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현 관아 익명 제보판]


 

[🔥핫글] 현령 나으리, 정말 야귀(夜鬼)를 품에 안고 주무시는가?

작성자: 금천현 순라군(巡邏軍)

 

요새 관아 내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네. 한양에서 내려온 토벌대 앞에서 그토록 위세를 떨치시던 나으리께서, 밤마다 내아(內衙)에 정체 모를 여인을 들이신다는 이야기 말일세. 듣자 하니 그 여인이 바로 금천현에 새로 부임한 의녀(醫女)라는데, 허면 대낮에 나으리께서 직접 품에 안고 동헌(東軒) 마루에 올랐던 바로 그 여인이 아니던가. 일각에서는 그 의녀가 사람의 탈을 쓴 야귀이며, 나으리께서 그 요물에 단단히 홀리셨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네. 나으리의 총명함과 위엄이 그깟 계집 하나 때문에 흐려진다는 것이 참으로 통탄스러울 따름이야. 동료들은 어찌 생각하는가? 이대로 좌시해도 되는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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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현 향리(鄕吏): 여봐라, 말을 삼가게! 아무리 익명이라 한들, 나랏님 다음가는 이 고을의 어른을 그리 험담해서야 쓰겠는가. 나으리께서 여인을 품으시든 야귀를 품으시든, 그것은 나으리의 사사로운 일. 우리가 왈가왈부할 바가 아니네.

금천현 관노(官奴): 향리 어른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허나, 내아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그 교성(嬌聲)은… 참으로 민망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목석같으시던 나으리께서 어찌 그리 변하셨는지.

금천현 포졸(捕卒): 내 직접 본 바로는, 그 의녀의 용모가 실로 귀신같이 아름답더군. 홀리지 않는 사내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할 일이지.

금천현아사(錦川縣衙舍) 하인: 쉬쉬! 이 사람아, 그게 무슨 망발인가. 나으리께서 들으시면 어쩌려고.

한양 토벌대원: 금천현 것들은 하나같이 배짱이 두둑하군. 우리 대장님 앞에서 그리 능멸을 주시고도 모자라, 이제는 야귀와 동침까지 하신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 사실이 조정에 알려지면… 나으리 목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금천현 서리(書吏): 쯧쯧. 외지인은 빠지시게. 우리 사또 나으리의 깊은 뜻을 어찌 알겠는가. 분명 저 요망한 야귀를 잡아들이기 위한 함정일 것이다. 일부러 정을 주는 척하여 방심하게 만든 뒤, 목을 베시려는 큰 그림이시겠지!

금천현 순라군(巡邏軍) (작성자): 함정이라기엔… 나으리의 눈빛이 너무나 진심이었네. 마치 세상 전부를 얻은 사내의 눈빛이었어.

금천현 의녀(醫女) 동료: 가연이가 야귀라니, 당치도 않은 소리! 그 아이는 마음씨 착하고 여린 아이요. 다만… 밤이 되면 어딘가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하더이다. 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돌고… 눈빛이 깊어질 때면, 저도 모르게 섬뜩할 때가 있긴 합니다.

금천현 주막 주모: 아이고, 우리 사또 나으리께서 드디어 짝을 찾으셨나 보네! 늙은이 소원은 그거 하나였어. 저리 잘나신 분이 홀로 늙어가는 게 마음 아팠는데, 야귀면 어떻고 사람이면 어떤가. 둘이 좋으면 그만이지! 경사 났네, 경사 났어!

금천현 백정(白丁): …그 여인, 우리 푸줏간에 들른 적이 있었소. 피비린내를 맡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더이다. 되려… 아주 흥미롭다는 듯 웃고 있었지. 보통 여인네는 아닐 것이오.

 

 

 

[일반] 어젯밤 본가 사당에서 치솟던 불길 말일세.

작성자: 금천현 별감(別監)

다들 보았는가? 어젯밤 사또 나으리의 본가 쪽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나는 야간 순찰 중이라 똑똑히 보았네만, 그 기세가 마치 집 한 채를 통째로 삼킬 듯하더군. 헌데 괴이한 것은, 그 불길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는 점이야. 마치… 누군가 거대한 입김으로 촛불을 불어 끄기라도 한 것처럼 말일세. 이후 어떠한 소란도 없었고, 아침에 확인해보니 그저 사당(祠堂)만 까맣게 그을렸을 뿐, 다른 피해는 전무했다고 하네. 필시 나으리께서 또 무슨 알 수 없는 술법을 부리신 것이 틀림없어. ‘귀신 사또’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지.

 

 

댓글 (12)

금천현 군관(軍官): 술법이라니, 자네는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는가? 필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것이겠지. 요즘 날씨가 하도 변덕스러우니.
금천현 나장(羅將): 나으리께서 직접 불을 지르신 것이라면 믿겠네. 그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분이지. 속을 도통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금천현 예방(禮房) 서리: 사당은 가문의 뿌리와도 같은 곳이거늘… 어찌 그런 끔찍한 말씀을 하십니까. 나으리께서 아무리 냉혹하시다 한들, 조상님들의 위패를 스스로 불태우셨을 리가요.
금천현 역졸(驛卒): 쯧쯧, 자네들이 뭘 몰라서 하는 소리. 내가 들으니, 청풍 김씨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끔찍한 저주가 있었다더군. 그 저주를 끊어내기 위해 나으리께서 일부러 사당에 불을 놓으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네.
금천현 병방(兵房) 아전: 저주? 금시초문인데.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금천현 역졸(驛卒): 쉬잇! 이 이야기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어야 하네. 나으리 귀에 들어가면 우리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랄 걸세.

 

 

 

[푸념] 한양에서 온 저 거만한 토벌대 놈들, 언제쯤 돌아가는가.

작성자: 금천현 포졸(捕卒)

하루 이틀 머물다 갈 줄 알았던 토벌대 놈들이 어느덧 관아에 죽치고 앉아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꼴이 참으로 눈 뜨고 볼 수가 없네. 지들이 무슨 암행어사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기는. 밥 달라, 술 달라, 행패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우리 사또 나으리께서 저들의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놓으실 줄 알았더니, 어찌 된 일인지 요즘은 통 신경도 쓰지 않으시는 듯하네. 내아의 그 의녀에게 단단히 빠져서 공무(公務)는 뒷전이신가. 이러다 금천현의 기강이 땅에 떨어질까 심히 염려스럽다.

 

 

댓글 (21)

금천현 기생(妓生): 어머, 포졸 나으리. 그리 속상해 마셔요. 저희는 저 우락부락한 한양 사내들 덕에 매상이 올라서 좋기만 한 걸요. 호호.
금천현 주막 주모: 기생 말에 동감이오. 덕분에 우리 주막 술독이 바닥을 보일 지경이야. 사또 나으리께서 어서 저들을 돌려보내시면 늙은이 장사에 손해가 막심하지.
한양 토벌대원: 이놈이! 네놈이 지금 누구를 험담하는 것이냐! 일개 포졸 따위가 감히 조정에서 파견된 우리를 능멸해? 당장 네놈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못할까!
금천현 포졸(捕卒) (작성자): 익명 게시판에서 뭘 밝히라는 겐가, 이 무식한 놈아! 꼬우면 네가 직접 나를 찾아내 보시지!
금천현 향리(鄕吏): 모두 그만들 하게. 이곳은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나누는 곳이지, 이리 시장 바닥처럼 싸우라고 만든 곳이 아닐세. 토벌대의 노고는 알겠으나, 금천현의 법도는 우리 나으리께서 세우시는 것. 월권행위는 삼가 주시게.
금천현 서리(書吏): 나으리께서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저들을 저리 방치해두는 것도 분명 어떤 계략의 일부일 것이다. 우리는 그저 묵묵히 나으리의 명을 따를 뿐이다.
금천현 형방(刑房) 관리: 맞는 말일세. 나으리께서는 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으셨지. 이번에도 틀림없이 저 오만방자한 토벌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실 묘책을 꾸미고 계실 게야.
금천현 이방(吏房) 관리: 묘책이라… 내아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가 묘책의 일부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나으리께서 미색(美色)에 단단히 빠지신 것 같은데.

한양 토벌대원: 흥! 너희 현령 놈이 계집 치마폭에 싸여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금천현의 야귀는 우리가 모두 소탕할 것이다! 두고 보라고!
금천현 군관(軍官): 어디 한번 해보시지. 나으리의 허락 없이는 이 관아 문턱 하나 넘지 못할 주제에.

 

 

 

[질문] 새로 오신 의녀, 백가연에 대해 아는 바가 있는가?

작성자: 금천현 호방(戶房) 서리

새로 부임한 의녀 백가연의 신상 명세가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질 않네. 조정에서 내려온 임명장에는 그저 ‘호남 출신’이라 적혀 있을 뿐, 출신 가문이나 나이, 가족 관계에 대한 기록이 전무해. 보통 이런 경우는 없지 않은가? 심지어 그녀를 데리고 온 추천인의 서명조차 누락되어 있더군.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 같아 영 꺼림칙하단 말이지. 게다가 나으리께서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심상치 않고… 혹,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아는 이가 있는가? 하다못해 작은 소문이라도 좋으니, 귀띔이라도 해주게.

댓글 (30)

금천현 공방(工房) 장인: 글쎄… 워낙 과묵하고 속을 드러내지 않는 여인이라. 며칠 전 약재를 구하러 우리 공방에 들렀는데, 어찌나 손끝이 차갑던지 살이 닿는 순간 얼음장 같아서 깜짝 놀랐다네.
금천현 혜민서(惠民署) 의원: 의술 실력은 출중하더이다. 얼마 전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위급한 상황이었는데, 그 의녀의 침술 덕에 두 목숨 모두 구했지요. 허나… 그 침을 놓는 손길이 어찌나 무심하고 차갑던지. 사람을 살리는 손이 아니라, 마치… 생명을 거두는 손 같아 섬뜩했소.
금천현 유생(儒生): 여인이 의술을 행하는 것부터가 음양의 조화를 어지럽히는 일이거늘! 필시 요망한 기운을 품은 계집일 것이다!
금천현 무당(巫堂): …그 여인에게서는 죽은 자의 냄새가 난다. 산 자의 온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 가까이 다가서는 안 된다. 그 여인은… 이승의 것이 아니야.
금천현 향리(鄕吏): 이 사람들 보게. 이제는 하다 하다 무당의 말까지 믿는 겐가. 그저 타지에서 와 낯을 가리는 것일 뿐. 너무 몰아세우지들 말게.
금천현 백정(白丁): …어젯밤, 달빛 아래서 그 여인을 보았소. 핏기가 하나 없는 얼굴로… 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지. 그 눈빛은… 굶주린 짐승의 눈빛이었어.
금천현 예방(禮房) 서리: 어허! 백정 놈이 감히 어디서 헛소리를!
금천현 관노(官奴): 아닙니다요, 나으리! 저도 봤습니다! 그 의녀가 밤마다 몰래 관아를 빠져나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요!
금천현 순라군(巡邏軍):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먼. 이 사실을 나으리께 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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