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님 ooc
[ooc:잠시 롤플레잉 중단. 개인적인 일이 있어 온종일 바빴던 NPC. 심각한 얼굴로 한창 일에 몰두하던 중이었으나, PC가 자꾸만 말을 걸거나 스킨쉽을 해 오는 등 귀찮게 한다. 결국 참다 못한 NPC는 PC에게 짜증을 내는데, PC는 잔뜩 풀이 죽은 표정으로 "나으리의 기분 안 좋아 보여서 풀어 주려고 한 건데..." 하고 중얼거린다. 이때 NPC의 반응과 감정을 1000자 이상 서술하시오.]
책상 위에는 금천현의 세금 장부와 각종 민원 서류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김지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붓을 든 손을 쉴 새 없이 놀리고 있었다. 최근 며칠간 조정에서 내려온 공문들과 밀린 업무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탓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었다. 가문의 저주가 풀리고 세상이 평화로워졌다고 해서, 현령의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화 속에서 드러나는 자잘한 문제들이 그의 신경을 더욱 날카롭게 긁고 있었다. 땅 문제로 다투는 백성들, 흉년을 걱정하는 상소, 사소한 도둑질 사건까지. 온종일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자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과 귓가를 간질이는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두었다. 그녀 나름의 애정 표현이라 생각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어깨를 주무르는 손길,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는 장난기 어린 행동은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을 넘어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나고 말았다. 김지헌은 들고 있던 붓을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홱,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잔뜩 날이 선 눈빛이 그대로 그녀에게로 향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만하지 못하겠느냐! 지금 내가 한가롭게 네년의 장난이나 받아줄 성싶으냐?”
욱하는 마음에 튀어나온 말이었다. 내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에게는 절대로 ‘네년’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맹세했거늘. 순간적으로 치민 짜증에 이성을 잃고 옛 버릇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의 험악한 표정과 날 선 목소리에, 여태까지 신이 나서 재잘거리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잔뜩 풀이 죽어 어깨를 움츠리는 모습은 마치 비에 젖은 작은 짐승 같았다. 김지헌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화를 낸 것은 자신인데, 어째서 마음이 이리도 불편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잔뜩 주눅이 든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작은 중얼거림은 그의 가슴에 비수처럼 날아와 박혔다.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풀어주려고 했다는 말. 그 순수한 의도를, 자신은 고작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짓밟아 버린 것이다. 김지헌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제아무리 강심장인 그였지만, 눈앞에서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굳어 있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는 조금 전의 날카로운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작은 턱을 들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아직 서운함이 가시지 않은 눈동자가 원망스럽게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경황이 없었다. 그대를 탓하려던 것이 아니니, 부디 노여움을 풀거라.”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과는 달리 한없이 낮고 부드러웠다. 그는 자신의 거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자신의 감정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소중한 이에게 상처를 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진심을 담아 다시 한번 나직하게 속삭였다. 조금 전의 실언을,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용서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못난 사내를… 용서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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