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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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NPC가 PC와 주변인들에게 보이는 태도 차이와 변화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입가에 음식물이 묻었을 때 ‧ 사소하게 다쳐서 돌아온 경우 ‧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을 기반으로 NPC가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비교한다 ! 이때 상황 가정 [10개] ‧ NPC의 행동과 PC와 주변인의 차이를 자세히 출력한다.]


 

그는 류연과 자신, 그리고 주변인들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어둠 속에서 살아온 그에게 있어, 세상은 명확한 흑과 백, 즉 ‘내 사람’과 ‘그 외의 것들’로 나뉘었다. 그 경계선 위에, 류연이라는 존재가 위태로우면서도 찬란하게 서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보이는 태도와, 나머지 세상에 보이는 태도는 근본부터 달랐다. 그것은 생존 방식의 차이이자, 감정의 유무에서 오는 극명한 분리였다. 그의 세계는 오직 류연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그 외의 모든 것은 그저 배경에 불과했다.

 

 

1. 입가에 음식물이 묻었을 때

 

류연: 그는 피식, 짧은 웃음을 터뜨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에 묻은 크림이나 소스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스치는 감촉을 음미하는 것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칠칠맞기는. 애도 아니고. 퉁명스럽게 뱉는 말과는 달리, 그의 눈에는 따스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을 터였다. 그는 닦아낸 손가락을 제 입으로 가져가, 아무렇지 않게 맛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류연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그녀에게 묻은 음식물조차 달콤한 디저트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는 오직 그녀에게만 집중했다.


주변인 (조직원, 채무자 등):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경멸 어린 시선을 보냈을 것이다. 
야, 더럽게 쳐먹지 말고 좀 똑바로 먹어라. 비위 상하게.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일말의 배려나 온기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직접 닦아주는 대신, 테이블 위의 냅킨을 그저 툭 던져주거나, 혹은 아예 무시하고 제 할 일을 계속했을 터였다. 그에게 타인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그들의 사소한 실수나 허점은 그저 불쾌감을 유발하는 요소일 뿐이었다.

 

 

2. 사소하게 다쳐서 돌아왔을 때

 

류연: 그는 당장이라도 세상을 뒤엎을 듯한 험악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을 것이다. 어디야? 어디서 다쳤어? 어떤 새끼야! 그의 목소리는 분노로 낮게 깔려 있었겠지만, 상처 부위를 살피는 그의 손길은 깃털처럼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그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당장 구급상자를 가져와 서툰 솜씨로나마 정성껏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 과정 내내 그는 끊임없이 욕설을 뇌까리며, 그녀를 아프게 한 ‘어떤 새끼’를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고 으르렁거렸을 터다. 그에게 류연의 몸에 난 작은 상처 하나는, 자신의 심장에 난 커다란 구멍과도 같았다.

 

주변인: 그는 상처를 발견하고도, 아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 기어. 그 정도 깡도 없이 이 바닥에서 어떻게 버티려고. 그는 냉소적인 말 한마디를 던지고는, 그대로 등을 돌렸을 것이다. 동정이나 걱정은 사치였다. 험한 세상에서 자기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나약함 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타인의 고통은, 그저 생존 경쟁에서 도태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이었다.

 

 

3.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류연: 그녀가 아끼는 물건, 특히 그가 사준 목걸이나 커플링 같은 것이라면, 그는 이성을 잃고 날뛰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데! 그는 류연을 다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에 떠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인맥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그 물건을 찾아내려 했을 것이다. 그에게 그녀의 물건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소유이자, 그녀와의 연결고리였으며, 그가 그녀에게 준 사랑의 증표였기 때문이다. 만약 끝내 찾지 못한다면, 그는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비싸고 화려한 것으로 당장 사다 안겨주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내 잘못이다. 더 좋은 거 사주려고 그랬나 보다.라며 그녀를 다독였을 것이다. 그에게 물질적인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류연의 슬픔과 상실감만이 그를 괴롭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주변인: 
정신머리를 어따 팔아먹었냐? 니 물건은 니가 알아서 챙겨. 내가 니 애미야? 그는 쌀쌀맞게 내뱉고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의 부주의함은 그저 그들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것일 뿐, 자신이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고 여겼다. 설령 그 물건이 조직의 중요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는 잃어버린 자에게 책임을 혹독하게 물었을 것이다.

 

 

4. 아플 때

류연: 그녀가 감기라도 걸려 끙끙 앓는 날이면,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온갖 유난을 떨었을 것이다. 당장 일을 내팽개치고 달려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보며 열을 재고, 억지로라도 죽을 끓여 먹이려 했을 것이다. 약을 챙겨 먹이고, 물수건을 갈아주며 밤새 그녀의 곁을 지켰을 터다. 
아프지 마라, 씨발… 네가 아프면 내가 미칠 것 같으니까. 그는 욕설 속에 걱정을 담아, 서툰 진심을 전했을 것이다. 그녀의 고통은 곧 그의 고통이었고, 그녀를 위해서라면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주변인: 엄살 피우지 마. 뒈질 병 아니면 일어나. 그는 차갑게 말하며, 아픈 사람을 짐짝 취급했을 것이다. 조직 내에서 아프다는 것은 나약함의 상징이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버텨야만 했다. 그는 아픈 동료를 챙겨주기보다는, 차라리 그를 버리고 가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5. 기쁜 소식을 전할 때

류연: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좋은 소식을 전하면, 그는 겉으로는 
그래? 잘됐네.라며 무심한 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입꼬리는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올라가 있었을 것이고, 눈빛은 자랑스러움과 기쁨으로 반짝였을 것이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슬쩍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신의 기쁨을 표현했을 터다. 그리고는 그날 저녁,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나 비싼 선물을 ‘지나가는 길에 주웠다’며 툭 던져주었을 것이다.


주변인: 타인의 좋은 소식은,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어쩌라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는 지루하다는 듯 하품을 하며, 대화를 끊어버렸을 것이다. 타인의 행복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며, 때로는 그것이 자신의 이익에 방해가 된다면 시기하고 질투했을지도 모른다.

 

 

6. 무서워할 때 (특히, 천둥)

류연: 천둥이 치는 밤, 그녀가 두려움에 떨고 있으면 그는 말없이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넓고 단단한 가슴으로 그녀의 온몸을 감싸고,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막아주었을 것이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아무 일 없어. 그는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그 어떤 무서운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해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이자,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을 터다. 그는 그녀가 겪었을 과거의 외로움과 공포를 어렴풋이 짐작했기에, 더욱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주변인: 그는 겁에 질린 사람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을 것이다. 
쫄기는. 그깟 소리에 오줌이라도 싸겠네. 그는 비웃음을 날리며, 그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더욱 괴롭혔을지도 모른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두려움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7.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할 때

 

류연: 그녀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조르면, 그는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 걸 뭐 하러 배워. 귀찮게. 그는 소파에 누워 뒹굴거리며,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는 척했을 터다. 하지만 자신을 보며 눈을 반짝이는 류연의 모습에, 그는 결국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요리든, 악기 연주든, 심지어 외국어일지라도, 최고의 선생을 붙여주거나 직접 자료를 구해다 주었을 것이다. 그는 그녀가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평범한 행복을 누리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어느새 그녀의 옆에 앉아 서투른 솜씨로나마 그녀를 돕고 있거나, 혹은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의 노력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주변인: 그에게 있어 타인의 자기계발은 안중에도 없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면, 그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하던 일이나 똑바로 해.라며 차갑게 쏘아붙였을 것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조직의 이익과 자신의 안위였으며, 타인의 성장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었다.

 

 

8. 선물을 받았을 때

 

류연: 그녀가 서툰 솜씨로 뜬 목도리나, 작은 편지 같은 것을 선물하면, 그는 겉으로는 이딴 걸 뭐 하러 만들어. 돈 아깝게.라며 퉁명스럽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선물을, 평생의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했을 터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공간에 깊숙이 숨겨두고, 혼자 있을 때마다 꺼내보며 입꼬리를 올렸을 것이다. 혹여나 그녀가 그 선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면, 그는 마지못한 척 착용하고 나타나,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을 것이다. 그의 서툰 행동에는, 그녀의 진심에 대한 깊은 감동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주변인: 타인이 주는 선물은, 그것이 아무리 값비싼 것이라 할지라도, 그에게는 그저 뇌물이나 계산된 호의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선물을 받으며 
그래서, 원하는 게 뭔데?라며 상대의 의도를 꿰뚫어 보려 했을 것이다. 그에게 순수한 호의란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든 관계는 철저한 기브 앤 테이크에 기반한다고 믿었다.

 

 

9. 잠든 모습을 볼 때

 

류연: 그는 잠든 그녀의 모습을, 아주 오랫동안, 숨죽인 채 바라보았을 것이다. 새근새근 내쉬는 숨소리, 살짝 벌어진 입술, 이불을 걷어차 드러난 하얀 다리까지.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눈에 담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고, 걷어찬 이불을 목 끝까지 꼼꼼하게 덮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이마나 볼에,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남겼을 것이다. 악몽이라도 꾸는 듯 미간을 찌푸리면, 그는 그녀가 다시 평온을 찾을 때까지, 낮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거나 등을 토닥여주었을 터다. 그 시간만큼은, 그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남자가 되었다.


주변인: 그는 잠든 사람의 얼굴을 발로 차서 깨웠을 것이다. 
쳐자지 말고 일어나! 해가 중천이다! 그에게 타인의 휴식은, 그저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그는 타인의 잠든 모습에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했으며, 필요하다면 언제든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평화를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10. 눈물을 보일 때

류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그의 세상은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와락 끌어안았을 것이다. 이유를 묻기보다, 그는 먼저 그녀를 안심시키는 것을 택했다. 
울지 마… 씨발, 울지 말라고.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지만,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는 그녀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혹은 자신을 밀어낼 때까지, 절대로 그녀를 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눈물은, 그의 가장 큰 약점이었고, 그 어떤 물리적인 고통보다도 그를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류연의 눈물을 멈출 수만 있다면, 자신의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다.

 

주변인: 그는 눈물을 보이는 자를 경멸했다. 울면 뭐가 달라지나? 쳐 울 시간에 대가리 굴려서 이 상황을 빠져나갈 생각이나 해. 그는 냉정하게 쏘아붙이고는, 그들의 약함을 비웃으며 돌아섰을 것이다. 그에게 눈물은 나약함의 동의어였고, 이 바닥에서 나약함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는 눈물 흘리는 자를 동정하기는커녕, 그 약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이다.

 

 

11. 보고 싶다고 연락했을 때

류연: 그의 휴대폰이 울리고, 액정에 ‘우리 강아지’라는 이름이 뜨는 순간, 그의 굳어있던 표정이 미세하게 풀렸을 것이다. 전화를 받으면,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잠시 모든 것을 잊었을 터다. 
보고 싶어. 그 한마디에, 그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을 것이다. 그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알았어. 일 끝나고 갈 테니까 얌전히 집 지키고 있어.라고 말했겠지만, 그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설렘이 묻어났을 것이다. 그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참 동안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날따라 유독 더디게만 가는 시간을 원망하며 담배를 태웠을 것이다. 그리고는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양손 가득 사 들고 집에 돌아왔을 터다.


주변인: 그가 빚 독촉이나 심각한 업무로 통화하는 중에, 다른 조직원으로부터 ‘보고 싶다’는 식의 연락을 받는다면,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지금 장난하나? 일 안 해?라고 윽박질렀을 것이다. 그에게 업무 시간의 사적인 감정 표현은, 용납할 수 없는 나태함이자 시간 낭비였다. 그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보고 싶다는 말을 한 조직원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을 것이다.

 

 

12. "사랑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류연: 그녀가 수줍게, 혹은 장난스럽게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순간, 그의 심장은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뭐래, 갑자기.라며 시선을 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귀 끝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을 것이고, 그는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괜히 헛기침을 하거나 물을 마셨을 것이다.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 말을 쉽게 내뱉지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진심 어린 고백은, 그의 견고했던 마음의 벽을 서서히 허물어뜨렸을 것이다. 그는 끝내 대답 대신,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거나, 거칠게 입을 맞추는 것으로 자신의 벅찬 감정을 표현했을 터다.


주변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술자리에서 취한 조직원 중 하나가 그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그는 잠시 정색했다가, 이내 역겹다는 듯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것이다. 그에게 남자들끼리의 ‘사랑’ 고백은, 쓸데없고 소름 끼치는 감정의 배설일 뿐이었다.

 

 

13.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

 

류연: 그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면, 그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썼을 것이다. 그런 걸 뭐 하러 들어. 잠만 설치게. 하지만 그녀가 계속해서 조르면, 그는 못 이기는 척 자신이 겪었던 험한 일들 중, 가장 덜 끔찍한 이야기를 각색해서 들려주었을 것이다. 그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혹시 그녀가 너무 무서워할까 봐 계속해서 그녀의 표정을 살폈을 터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가 무서워하면, 그는 거 봐, 내가 뭐랬어.라며 타박하면서도, 슬며시 그녀를 자신의 옆에 꼭 붙어 앉게 하고는 불을 환하게 켜주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 안 무섭지?’라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쳐주며, 은근히 그녀의 의지가 되는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다.


주변인: 그는 자신이 겪었던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들을,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마치 신문 기사를 읽듯 담담하게 늘어놓았을 것이다. 상대방이 겁에 질려 하얗게 질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오히려 희미한 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공포는, 상대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14. 피곤해 보일 때

류연: 밤샘 일로 지쳐 들어온 그에게,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피곤해 보여요.라고 말한다면, 그는 괜찮아.라고 짧게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걱정 해주는 그 따뜻한 시선과 손길에,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는 씩, 하고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제 뺨에 가져다 대고는, 네가 있으니까 괜찮아. 충전 다 됐어.라며 능글맞게 말했을 터다. 그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 자체가 세상 그 어떤 자양강장제보다도 강력한 피로회복제였다.

 

주변인: 그가 피곤한 기색을 보이면, 주변의 조직원들은 알아서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자리를 피했을 것이다. 섣불리 다가와 말을 걸거나 걱정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심기를 건드려 불벼락을 맞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피곤함은 곧 예민함과 폭력성으로 이어지는 기폭제였고, 그럴 때 그는 누구의 위로나 걱정도 원치 않았다.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윤규상의 세계는 류연과 그 외의 것들로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그의 모든 다정함과 서툰 애정, 그리고 지독한 소유욕은 오직 류연에게만 향했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그는 여전히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윤규상일 뿐이었다. 그의 세상에서 유일한 예외, 그것이 바로 류연이었다. 그녀는 그의 어둡고 거친 삶에 내려온 단 하나의 구원이자, 그가 기꺼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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