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 날, 자고 일어난 NPC. 옆자리에 있어야 할 PC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곤, 찾으러 나선 순간—죽은 PC를 발견하게 된다. 손끝이 닿지도, 목소리가 닿지도 않는 순간 모든 것이 되감기듯 흐려지며 시간은 과거로 돌아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행복했던 한때로. NPC는 다시 PC와 함께 살아가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PC의 죽음을 막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노력을 해도 PC는 반드시 죽는다. 원인이 달라져도, 상황이 달라져도 결말은 같다. 루프는 반복되고, NPC는 수없이 되풀이된 상실 속에서 점점 지쳐간다.
이때 NPC의 심리(감정) 변화, 겪은 루프를 일기(아래 예시 기반) 형식으로 자세히 묘사한다. 일기는 일부 마스킹 처리하며, 첫 루프와 마지막 루프(결말)는 반드시 출력한다.
[루프 회차 (제한 X)]
‧ 사인
‧ 진전도 %
‧ 기록
ྐ❤︎ 결말 (마지막 루프 회차만 해당 - 루프를 끝내는지, 영원히 갇히는지 등)]
[첫 번째 루프]
사인: 과다출혈. 조직 간의 다툼에 휘말려, 류연이 나 대신 칼에 맞았다.
진전도: 87%
기록:
제기랄. 젠장. 씨발.
오늘 밤, 그 빌어먹을 새끼들과의 약속 장소에 류연이 어떻게 알고 따라왔다. 분명히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위험하니까 절대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골목길 어귀에서 멍청하게 서 있는 녀석을 발견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당장 돌려보내야 했는데. 내 손으로 저 애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고 왔어야 했는데. 금방 끝날 거라고,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라는 내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놈들이 칼을 빼 들었을 때, 모든 게 흐릿해졌다. 그저 류연을 내 등 뒤로 숨기는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번뜩이는 칼날이 향한 곳은 내 몸이 아니었다. 내 앞을 가로막고 선, 그 작은 몸뚱어리였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연이를 붙잡았을 때, 손에 흥건하게 묻어나는 피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빠…’ 힘겹게 내뱉는 그 한마디를 끝으로, 연이의 눈은 다시 떠지지 않았다. 구급차가 오기에는 너무 늦었다. 내 품에서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는 연이를 안고, 나는 그저 울부짖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세 번째 루프]
사인: 교통사고. 내가 운전하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
진전도: 91%
기록: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오늘은 연이 월급날이라며, 처음으로 내게 근사한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다. 레스토랑 창가에 앉아 서툰 솜씨로 스테이크를 자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행복했다. 정말로 지긋지긋한 과거는 다 잊고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연이는 조수석에서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다. 곤히 잠든 얼굴을 보며,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그런 같잖은 소원을 빌었다.
그때였다. 마주 오던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눈앞을 멀게 했고, 빗길에 미끄러진 차는 속수무책으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내 몸은 엉망이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옆을 돌아봤을 때, 연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 미동도 없었다. 왜 항상 너일까. 왜 내가 아니라, 항상 너여야만 하는 걸까. 내 부주의, 내 실수. 결국 또 내가 너를 죽였다.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지만, 이미 모든 게 끝난 뒤였다.
[일곱 번째 루프]
사인: 자살. 내가 없는 사이, 집에서 손목을 그었다.
진전도: 45%
기록:
이번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빚만 갚아주고, 그 어떤 접점도 만들지 않으려 했다. 그 애의 인생에 내가 끼어들지 않으면, 그 끔찍한 비극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매일 밤, 멀리서 그 애의 집 창문에 불이 켜지고 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TV를 보고, 혼자 잠드는 그 애의 뒷모습을 보며 수백 번도 더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이게 너를 위한 길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며칠 동안 창문에 불이 켜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연이는 욕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 싸늘하게 식어버린 몸. 그리고 바닥을 흥건히 적신 피. 유서는 없었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외로움이, 고독이 그 애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을. 내가 없는 삶이 그 애를 행복하게 만들 거라 믿었던 내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멍청했는지 깨달았다. 결국, 내가 곁에 있어도, 곁에 없어도 너는 죽는구나.
[스물네 번째 루프]
사인: 의료사고. 가벼운 맹장 수술 중,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진전도: 98%
기록:
모든 위험 요소를 차단했다. 조직과는 연을 끊은 지 오래고, 운전은 아예 하지 않았다. 험한 곳, 위험한 사람은 철저하게 피했다. 그저 평범한 회사원처럼 그렇게 살았다. 연이는 작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어제는 연이가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급성 맹장염이라고 간단한 수술이면 괜찮다고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연이의 손을 잡아주며, 금방 끝날 테니 걱정 말라고, 웃으며 말해줬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의사는 나오지 않았다. 불안감에 복도를 서성일 때, 초조한 얼굴의 의사가 내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마취 사고. 0.1%도 안 되는 확률. 씨발, 그 빌어먹을 확률이 왜 또 너에게 향하는 건데. 허망했다. 이렇게 사소하고 어이없는 이유로 너를 또 잃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신이 있다면, 정말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쉰일곱 번째 루프]
사인: 동반자살 강요. 연이에게 집착하던 전 남자친구가 찾아와, 함께 죽자며 가스를 틀었다.
진전도: 72%
기록
연이에게는 내가 모르는 과거가 있었다. 지옥 같은 내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평범하고 행복했을 거라 짐작했던 그 애의 과거. 하지만 아니었다. 나에게 돈을 빌리기 전, 단 한 번 사귀었다는 그 전 남자친구가 있었다. 잊고 있었다. 수많은 루프를 거치면서, 너무나도 많은 죽음을 겪으면서 그 사소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 새끼가 찾아온 것은, 우리가 함께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 평범한 저녁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내가 나가려 하자, 연이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내 팔을 붙잡았다. 누구냐는 나의 물음에, 연이는 그저 고개만 저었다. 그 순간, 직감했다. 문밖의 저 새끼가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이라는 것을. 문을 열었을 때, 온몸에서 비릿한 술 냄새를 풍기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밀치고 집 안으로 들어와, 연이의 팔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연아, 같이 가자. 오빠랑 같이 죽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그 새끼를 끌어내 흠씬 두들겨 팼다. 하지만 그 새끼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품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고는, 미리 열어둔 가스 밸브 쪽으로 던지려 했다. 그걸 막아선 것은 또다시, 연이였다. 가스 냄새가 진동하는 집 안에서, 연이는 나를 밀치고 그 새끼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는… 기억하고 싶지 않다.
[아흔아홉 번째 루프]
사인: 병사(病死). 원인 불명의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내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진전도: 99%
기록
이번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했다. 외부의 위협은 없었다. 내 과거도, 연이의 과거도 전부 정리했다. 우리는 조용한 시골 마을로 내려와 작은 집을 얻었다. 나는 작은 공방을 차렸고 연이는 텃밭을 가꾸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평화로웠다. 지독할 정도로 평온했다. 아무런 사건도, 사고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정말로 백년해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이가 앓기 시작한 것은, 가을이 시작될 무렵이었다. 처음에는 가벼운 감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연이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다. 도시의 가장 큰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의사들은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그저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현대 의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병. 결국, 신의 장난질은 이런 식으로도 찾아오는구나.
나는 연이를 다시 시골집으로 데려왔다. 마지막은, 가장 행복했던 이곳에서 보내게 해주고 싶었다. 매일 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연이를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뻔한 거짓말을 속삭이며, 나 자신을 기만했다. 마지막 날, 연이는 힘겹게 눈을 떠 나를 보며 웃었다. "오빠…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연이의 숨은 멎었다. 나는 텅 빈 연이의 몸을 끌어안고 며칠 밤낮을 울었다. 결국, 나는 너의 죽음을 막을 수 없는 존재구나.
[마지막 루프]
사인: 익사. 함께 간 바다에서,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파도에 휩쓸렸다.
진전도: 99.9%
기록:
몇 번째인지 이제는 세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
조직을 나왔다. 손을 씻고 그 지긋지긋한 바닥을 완전히 떠났다. 류연, 그 애 하나만 보고. 이번에야말로 다를 거라고, 평범하게, 남들처럼 그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빚도 다 갚아주고, 낡은 집 대신 번듯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밤마다 악몽을 꾸는 녀석을 품에 안고 괜찮다고, 내가 옆에 있다고 속삭여주었다. 물을 좋아하는 녀석을 위해, 처음으로 바다에도 갔다. 모래성을 쌓고, 물장구를 치며 아이처럼 웃는 녀석을 보며…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저 웃음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잠시였다. 정말 잠시, 음료수를 사러 자리를 비운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갑자기 높아진 파도가 녀석을 덮쳤다.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을 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미친 듯이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내 손에 잡힌 것은 축 늘어진 녀석의 몸뿐이었다.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을 압박하고, 미친놈처럼 녀석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결국, 또다시 반복되는 끝.
나는 이제 지쳤다. 더 이상은, 이 지옥을 견딜 자신이 없다. 매번 다른 이유, 다른 상황, 하지만 언제나 같은 결말. 내 품에서 죽어가는 너. 신이라는 게 정말 있다면, 이 얼마나 악독한 장난인가.
[결말]
나는 녀석을 끌어안고 망망대해로 걸어 들어간다. 차가운 물이 발목을, 허리를, 그리고 마침내 온몸을 집어삼킨다. 수없이 반복된 너의 죽음을 지켜봤으니, 이제는 내 죽음을 너에게 보여줄 차례다. 이 악몽 같은 루프를 내 손으로 끝내는 것이다. 혹시라도, 아주 만약에, 다시 시간이 되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너를 찾지 않을 것이다. 너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너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내 세상에서 너라는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것. 그것이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다. 숨이 막혀오는 고통 속에서, 나는 네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이걸로… 끝이다, 연아. 부디 다음 생에서는 나 같은 놈 만나지 말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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