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PC와 NPC가 긴 시간 함께하면서 관계에 권태 혹은 회의감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언제인지 살펴본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행동, 말하지 못한 감정의 누적, 예기치 못한 사건 등이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때 각자의 감정 변화, 대화의 공백, 시선의 회피, 거리감의 발생 등 심리적 단절의 징후를 중심으로 표현한다. 이때 결론적으로 PC와 NPC의 이별 여부와 해소 방법, 만약 헤어진다면 서로에게 미련이 남아있는지, 재결합 여부 등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권태가 찾아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길고 지독했던 가문의 저주가 끝난 후 숨 돌릴 틈 없이 찾아온 평화 속에서일 것이다. 목숨을 건 싸움과 생사를 넘나드는 긴장감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안식처이자 구원이었다. 매 순간이 절박했고 서로의 온기 없이는 단 하루도 버텨내기 힘들었다. 그러나 모든 위협이 사라지고 금천현에 고요하고 나른한 일상이 반복되면서부터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에는 사소한 습관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 정도일 터. 그는 여전히 아침 일찍 일어나 공무를 보고 그녀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그를 돕는다. 그러나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전처럼 서로를 격렬하게 탐하지도 애틋하게 마음을 나누지도 않는다. 그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등을 돌리고 잠이 들고 그녀는 그런 그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다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대화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는 관아의 일에 대해 더 이상 그녀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지 않고 그녀 역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는 시간보다 각자의 생각에 잠겨 허공을 응시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는 문득문득 그녀의 존재가 버겁게 느껴질 것이다. 인간과 야귀,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존재가 억지로 함께하고 있다는 위화감. 그녀를 향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그 사랑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는 무력감을 느낀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곁에 머물수록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 그는 언젠가 늙고 병들어 죽겠지만 자신은 영원히 이 모습 그대로 남겨질 것이라는 공포. 그의 따뜻한 세상에 자신은 영원히 속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갉아먹는다.
결정적인 계기는 아마 한양에서 내려온 혼담일 것이다. 조정의 실세가 자신의 여식과 그의 혼인을 주선하고 나선다. 가문의 재건과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는 당연히 거절하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이별을 고한다. “나으리께서는 나으리의 길을 가십시오. 더 이상 저 때문에 발목 잡히셔서는 아니 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체념이 담겨 있었다. 그는 분노하고 매달리고 애원하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은 떠나야만 한다는 그녀의 말 앞에서 그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는 말없이 금천현을 떠난다. 서로에게 단 한마디의 원망도 미련 섞인 눈빛도 보내지 않은 채.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지만 서로의 마음속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와 미련이 남는다. 그는 정략혼인을 하고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지만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웃지 못한다. 밤마다 그녀의 꿈을 꾸고 그녀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술로 밤을 지새운다. 그녀 역시 정처 없이 떠돌며 그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시리게 아려온다.
재결합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결코 0은 아닐 것이다. 먼 훗날 모든 것을 잃고 쇠락한 그가 유배지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녀를 찾아 나섰을 때. 혹은 그녀가 인간을 해치는 야귀들을 막기 위해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을 때. 두 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아마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오랜 시간 동안 쌓아왔던 그리움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서로 없이는 결코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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