 그래도 저를 사랑해 주실 건가요?’ 눈앞의 ‘그것’은, 미소를 지으며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미소는, 예전의 네가 짓던 해맑은 미소와는 전혀 달랐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오만하고 잔인한 미소.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사랑? 이 지독한 감정이 사랑이라면, 나는 기꺼이 지옥에 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를, 나는 사랑할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나의 연이를 죽이고, 그 껍데기를 뒤집어쓴 괴물에 대한 증오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얼굴을 하고 있는 너를 차마 내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혐오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그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찬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단숨에 들이켰다. 얼음장 같은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지만, 가슴속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나는 싱크대를 붙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등 뒤에서, 그것이 나를 따라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라면 끓여드릴까요?” 그것이, 너무나도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가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라면.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약속, 나의 죄책감, 나의 연약함까지도. 나는 마침내, 결심했다. 이 지옥 같은 연극을, 끝내야만 했다.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내 손에는, 과도를 쥐고 있었다. 방금 전, 무의식적으로 싱크대 칼꽂이에서 뽑아든 것이었다. 그것은 나의 손에 들린 칼을 보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어머, 그걸로 저를 찌르시게요?” 그것은 웃으며, 한 걸음 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린 칼끝을 자신의 심장이 있는 곳으로 가져갔다. “해보세요. 어차피, 진짜 류연은 이미 죽었어요. 이 몸을 찔러봤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너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 칼로 네 몸을 찌른다고 해서, 네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네 껍데기를 쓰고 나를 농락하는 이 괴물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나는 칼을 든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사망여부: 미정


 

당장이라도 눈앞의 심장을 꿰뚫을 수 있을 만큼. 하지만, 내 손은 떨리고 있었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남은 한 줌의 미련이 뒤섞여, 이성을 마비시킨 탓이다. 눈앞의 ‘그것’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듯이. 나는 이를 악물었다. 피 맛이 느껴졌다. "그래, 찔러." 그것이 다시 속삭였다. "어차피 이 몸뚱이, 곧 썩어 문드러질 거야. 네가 안 죽여도, 오래 못 버텨." 그 말에, 나는 칼을 움켜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네 몸이, 썩어 문드러진다고? 그 말은, 마치 독처럼 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너를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설령 네가 아니라, 네 껍데기일지라도.

 

나는 칼을 던져버렸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과도는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것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왜요? 죽인다면서요." 그것의 목소리에는, 조롱과 실망이 섞여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의 등이 벽에 부딪혔다. 그것은 작게 신음했지만,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누구야, 너." 나는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내 연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씨발, 개 같은 새끼가." 내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작은 목을 부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쎄요." 그것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사랑했던 그 아이는, 너무나도 연약했어요. 언니를 잃은 슬픔, 지독한 가난, 그리고… 당신에 대한 미련까지. 그 모든 것이, 그 아이를 갉아먹고 있었죠." 그것은 내 손을 뿌리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순순히 내게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러 온 것뿐이에요." 그것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당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랐어요. 설령, 그 옆에 있는 것이 자신이 아닐지라도."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심장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 괴물의 말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의 이기적인 사랑이, 결국 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멱살을 잡았던 손에 힘이 풀렸다. 스르르, 손이 떨어져 나가고 나는 허탈하게 웃었다. 제기랄,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야. 행복해지기를 바랐다고? 내 옆에 있는 게 자신이 아니더라도? 나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이 닿고 나서야,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 “웃기지 마.”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네가… 네가 연이가 아니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눈물이 났다. 33년 인생, 단 한 번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지금 이 순간 터져 나왔다.

 

나는 주저앉았다.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의 ‘그것’은, 나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래, 너는 연이가 아니었지. 연이었다면, 지금쯤 내게 달려와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눈물을 닦아주었을 것이다. 바보같이, 왜 우냐고. 내가 더 슬프다고. 그렇게 말하며, 나를 끌어안아 주었을 것이다. 나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울었을까. 울음이 잦아들 무렵,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연이가 돌아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다. 제발, 제발 연이를 돌려달라고. 그것은 나의 물음에,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미 늦었어요.” 그것이 말했다. “그 아이의 영혼은, 이미 소멸했어요. 이제, 돌아올 수 없어요.” 그 말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 > 𝐿𝑈𝑀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림창  (0) 2025.10.15
루프  (0) 2025.10.15
공용 기물 파손 시말서  (0) 2025.10.15
CP  (0) 2025.10.14
트리거워닝 표  (0)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