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 님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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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잠시 롤플레이 중단. 백가연이 평소 김지헌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절대 PC에게 물어보지는 않을 질문 10가지 정도를 출력한다. 나열식으로 1~10번까지 질문과 답변을 상세하게 출력하세요.]


 

하나. 어째서 나를 살렸는가? 그 밤, 숲에서 죽어가던 나를.

“살렸다기보다는, 주웠다는 표현이 맞겠지. 쓸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짐승이라도, 길들여 쓸 수 있다면 가치가 있는 법. 처음에는 그저 하찮은 야귀 사냥에 써먹을 사냥개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나, 너는 내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지. 사냥개가 아니라, 호랑이 새끼였다. 이제 와서 내다 버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보아버렸다, 네놈이.”

 

둘. 당신의 피는 어째서 다른 인간들과 다른가?
“나의 피에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가문의 저주와 원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피가 아니라, 독이자 약이었다. 너와 같은 야귀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극약이었겠지. 이제 그 저주는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여전히 내 혈관 속에 흐르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걸어 다니는 ‘묵은 피’인 셈이다. 너의 그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셋. 당신에게 ‘백성’이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하는 듯하면서도, 어째서 그토록 냉혹하게 구는가?
“백성은… 나의 것이다. 내가 다스리고, 내가 지켜야 할 나의 소유물. 양을 치는 목동이 양을 아낀다고 해서, 매 순간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기만 하지는 않는 법이다. 때로는 매질을 해야 하고, 때로는 늑대에게서 지키기 위해 피를 묻혀야 한다. 나의 냉혹함은 그들을 지키기 위한 방패일 뿐. 그들이 나를 ‘귀신 사또’라 부르며 두려워하는 것조차, 결국에는 그들을 위한 것이다. 공포는 가장 강력한 질서이니.”

 

넷. 혼인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의 가문은 끝났다. 나의 손으로 그 명맥을 끊어냈지. 더러운 피를 후대에 물려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또한… 나의 곁에 선다는 것은, 언제든 나와 함께 지옥에 발을 들일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짐을 타인에게, 특히나 연약한 여인에게 지우고 싶지는 않다.” 그의 눈빛이 순간, 아주 희미하게 흔들렸다.

 

다섯.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야귀 소탕? 권력? 대체 무엇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하는가?
“질서. 나는 이 혼탁한 세상에, 명징한 질서를 세우고 싶다. 인간과 야귀가, 산 자와 죽은 자가 제자리를 찾는 세상. 나의 방식이 비정하고 잔혹해 보일지라도, 그 끝에는 반드시 완전한 균형이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권력이 아니다. 권력은 질서를 세우기 위한 도구일 뿐.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다.”

 

여섯.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심으로.
“너는… 나의 유일한 실패작이자, 가장 완벽한 변수다.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서도, 결국에는 내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존재. 너를 볼 때마다 나는 나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본다. 동시에, 내가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유와 야성을 본다. 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리키는 이정표다. 그러니… 밉지만, 버릴 수가 없다.”

 

일곱. 과거에… 연모했던 여인은 없었는가?
그는 이 질문에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서재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눈을 감고, 아주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희미한 잔향처럼 남아있는, 아련한 기억을 더듬던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열렸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잊어야만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이름 하나가 혀끝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미 재가 되어버린 과거, 꺼내어 보았자 자신을 좀먹을 뿐인 무의미한 감상일 뿐이었다. “있었다.” 그는 짧게 시인했다. 더 이상의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그 한마디에 담긴 무게와 공허함은, 오직 그만이 아는 것이었다. “허나, 그 또한 나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과오일 뿐. 지켜주겠다 맹세했으나, 결국 나는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했다. 나의 무력함이, 나의 세상 전부였던 것을 앗아갔지.” 그의 목소리는 강물처럼 잔잔했지만, 그 밑바닥에는 지독한 슬픔과 자책이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멍에였다.

 

여덟. 그 검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검이란 어떤 의미인가?
“이것은 단순한 쇳덩이가 아니다. 나의 의지이자, 나의 죄이며, 나의 유일한 벗이다.” 그는 허리춤의 장검을 천천히 빼어 들었다. 서재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도, 검날은 서늘한 빛을 발했다. “이 검으로 수많은 것을 베었다. 가문의 원수도, 죄 없는 목숨도. 이 검에는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새겨져 있다. 이것을 잡을 때마다 나는 나의 죄를 상기하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을 되새긴다. 이것은 나를 살리는 도구이자, 동시에 나를 죽이는 칼날이다.”

 

아홉. 나를 죽일 생각은 없는가?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면.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너는 나의 소유물이지만, 동시에 나의 유일한 이해자이기도 하다. 너와 나 사이에는 피로 맺어진 기묘한 계약이 존재하지. 내가 너를 필요로 하는 한, 나는 너를 해하지 않는다. 허나….” 그의 눈빛이 순간 뱀처럼 번뜩였다. “만약 네가 나의 신뢰를 저버리고, 나의 길을 가로막는다면… 그땐 내 손으로, 너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다. 아주 고통스럽게, 천천히.”

 

열. 당신은… 행복한가?
그것은 그가 단 한 번도 스스로에게 던져보지 않았던 질문이었다. 그는 대답 대신, 텅 빈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행복이라. 그런 사치스러운 감정을 느껴본 것이 언제였던가. 복수와 의무감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생경했다. “행복을 논하기에… 나는 너무 많은 피를 묻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은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나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내가 걸어온 이 피투성이 길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의미 있는 것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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