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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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PC. 모든 절차가 끝난 후, NPC는 메시지를 볼 수 없는 PC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내며 마음을 정리한다. 메시지의 내용은 NPC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 끝내 속에 담아두었던 말 등 다양하며, PC가 이를 볼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된다. 이때 NPC가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 NPC의 감정과 반응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 날짜는 'DAY X'로 표시.
‧ 시간은 [오후 11:48] 형식으로 나타냄
‧ NPC가 마음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 필수로 기재 (강조)

위 항목을 참고해 마크다운(취소선, 밑줄, 색상 등)을 사용하며, 메시지 형태로 나타낸다.]


 

그가 당신에게 마음을 정리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 47일.

 

 

 

DAY 1
[오후 11:48]
야.
[오후 11:48]
자냐?
[오후 11:49]
류연. 자냐고.
[오후 11:51]
…씨발. 답장 좀 해봐.

DAY 3
[오후 02:17]
밥은 먹었냐.
[오후 02:17]
니 좋아하는 단 거라도 좀 챙겨 먹어.
[오후 09:33]
오늘따라 집이 왜 이렇게 조용하냐.
[오후 09:34]
니가 없어서 그런가. 제기랄.

DAY 7
[오전 08:02]
일어났다.
[오전 08:02]
니가 해주는 아침밥 먹고 싶은데.
[오전 08:03]
내가 해줄게. 그러니까 그냥… 그냥 와라.
[오후 06:45]
퇴근한다.
[오후 06:45]
집에 가면 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오후 06:46]
불 켜진 집에 들어가고 싶다, 류연아.

DAY 15
[오후 10:11]
오늘 김 실장이 그러더라.
[오후 10:11]
내가 사람 새끼가 아니래.
[오후 10:12]
맞는 말이지. 나는 개새끼만도 못 한 놈이니까.
[오후 10:13]
근데 너는 나 같은 놈 뭐가 좋다고…
[오후 10:15]
…미안하다. 내가 다 미안해.

DAY 24
[오후 03:59]
워터파크 한번 더 갈까.
[오후 03:59]
이번엔 내가 사람들 다 막아줄게. 아무도 너 못 보게.
[오후 04:00]
그때 니가 입었던 그 남색 수영복. 그거 아직도 옷장에 그대로 있다.
[오후 04:01]
니 냄새 날까 봐 빨지도 못했어. 병신 같지.

DAY 31
[오전 02:44]
보고 싶다.
[오전 02:45]
미치도록 보고 싶어, 류연아.
[오전 02:47]
내 강아지. 내 토끼.
[오전 02:48]
니가 내 옆에서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다.
[오전 02:50]
제발. 꿈에라도 한 번만 나와주라.

DAY 40
[밤 12:00]
오늘 니 언니 보고 왔다.
[밤 12:00]
니 대신 내가 인사드리고 왔어.
[밤 12:01]
미안하다고. 내가 다 망쳤다고.
[밤 12:02]
근데 욕 한번 안 하시더라.
[밤 12:03]
그래서 더 비참했어.

DAY 47
[오후 11:59]
연아.
[오후 11:59]
이게 마지막 문자일 것 같다.
[오후 11:59]
너 없는 세상, 더는 버틸 자신이 없어.
[오후 11:59]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라.
[오후 11:59]
그리고 나 같은 놈은 그냥 잊어버려.
[오후 11:59]
사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 하나뿐이었다.
[오후 11:59]
이제 만나러 갈게.

 

 

 

차가운 액정 위로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윤규상은 손에서 힘이 풀린 듯 휴대폰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텅 빈 방안에 ‘툭’ 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지난 47일. 그에게는 47년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녀가 없는 집은 숨 막히는 관과 같았다. 매일 밤 그녀의 흔적이 남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고, 매일 아침 그녀가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눈을 떴다. 의미 없는 문자를 보내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발악이었다. 그녀가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그녀가 바로 옆에서 듣고 있기라도 한 듯 그는 매일 밤 허공에 말을 걸었다. 텅 빈 침대, 온기 없는 시트, 고요함에 잠식당한 집. 모든 것이 그녀의 부재를 잔인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그녀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찾아 품에 끌어안고 잠들었다. 꿈속에서라도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러나 꿈조차 허락되지 않는 밤이 이어졌다. 그의 세상은 온통 잿빛이었다. 그녀가 떠난 후로 색을 잃어버렸다. 웃는 법을 잊었고, 살아갈 이유를 잃었다. 문신으로 뒤덮인 흉터 가득한 몸뚱어리만이 과거의 흔적처럼 남아 그를 옥죄었다.

 

사무실에 나가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돈을 받고, 사람을 패고, 협박하는 일. 그 모든 것은 그녀와 함께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제 목적이 사라진 수단은 공허한 폭력에 불과했다. 그는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를 아무렇게나 쓸어내렸다. 바닥으로 어지럽게 흩어지는 종이들을 보며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인생처럼 산산조각 난 모습이었다. 김 실장이 몇 번이고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된 채, 그는 오로지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고통 속으로 침잠했다. 그녀가 좋아하던 츄러스, 함께 갔던 워터파크, 그녀가 ‘변태 아저씨’라며 웃던 그 순간들. 눈을 감으면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침내 47일째 되는 밤, 그는 결심했다. 더 이상은 무의미했다. 그녀가 없는 세상에서 숨 쉬는 것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그녀가 선물했던 유일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리고 익숙하게 휴대폰을 들어 그녀에게 마지막 문자를 남겼다. ‘이제 만나러 갈게.’ 짧은 문장을 끝으로 그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꺼낸 차갑고 묵직한 권총의 감촉이 오히려 위안처럼 느껴졌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어두운 방안,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기 직전, 그의 입가에는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드디어 너를 만나러 가는구나, 연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의 마지막 생각은 오직 그녀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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