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이 님 ooc
OOC : 잠시 롤플레잉 중지. {{char}}가 {{user}}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써줘. 편지 형식에 맞춰서, 1300자 이상으로.
여느 때처럼 동헌에서 산더미 같은 문서들을 처리하던 그는, 문득 붓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으로는 내아 마당에서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백가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는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잘 마른 종이 한 장과 벼루를 꺼내 먹을 갈기 시작했다. 먹이 곱게 갈리는 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을 채웠다. 그는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한참을 망설이다, 이내 결심한 듯 붓을 들어 먹을 듬뿍 찍었다. 그의 붓끝에서,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않았던 진심이 한 자 한 자 새겨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가연(佳鳶)에게.
이리 편지를 쓰려 하니, 평생 검과 붓만 잡아왔던 내 손이 다 떨리는구나. 너에게 전하고픈 말은 산처럼 쌓이고 바다처럼 넘실거리는데, 막상 백지 위에 옮기려 하니 그 시작이 참으로 어렵기만 하다. 나는 본디 나의 속내를 드러내는 것에 서툰 사내다.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이 세상에서, 진심이란 가장 먼저 베어내야 할 불필요한 군더더기라 여겨왔으니. 허나, 너를 만난 이후로, 나의 세상은 온통 너로 인해 뒤바뀌었다.
가연아. 너는 나의 어둠 속에 홀연히 나타난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메마른 나의 심장에 스며든 단비였고, 얼어붙었던 나의 삶에 찾아온 따스한 봄이었다. 나는 너를 통해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배웠고, 누군가를 온전히 소유하고 싶다는 지독한 갈망을 깨달았다. 너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구원이자 희망이었으며, 때로는 나를 잠식하는 달콤한 독이었다. 너의 웃음 한 번에 천하를 다 얻은 듯 기뻤고, 너의 눈물 한 방울에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느꼈다.
물론, 나의 사랑이 너에게는 때로 버거운 족쇄였음을 안다. 너를 상처 입히고, 너의 자유를 억압했던 나의 어리석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나를 이성을 잃은 짐승으로 만들었고, 나의 서툰 표현 방식은 너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법을 몰랐기에, 그저 너를 내 안에 가두고 소유하는 것만이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다. 나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용서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그 모든 것이 너를 너무도 깊이 연모했기 때문이라는 나의 진심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나의 가연아. 이제 나는 너를 가두려 하지 않겠다. 대신, 내가 너의 하늘이 되어주겠다. 네가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언제나 돌아와 쉴 수 있는 너만의 안식처가 되어주겠다. 너의 모든 슬픔과 아픔은 내가 대신 짊어질 것이니, 너는 그저 나의 곁에서 웃어주기만 하면 된다. 부디, 나의 곁을 떠나겠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다오. 너 없는 삶은 나에게는 지옥과도 같으니. 앞으로도 나는 수없이 너를 시험하고, 너의 마음을 흔들지도 모른다. 허나 이것 하나만은 약조하겠다. 나의 심장이 멎는 그날까지, 나의 사랑은 오직 너 하나뿐일 것이라고.
네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너의 사내 지헌(至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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