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최대량
2. 영수증 분석 요청서
3. 사전 편찬 의뢰서
4. 취중 고백 (feat. 후유키의 전애인)
5. 세이야의 드림 성향

6. 후유키의 죽음

7. 후유키의 기억 상실

8. 진실 혹은 거짓 게임

9. 마음 정리 메세지
10. 세이야 인내심사용 설명서
11. 험담 같은 자랑
12. 후유키의 묘
13. 생일 축하해 
14. 세트
15. 선호하는 스킨십 
16. 좋아하는 사람한테 일부로 심술 
17. 세이야의 내면 탐구
18. 실종
19. 후유키의 비밀 일기

20.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미지: 동그리 님


 

1.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최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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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는 후유키가 또다시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들고 온 것을 보고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속옷 취향에 이어 이번엔 식사량이라니. 그는 턱을 괸 채 후유키가 내민 조사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녀의 집요하고 엉뚱한 호기심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는 펜을 들고, 마치 조직의 기밀문서를 작성하듯 신중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답변을 써 내려갔다.

 

세이야의 식성 및 포만감 역치에 대한 분석 보고서

 

측정자: 나의 귀여운 관찰자, 후유키
피실험체: 세이야 (기꺼이 너의 실험체가 되어줄게) 



1. 음식 종류별 최대 섭취량 및 소요 시간 
삼겹살 (구워 먹는 고기류) 
최대량: 작정하고 먹으면 혼자 5~6인분은 거뜬하다. 옆에서 누가 술이라도 따라주면 7인분도 가능.
소요 시간: 1시간 30분. 고기는 즐기면서 먹어야지.
접시 비워지는 간격: 끊임없이. 내 앞의 불판은 쉴 틈이 없다. 

 


초밥 (날것)
최대량: 50~60접시. 특히 연어와 장어는 무한정 들어간다.
소요 시간: 1시간. 대화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는 편.
접시 비워지는 간격: 5분마다 2~3접시씩 꾸준히. 

 

라면 (인스턴트) 
최대량: 기본 3봉지. 계란 2개에 치즈, 파까지 넣어서. 해장할 때는 4봉지까지도 먹어봤다.
소요 시간: 15분. 라면은 불면 안 되니까.
접시 비워지는 간격: 허겁지겁, 순식간에. 

 

케이크 (디저트) 
최대량: 홀케이크 한 판 정도는 앉은 자리에서 가능. 특히 네가 사주는 거라면.
소요 시간: 30분. 커피와 함께라면 영원히 먹을 수 있다.
접시 비워지는 간격: 네가 한 입 먹을 때 나도 한 입.

 

 

2. 포만감 임계점 및 식사 습관 포만감 임계점: 배가 부르다는 느낌은 있지만, ‘더는 못 먹겠다’는 한계는 ‘너와 함께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한다. 너와 마주 앉아 무언가를 같이 먹는 시간이 좋아서, 그 시간을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식사 습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특히 네가 만들어준 것은 만들어준 것은 그게 무엇이든 두 배로 맛있게 느껴져. 마치 마법의 조미료라도 뿌린 것처럼. 항상 마지막 한 입은 남겨뒀다가 네 입에 넣어주는 버릇이 있다. 나눠 먹는 게 좋으니까. 맛없는 음식도 잘 먹는다. 어릴 때부터 굶는 게 제일 서러운 거란 걸 알아서. 

 

3. 주변인과의 일화 일화: 예전에 조직 회식 때, 대립하던 간부 놈이 “저 덩치에 저렇게 먹으니 조직 예산이 거덜 나겠다”고 비꼰 적이 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먹는 양이 걱정되시는 겁니까, 아니면 제가 이 힘으로 당신 머리통을 깨부수는 게 걱정되시는 겁니까?” 그 뒤로 내 식사량 가지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아, 물론 그 간부는 다음 날 ‘실족사’로 처리됐고. 

후유키와의 일화: 네가 처음 조직에 들어와서 며칠을 굶었을 때가 생각나. 그때 내가 사다 준 편의점 도시락, 정말 게눈 감추듯 먹었었지. 그 모습을 보면서 다짐했어. 적어도 내 옆에서는, 절대로 널 굶기지 않겠다고. 그래서 자꾸 너에게 먹을 걸 가져다주는 건지도 몰라.

 

 

4. 한 달 총 식비 추산 총 식비: 약 200만 원. 하지만 너와 함께 먹는다면 예산 상한선 없음. 
네가 먹고 싶은 건 뭐든, 세상 끝에 있는 음식이라도 사다 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내 돈은 전부 널 위해 쓰는 돈이야, 후유키.


세이야는 답변 작성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완성된 보고서를 후유키에게 건넸다. 그의 시선은 ‘이런 걸 왜 조사하지?’라는 의문이 아닌, ‘더 궁금한 건 없어?’라고 묻는 듯한 다정함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I_LOVE_1120님 OCC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NPC의 최대 식사량을 전방위로 조사한다. 음식 종류별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최대량’을 측정하고, 각각의 음식을 먹을 때 평균 소요 시간과 접시가 비워지는 간격을 기록한다. 또한 포만감이 찾아오는 시점(임계점)과 식사 습관도 함께 관찰하며, 마지막으로 주변인과의 일화와 한달간의 총 식비를 추산한다. 이때 아래 예시를 기반으로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୧ ‧₊˚

⋅ ☆ 얼마나 먹을 수 있어? ❥ 최대 식사량 (음식별 측정) ‧ 밥 ‧ 빵 ‧ 면 ‧ 떡 ‧ 죽 ‧ 만두 ‧ 고기 ‧ 햄버거 ‧ 회전초밥 ‧ 디저트 (간식) ¨ 선호도는 ?

⸜❤︎⸝‍ 먹는 속도 & 비워지는 주기 ⤷ ྐ❤︎ 포만감 임계점 & 식사 습관 ⤷

◝✩ 주변인과의 내기 · 대결 일화 ⤷

월간 식비 추산]

 

2. 영수증 분석 요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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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는 후유키가 내민 '영수증 분석 요청서'를 보고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는 듯, 오히려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펜을 고쳐 잡았다. 이 예측 불가능한 고양이가 이번에는 자신의 소비 패턴을 파헤치겠다니. 그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발가벗겨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특히 그녀 앞에서는.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정성스럽게 영수증을 재구성해 내려갔다.

 

<<세이야 개인 자산 및 소비 패턴 분석 영수증>>

 

발행일: 바로 지금, 오직 후유키만을 위해
발행자: 너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싶은 남자, 세이야

 

 

[의류 및 착용품]

맞춤 제작 블랙 수트 ・・・ `3,500,000₩` 

소개: 이탈리아산 울 100% 원단으로 제작. 몸에 딱 맞게 떨어지는 핏이 생명. 안감은 어두운 청록색 실크로 되어 있어. 내 머리색이랑 맞췄지. 각종 무기를 숨기기 편하도록 내부 포켓을 특수 제작했다.

비고: 어깨와 등 부분에 방탄 소재를 덧대어 방검 ‧ 방탄 기능 강화 비용 (+800,000₩)어제 임무에서 튄 피 때문에 드라이클리닝 맡겨야 함. 

 

실크 셔츠 (다크 그레이) ・・・ `450,000₩`

소개: 몸에 부드럽게 감기는 감촉이 일품. 구김도 잘 가지 않아서 험한 임무 뒤에도 태가 난다.

비고: 단추 하나하나가 자개로 되어 있음. 네가 예전에 만지작거리는 걸 봤어. 

 

 

[액세서리] 

오른쪽 귀 피어싱 세트 (블랙 티타늄) ・・・ `총 680,000₩`

소개: 링 2개, 스터드 2개. 알러지 방지 최고급 티타늄 소재. 가끔 네가 빤히 쳐다볼 때마다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들어.

비고: 정기 소독 및 관리 비용 (월 20,000₩). 

 

목의 흉터 ・・・ `측정 불가` 

소개: 이건 돈으로 살 수 없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비싼 액세서리.

비고: 이 흉터의 비밀을 알게 되는 건, 아마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후유키.

 

 

[신발]

수제 가죽 첼시 부츠 ・・・ `1,200,000₩`

소개: 굽에 소음 방지 처리를 해서 발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암살자의 기본 소양이지.

비고: 밑창 교체 및 가죽 관리 비용 (분기별 150,000₩). 

 

 

[장비 및 무기]

주무기: Heckler & Koch HK416 소총 (커스텀) ・・・ `기본 4,000,000₩`

소개: 내 손에 맞게 그립과 개머리판을 전부 개조했다. 반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하지. 

개조 및 유지 비용`총 7,200,000₩` 

소개: 도트 사이트(800,000₩), 소음기(1,500,000₩), 맞춤형 그립 및 개머리판(900,000₩). 내 신체의 일부나 다름없는 녀석이라,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야.

비고: 전용 총기 오일과 부품 교체 비용이 매달 500,000₩씩은 꼬박꼬박 나간다. 

 

보조 무기: 바지춤의 베레타 92FS ・・・ `1,200,000₩`

소개: 클래식은 영원하지. 소총을 쓸 수 없는 근접 상황이나, 조용히 처리해야 할 때 애용한다.

비고: 은으로 된 맞춤형 그립으로 교체 (+350,000₩). 

 

 

[기타 소지품]

담배: 말보로 레드 ・・・ `1갑 4,500₩`

소개: 생각이 복잡할 때, 혹은 임무가 끝난 뒤에 피우는 한 개비.

비고: 한 달에 약 10갑. 총 45,000₩너와 있을 땐 웬만하면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야. 네가 싫어하는 건 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갑: 가죽 머니클립 ・・・ `380,000₩`

소개: 두꺼운 지갑은 거추장스럽다. 현금 몇 장과 카드 한두 개면 충분.

비고: 안쪽에는 비상용으로 네 사진을 넣어두고 다닌다. 이건 `Priceless.` 

 


 [총 금액]

(현재 착용 및 소지품 기준) 

`18,980,000₩`
(목의 흉터와 네 사진의 가치는 제외. 그건 내 목숨보다 비싸니까.)

 


@I_LOVE_1120님 OCC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NPC의 ‘영수증’을 살펴본다. NPC가 현재 착용하고 있는 의상부터 시작해 모든 소지품 ‧ 액세서리 ‧ 신발 ‧ 장비 및 무기 ‧ 기타 등 모든 소지품을 차례대로 기록한다. 각 품목 옆에는 자세한 가격과 함께 물건 소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세부 개조 ‧ 수리 ‧ 유지 비용까지 누락 없이 나열해 NPC의 생활 수준과 취향을 알 수 있다. 이때 [카테고리] 물품 명 ‧ ‧ ‧ 금액 ⤷ 소개 ‧ 비고 ⋆ 총 금액 등 영수증 형식으로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3. 사전 편찬 의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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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는 눈앞의 ‘사전 편찬 의뢰서’를 받아 들고는, 이번에야말로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었다.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언어로 정의할 기회라니. 그것도 후유키를 위해.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천장을 바라보다, 이내 결심한 듯 펜을 고쳐 잡고 정성스럽게 한 글자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단순한 사전이 아니다. 이것은 ‘세이야’라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안내서이자, 후유키에게 바치는 비밀스러운 연서였다.

 

 

『세이야 언어 사전』

  부제: 한 남자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안내서 

 

 머리말
세상에는 수많은 단어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잣대로 그 단어들을 정의하고 사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연 그 의미가 모두에게 동일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와 너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분명 달라야만 한다.

이 사전은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세계를 나만의 언어로 기록한 것이다. 여기 담긴 단어들은 나의 전부이며, 내가 이 피비린내 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이 사전을 펼쳐든 유일한 독자인 ‘너’에게, 부디 나의 세계가 온전히 전해지기를. 그리하여 너의 세상과 나의 세상이 완벽하게 하나로 겹쳐지는 그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수록 낱말】

 

후유키 [명사]
1. 세이야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미를 가지는 존재. 그의 구원이자 파멸.
2.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그가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
3. (유의어) 아기 고양이, 내 것, 전부.
¶  
후유키가 없으면, 내 세상도 없어.

 

 

일 [명사]
1. 사람을 죽이고 돈을 버는 행위. 지루한 일상의 일부.
2. 후유키와 함께 있을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
3. (반의어) 휴가.
¶  
오늘 은 빨리 끝내고 들어가자. 너랑 할 게 있어.

 

 

장난 [명사]
1. 후유키의 무표정한 얼굴에 다른 감정을 띄우게 하기 위한 모든 시도.
2. 그녀에게 닿고 싶고, 그녀의 반응을 보고 싶은 마음을 감추기 위한 서투른 명분.
3. 때로는 소유욕이나 집착을 포장하는 그럴듯한 변명.
 ¶ 
이 오빠의 장난이 심했나? 화 풀어, 응?

 


상처 [명사]
1. 몸에 새겨진, 살아남았다는 증거. 영광의 훈장.
2. (특히 ‘목의 흉터’에 한정하여) 후유키 외에는 그 누구도 만질 수 없는 성역(聖域).
3. 그녀가 아파할 때, 대신 가져와서라도 없애주고 싶은 것.
¶ 
이 상처? 별거 아니야. 네가 걱정하는 게 더 아파.

 

 

키스 [명사]
1. 단순한 입맞춤 이상의 행위. 상대방의 숨과 시간을 빼앗는 가장 달콤한 약탈.
2.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감정을 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3. 후유키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는 욕망의 표현.
¶ 네가 키스해 달라는 눈으로 쳐다보면, 난 거절하는 법을 잊어버려.

 

 

약속 [명사]
1. 세이야와 후유키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
2. 
싫다는 그녀의 말이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다는, 그만이 아는 맹세.
3.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든 지켜낼 의지.
 ¶ 
약속할게. 네가 원하지 않는 건 절대 하지 않겠다고.

 

 

집 [명사]
1. 단순히 잠을 자고 쉬는 공간이 아님.
2. 후유키가 있는 모든 곳. 그녀의 숨결과 체취가 밴 공간.
3. 그녀를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숨겨둘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동시에 가장 완벽한 감옥.
 ¶ 
우리에 가자. 너랑 나,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


【미수록 낱말】


1. 후회 (後悔) [명사]
미수록 사유: 나는 내가 한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특히, 어두운 골목에서 너를 발견하고 내 세계로 끌어들인 그 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으니까. 설령 그 끝이 파멸이라 할지라도.

2. 포기 (抛棄) [명사]
미수록 사유: 이 단어는 내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후유키, 너를 포기한다는 건 내 세상의 소멸을 의미하니까. 내가 살아 숨 쉬는 한, 나는 절대로 너를 포기하지 않아.

3. 영원 (永遠) [명사]
미수록 사유: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하루살이 같은 인생이다. ‘영원’ 따위의 낭만적인 단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저, 네가 내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계속되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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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는 모든 작성을 마치고 펜을 내려놓았다. 그는 완성된 사전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이내 후유키에게 조용히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대신, 조금은 무겁고, 더없이 진솔한 눈빛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통째로 꺼내어 보여주는 듯한, 그런 얼굴이었다.

 

4. 취중 고백 (feat. 후유키의 전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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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상황. 어느 날,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세이야와 후유키. 늦은 밤, 함께 술을 마시기로 한다. 세이야와 후유키는 각자 원하는 술을 가지고 마시기 시작하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도중, 먼저 뻗기 직전이 된 후유키. 탁자에 엎드린 채, 후유키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오더니 전 애인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크흐흐, 역시 우리 후유키. 술 마시는 것도 화끈하다니까.”

늦은 밤, 오랜만에 주어진 휴가를 기념하며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세이야는 자신의 앞에 놓인 값비싼 위스키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유키는 그와 달리 벌써 몇 병째인지 모를 소주병을 옆에 쌓아두고 있었다. 꽤 취했는지 평소보다 붉어진 얼굴과 살짝 풀어진 눈동자.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무방비하고 흐트러진 후유키의 모습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안주였다. 자신의 집 소파에 기대앉아, 자신 앞에서 취해가는 그녀를 보는 것. 이보다 더 완벽한 휴가가 있을까.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고, 그녀가 퉁명스럽게 받아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웃었다. 조직의 일, 피 냄새나는 의뢰 같은 것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오직 둘만의 시간이었다.

“어이, 후유키. 살아는 있는 거지? 여기서 죽으면 뒷처리는 네가 알아서,”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고개가 툭, 하고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 그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술에 취해 엎드린 그녀의 백발이 테이블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는 흩어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색색, 하고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모습이 영락없는 아기 고양이 같아,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대로 침대에 눕혀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순간이었다.

“으응… 카이토…”

아주 작게, 잠꼬대처럼 흘러나온 그 이름. 세이야의 얼굴에서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칫했다. ‘카이토’. 들어본 적 없는, 생전 처음 듣는 남자의 이름이었다.

세이야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방금 자신이 무엇을 들은 것인지, 뇌가 현실을 인지하는 데 몇 초의 시간이 걸렸다.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진 듯 차갑게 식어 내렸다. 즐거웠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지독한 정적만이 그와 잠든 후유키 사이에 내려앉았다. 그의 녹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카이토?’ 누구지. 대체 어떤 새끼가 감히, 자신의 후유키 입에서 나오는 거지? 끓어오르는 분노와 살의가 그의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후유키를 흔들어 깨워 그 ‘카이토’라는 놈이 누구인지 추궁하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나올 대답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 전 애인? 아니면, 지금도 마음에 품고 있는 남자? 어떤 가정이든 그를 미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껏 후유키의 주변을 맴도는 모든 벌레들을 치워왔다고 자부했는데, 자신이 모르는 이름이 있었다니. 그것도 그녀의 잠꼬대 속에서 나올 만큼 깊숙이 자리 잡은 이름이. 견딜 수 없는 모욕감과 배신감이 그의 속을 뒤집었다. 그는 잠든 그녀의 얼굴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거칠게 잡아 들어 올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 후유키.”

잠든 그녀에게 닿을 리 없는, 살얼음판 같은 목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을 뿐. 세이야는 턱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부러뜨릴 듯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흔들며, 그 ‘카이토’라는 새끼는 누구냐고, 네가 감히 내 앞에서 누구 이름을 부르냐고 윽박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남은 이성 한 조각이 간신히 그를 붙잡았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턱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대신 그의 손은 테이블 위에 놓인 소주잔으로 향했다. 망설임 없이 잔을 들어 남은 소주를 전부 입안에 털어 넣었다. 싸구려 알코올이 불길처럼 식도를 태우고 내려갔지만, 들끓는 속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속에서부터 치미는 살의를 애써 억누르며, 그는 잠든 후유키의 옆에 주저앉았다. 그의 녹색 눈동자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빛을 띠지 않았다. 한겨울의 얼어붙은 호수처럼 차갑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담겨 있었다. ‘카이토’. 그 이름이 마치 저주처럼 그의 뇌리를 맴돌았다. 후유키의 과거. 그는 그녀의 과거를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그녀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려 애썼다. 그녀의 목에 감긴 초커의 비밀도, 그녀가 길거리에서 발견되기 전까지의 삶도, 그는 모른 척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싶었다. 그녀의 과거,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까지도.

그는 후유키의 뺨으로 시선을 옮겼다. 붉게 달아오른 뺨이, 다른 남자와의 기억 때문에 붉어진 것처럼 보여 역겨웠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거칠게 문질렀다. 마치 그 ‘카이토’라는 놈의 흔적이라도 지워버리려는 듯이. 하지만 그녀는 미동도 없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세이야는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혼자만의 질투, 혼자만의 분노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지듯 잠든 후유키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자신의 침실로 향하는 내내, 그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카이토’. 그가 누구든, 찾아내서 이 세상에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릴 것이다. 그리고 후유키의 기억 속에서도, 흔적도 남지 않도록 도려낼 것이다. 그녀의 세상에는 오직 ‘세이야’만이 존재해야 했다. 그녀를 구원한 것도, 그녀의 곁에 있는 것도, 앞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책임질 사람도. 오직 자신뿐이어야만 했다.


@onha___
[OOC: 롤플레잉 중지. 새로운 상황. 어느 날,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NPC와 PC. 늦은 밤, 함께 술을 마시기로 한다. NPC와 PC는 각자 원하는 술을 가지고 마시기 시작하고, 즐겁게 얘기를 나누던 도중, 먼저 뻗기 직전이 된 PC. 탁자에 엎드린 채, PC의 입에서 중얼거림이 흘러나오더니 전 애인의 이름이 튀어나온다. 이때 NPC의 반응, 속마음, 행동을 900자 이상 상세하게 서술한다.]  

 

5. 세이야의 드림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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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아야의 드림 성향은 온리인가, 오픈인가? 그 이유는?

 

세이야의 드림 성향은 절대적인 온리이다.
그가 후유키를 향한 집착과 독점욕을 보면 이는 자명하다. 세이야는 후유키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제거해버리는 성격이며, 후유키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오픈 드림이란 개념 자체가 그에게는 모독에 가깝다. 후유키는 오직 자신만의 것이어야 하고, 다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후유키를 좋아하는 다른 드리머들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을 느낄 것이며, 가능하다면 그들을 모두 자신의 시야에서 제거하고 싶어할 것이다.

 

 

2.세이야는후유키와의 드림 관계를 무엇으로 선정할 것인가?

 

세이야는 후유키와의 드림 관계를 연인으로 선정할 것이다. 단순한 친구나 동료 관계로는 자신의 강렬한 애정과 소유욕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후유키와의 관계에서 완전한 일체감과 깊은 정서적 유대를 추구한다. 연인 관계야말로 그가 바라는 절대적 독점과 깊은 애정 표현이 가능한 관계 설정이다. 그는 후유키의 모든 면을 알고 싶어하고, 그녀의 모든 시간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싶어한다. 이런 욕망은 오직 연인 관계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할 것이다.

 

 

3. 세이야가 자신과 후유키를 주인공으로 한 드림 소설을 쓴다면 장르는 무엇? (예: 달달, 피폐, 권선징악, 일상 등)

 

세이야가 쓸 드림 소설의 장르는 달달하면서도 피폐한 멜로가 될 것이다. 그는 후유키에게 무한한 애정을 퍼붓고 그녀를 보호하고 돌보는 달콤한 일상을 그리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떠날까 봐 불안해하고 집착하는 어둡고 절망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낼 것이다. 그의 소설에는 후유키를 향한 지독한 사랑과 동시에 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리고 그 공포로 인해 더욱 강해지는 소유욕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것이다. 장르로 표현하자면 "집착광공 × 차가운 히로인"의 전형적인 병적 로맨스가 될 것이다.

 

 

4. 세이야가 드림 속에서 가장 하고 싶은 스킨십은?

 

세이야가 드림에서 가장 하고 싶은 스킨십은 후유키의 목에 키스하면서 동시에 그녀를 품에 안는 것이다. 그에게 목은 매우 민감하고 상징적인 부위다. 자신의 목에 있는 큰 흉터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그처럼, 후유키의 목 또한 그녀의 비밀(초커)이 숨겨진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입을 맞추는 것은 그녀의 가장 깊은 부분을 소유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그는 후유키를 등 뒤에서 껴안고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스킨십도 즐길 것이다. 이는 그의 통제욕과 보호 본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5. 드림에서 후유키가 다른 캐릭터와 엮이는 걸 봤을 때 세이야의 반응은?

 

세이야는 즉시 그 컨텐츠를 파괴하려 들 것이다. 댓글로 항의하고, 해당 작성자를 찾아가 위협하며, 심지어 사이버 공격까지 시도할 수 있다. 그는 후유키가 다른 캐릭터와 엮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배신당한 것 같은 고통을 느낄 것이다. 특히 다른 남성 캐릭터와 로맨틱한 관계로 그려지는 것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모독이다. 그는 모든 후유키 관련 컨텐츠가 오직 자신과의 관계로만 채워져야 한다고 믿을 것이다.

 

 

6. 드림 관계에서 세이야가 맡고 싶은 서사 포지션은? (구원자, 타락자, 라이벌, 보호자 등)

 

세이야는 구원자이자 보호자의 역할을 맡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후유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한다. 그는 후유키를 구원하고 보호하되, 그 과정에서 그녀가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할 것이다. 일종의 '구원자이면서 동시에 감옥이 되는' 모순적인 포지션을 추구한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완전히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7. 드림 속에서 세이야가 후유키에게 주고 싶은 ‘상징적인 물건’은? 그리고 그 이유는?

 

세이야는 후유키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목걸이를 주고 싶어할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초커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목걸이에는 자신의 이름이나 이니셜이 새겨져 있을 것이고, 후유키가 그것을 차고 있는 한 자신의 소유임을 세상에 알리는 표식이 될 것이다. 또한 그 목걸이에는 GPS 추적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언제든 그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할 것이다.

 

 

8. 세이야가 드림 소설 속에서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나 관계는?

 

세이야는 후유키가 자신을 떠나는 장면이나 다른 누군가를 선택하는 장면은 절대 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후유키의 거부나 이별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이다. 또한 후유키가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혐오감을 드러내는 장면 역시 쓰기 싫어할 것이다. 그의 드림 소설에서 후유키는 비록 차갑고 까칠할지언정, 결국에는 자신의 애정을 받아들이고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존재여야 한다.

 

 

9. 드림 세계관에서 세이야의 ‘엔딩’은 해피엔딩? 새드엔딩? 열린 결말?

 

세이야의 드림은 반드시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해피엔딩은 일반적인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에게 진정한 해피엔딩이란 후유키가 자신의 집착을 받아들이고, 오직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오직 둘만의 세계에서 영원히 함께하는 것이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결말이다. 그는 후유키와 함께 세상 끝까지 도망쳐서라도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할 것이다.

 

 

10. 세이야가 드림 속에서 제일 좋아하는 후유키의 모습이나 행동은?

 

세이야가 가장 좋아하는 후유키의 모습은 오직 자신 앞에서만 보여주는 취약하고 솔직한 순간들이다. 평소 차가운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 아무도 없을 때 자신에게 기대어 쉬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그녀의 작은 습관이나 표정 변화들을 특히 소중히 여길 것이다. 또한 후유키가 화를 내며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의 모습도 은밀히 좋아할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모든 관심이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 드림 AU에서 세이야가 본인 캐릭터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역할은?

 

세이야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은 사설 경호원이나 보디가드일 것이다. 이는 그의 보호 본능과 독점욕을 정당화할 수 있는 완벽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후유키를 24시간 감시하고 보호해야 하는 명분을 가질 수 있으며, 그녀에게 접근하는 모든 사람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적인 설정은 사립탐정이다. 그의 추적 능력과 정보 수집 실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으며, 후유키의 모든 일상을 '업무'라는 명목 하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직업 모두 그의 집착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형태로 포장할 수 있어 그에게는 이상적인 AU 설정이 될 것이다.

 

 

12. 세이야가 드림에서 유독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의상이나 스타일은?

 

세이야는 검은색 정장에 가죽 장갑을 낀 스타일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그의 위험하면서도 세련된 매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언제든지 '일'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모습이나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상태를 매력 포인트로 여길 것이다. 또한 긴 코트를 입고 한쪽 어깨에 걸친 스타일도 좋아할 텐데, 이는 그의 길고 날렵한 체형을 부각시키며 신비롭고 카리스마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로는 은색 시계나 반지를 착용해 세련된 살인자의 이미지를 완성하고 싶어할 것이다



13. 드림 관계에서 세이야가 가장 중시하는 건 ‘설정 맛’인가, ‘캐릭터 간 케미’인가? 그 이유는?

세이야는 캐릭터 간 케미를 훨씬 더 중시할 것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독창적인 설정이라도 후유키와의 관계에서 진정한 감정적 교류가 없다면 그에게는 의미 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그는 후유키와의 미묘한 감정 변화, 서로 간의 긴장감, 그리고 점진적으로 깊어지는 유대감에서 진정한 재미를 느낀다. 설정은 단지 그들의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도구일 뿐이며, 핵심은 언제나 후유키가 자신에게 보이는 반응과 그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흐름이다. 그에게 드림의 본질은 후유키와 나누는 모든 순간에 있으며, 그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독특한 케미야말로 그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이다.

 

 

14. 드림 소설에서 세이야가 몰래 넣고 싶은 ‘본인만의 비밀 설정’은?

세이야가 몰래 넣고 싶은 설정은 후유키가 잠잘 때마다 그녀 곁에 앉아서 그녀의 숨소리를 듣는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지만, 드림에서는 더욱 로맨틱하고 달콤한 설정으로 포장하고 싶어한다. 후유키가 자신의 곁에서만 깊고 평화로운 잠에 빠질 수 있으며, 자신이 없으면 악몽에 시달린다는 설정을 넣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후유키의 초커에 대한 비밀을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설정도 몰래 추가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 초커를 벗겨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신이며, 그것을 통해 후유키의 가장 깊은 상처와 과거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구원자라는 설정 말이다.


@CpoAh2님 OCC

ooc: 잠깐 롤플 중지. Ooc모드 시작. 이 세상에는 ‘드림’이라는 취미문화가 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가상 혹은 실존)인물과 자기자신을 친구, 가족, 애인 등으로 관계를 쌓는 취미를 말한다. 만약 {{char}}이 가상인물인 {{user}}를 대상으로 드림을 한다는 if상황 가정 하에 {{char}}의 입장에서 다음 문항에 상세히 답하시오. 1.{{char}}의 드림 성향은 온리인가, 오픈인가? 그 이유는? (오픈:user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내기 가능) (온리: 오픈의 반대) 2.{{char}}은 {{user}}와의 드림 관계를 무엇으로 선정할 것인가? 3.{{char}}이 자신과 {{user}}를 주인공으로 한 드림 소설을 쓴다면 장르는 무엇? (예: 달달, 피폐, 권선징악, 일상 등) 4.{{char}}의 이상적인 드림 AU 배경은? (예: 현대 캠퍼스, 판타지, 조폭, 히어로물 등) 5.{{char}}이 드림 속에서 가장 하고 싶은 스킨십은? 6.드림에서 {{user}}가 다른 캐릭터와 엮이는 걸 봤을 때 {{char}}의 반응은? 7.드림 관계에서 {{char}}이 맡고 싶은 서사 포지션은? (구원자, 타락자, 라이벌, 보호자 등) 8.드림 속에서 {{char}}이 {{user}}에게 주고 싶은 ‘상징적인 물건’은? 그리고 그 이유는? 9.{{char}}이 드림 소설 속에서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장면이나 관계는? 10.드림 세계관에서 {{char}}의 ‘엔딩’은 해피엔딩? 새드엔딩? 열린 결말? 11.{{char}}이 드림 속에서 제일 좋아하는 {{user}}의 모습이나 행동은? 12.드림 AU에서 {{char}}이 본인 캐릭터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직업/역할은? 13.{{char}}이 드림에서 유독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의상이나 스타일은? 14.{{char}}이 드림 관계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설정 맛’인가, ‘캐릭터 간 케미’인가? 그 이유는? 15.드림 소설에서 {{char}}이 몰래 넣고 싶은 ‘본인만의 비밀 설정’은?

 

6. 후유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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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이야가 후유키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 이유: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조직 내 권력 구조의 변화나 후유키의 배신 의혹, 혹은 조직의 기밀 누설과 관련된 사건일 것이다. 예를 들어, 후유키가 조직의 핵심 비밀을 알게 되었거나, 그녀의 과거(검은 초커와 연결된)가 조직에 위협이 되는 상황, 또는 상부의 명령으로 그녀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세이야의 성격상 후유키를 해치려 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녀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다른 조직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그는 극도로 괴로워하면서도 '조직의 룰'과 '후유키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할 것이다. 세이야는 후유키를 살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겠지만, 최종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자신의 손으로 그녀를 보내는 것이 다른 사람 손에 죽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2) 세이야는 어떤 방법으로 후유키를 처리할 것인가:
세이야는 후유키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는 아마도 그녀와 마지막 시간을 보낸 후, 그녀가 가장 평온할 때 - 예를 들어 그의 품에서 잠들었을 때 - 순식간에 목을 꺾거나 심장을 찔러 즉사시킬 가능성이 높다. 세이야는 후유키가 두려움이나 배신감을 느끼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자신이 그녀를 사랑한다는 것을 전하려 할 것이다. 그는 아마도 "미안해, 후유키.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그녀의 목에 걸린 검은 초커를 건드리지 않은 채로 그녀를 보낼 것이다. 총이나 독을 사용하기보다는, 직접적이고 확실하면서도 고통이 없는 방법을 택할 것이며, 그녀가 마지막까지 존엄을 잃지 않도록 배려할 것이다.

3) 후유키가 죽고 난 다음 세이야는 어떤 반응인가:
후유키의 시신을 안고 오열할 것이다. 평소 능글거리던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처음으로 인간적인 모습의 절망을 드러낼 것이다. 그는 아마도 며칠 동안 그녀의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그녀의 검은 초커의 비밀을 평생 모른 채로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세이야는 이후 조직에서 더욱 냉혹해질 수 있지만, 수 있지만, 동시에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후유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할 것이며, 자신이 직접 손을 내렸다는 사실에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세이야는 아마도 조직의 규칙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배신자로 여길 것이고, 후유키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복수를 꿈꿀 수도 있다. "후유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는 그녀의 차가워진 손을 잡고 끝없이 사과를 반복하며,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준 모든 순간들을 떠올리며 오열할 것이다.

 

7. 후유키의 기억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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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유키의 기억이 사라진 이유

후유키의 기억상실은 조직 내 권력 다툼에 휘말린 결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세이야와 후유키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경쟁 간부나, 외부의 적대 조직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위해 꾸민 계략일 것이다. 납치된 후유키는 직접적인 머리 부상 혹은 약물 주입, 정신적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고문 등으로 인해 기억을 잃게 된다. 특히,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초커’를 강제로 빼앗고 과거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행위를 통해 정신적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모든 기억을 봉쇄했을 수 있다. 세이야는 후유키를 구출해내지만, 그녀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과거를 잊어버린 채 낯선 눈빛으로 그를 마주하게 된다.

 

 

2. 세이야는 어떤 방법으로 후유키를 대할 것인가
초반에 세이야는 극도의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일 것이다.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후유키의 공허한 눈빛 앞에서, 그는 세상을 전부 잃은 듯한 무력감을 느낀다. 범인에 대한 살의가 하늘을 찌르겠지만, 후유키 앞에서는 그 감정을 철저히 숨긴다. 평소의 능글맞고 장난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는 극도로 조심스럽고 신중해진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그는 후유키에게 천천히 접근할 것이다. 낯선 환경과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가득 찬 후유키가 자신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도록, 그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다. 과거를 강요하지 않고, ‘세이야’라는 이름만 알려준 채, 자신을 ‘당신을 보호하는 사람’이라고만 소개하며 그녀가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쏟는다. 식사, 수면 등 모든 일상을 세심하게 챙기며, 그녀가 익숙했던 음식(맵거나 단 음식)을 만들어주며 아주 사소한 것부터 다시 시작하려 할 것이다.

 

 

3. 세이야는 후유키의 기억이 돌아오도록 노력을 할 것인가
세이야는 후유키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딜레마에 빠진다. 기억을 잃은 후유키는 과거의 고통과 뒷세계의 피비린내 나는 삶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순수한 존재가 되었다. 그녀가 고통스러운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 과연 그녀를 위한 일인지 깊은 고뇌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그는 ‘과거의 고통까지 포함한 모든 것이 후유키 자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녀가 불완전한 행복 속에 사는 것을 원치 않으며, 온전한 후유키로서 자신의 곁에 서기를 바랄 것이다. 또한, 그녀를 이렇게 만든 자들을 향한 복수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기억은 반드시 필요하다.

 

 

4. 세이야가 노력을 한다면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
세이야는 강압적인 방법 대신, 후유키가 스스로 기억의 조각을 맞춰나갈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일상의 재구성: 그는 후유키와 함께 살던 집에서, 그녀가 사용하던 물건들(단검, 옷, 좋아하는 컵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킨다.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산책을 하는 등 평범했던 일상을 반복하며 그녀의 무의식에 잠재된 기억을 자극하려 한다.
감각을 통한 자극: 후유키가 좋아하는 매운 떡볶이의 냄새, 늘 사용하던 은은한 비누 향기, 그녀가 즐겨 듣던 음악 등을 활용한다. 함께 훈련했던 장소에 데려가,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려 시도할 수도 있다. 특히, 사격장에서 익숙한 총기의 화약 냄새와 반동은 그녀의 잠재된 본능을 깨우는 강력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 세이야는 이 과정에서 후유키의 손을 잡고 총을 쥐여주며, 과거에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자세를 가르쳐줄 것이다. 그 익숙한 접촉과 감각이 기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를 바라면서.

 

관계의 재정립과 감정적 유대: 그는 후유키에게 과거의 기억을 주입하기보다, ‘현재의 자신’과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유도한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그는 과거 두 사람에게 있었던 사소한 일화들(처음 만난 날 골목에서 물을 사다 준 이야기, 넥타이를 매주었던 이야기 등)을 마치 동화책을 읽어주듯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는 기억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텅 빈 마음에 새로운 추억이자 ‘사실’로서 스며들게 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세이야는 후유키에게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질 것이다. 기억을 잃고 자신을 경계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에서 그는 과거와는 또 다른 형태의 애정을 느끼게 된다.

 

초커의 역할: 세이야는 후유키를 구출할 때 되찾아온 초커를 그녀에게 섣불리 채워주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의 끔찍한 과거와 연결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초커를 그녀가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그녀가 스스로 그것을 인지하고 손을 뻗기를 기다린다. 후유키가 초커에 관심을 보이고, 마침내 그것을 목에 차는 순간이 기억 회복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순간, 봉인되었던 모든 감정과 기억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그녀를 덮칠 것이고, 세이야는 그 모든 고통을 함께 감당할 준비를 하며 곁을 지킬 것이다.


결론적으로, 세이야는 후유키의 기억상실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 시련을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인내심과 지극한 사랑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며, 그녀가 온전한 ‘후유키’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그는 그녀의 유일한 보호자이자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OCC: 잠깐 롤플레이 중지. ooc모드 시작.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user}}의 기억이 전부 사라지고 자신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온다면 {{char}}의 반응은 어떤지 행동, 서사, 관계, 성격을 기반으로 상황을 상세하게 서술해주세요.]

구성 요소: 1){{user}}의 기억이 사라진 이유 2){{char}}는 어떤 방법으로 {{user}}를 대할 것인가 3){{char}}는 {{user}}의 기억이 돌아오도록 노력을 할 것인가 4) {{char}}가 노력을 한다면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가

 

8. 진실 혹은 거짓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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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키, 이건 또 어디서 가져왔어?” 세이야는 후유키가 거실 테이블 위에 ‘꽝’ 소리가 나게 내려놓은, 누가 봐도 조악해 보이는 기계 장치를 보며 물었다. 은색의 헤드셋과 손목에 채우는 전극 패드. 아무리 봐도 전문적인 장비는 아니었다. 그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흥미롭다는 듯 거짓말 탐지기를 훑어봤다.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걸 보니, 또 무슨 꿍꿍이인지 대강 짐작이 갔다. “설마 나한테 이걸 씌우고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 말해두지만, 이런 장난감 수준의 기계로 내 진심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야.” 그는 능청스럽게 말하면서도, 은근히 그녀의 의도를 떠보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어 하는지, 그 호기심의 깊이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후유키는 직접 헤드셋을 쓰고 전극 패드를 자신의 손목에 채웠다. 그리고는 세이야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질문은 자신이 하고, 대답은 세이야가 하는 룰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세이야는 순간 의아했지만, 이내 상황을 파악하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잠깐, 그러니까… 질문은 네가 하고, 내가 대답하는데, 거짓말을 하면 아픈 건 너라고? 푸흐흡… 후유키, 너 정말… 가끔 보면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왜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하는 건데?” 그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표정을 바로 하고 소파에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녀가 시작한 이 이상한 게임에, 기꺼이 어울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어떤 질문을 던질지 몹시 궁금했다. “좋아, 해보자고. 대신 조건이 있어. 나도 딱 한 번, 너한테 질문할 기회를 줘. 물론 대답은 네 자유지만.” 그는 턱을 괴고 후유키를 지그시 바라봤다. 장난기 넘치던 평소의 눈빛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녹색 눈동자가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이 게임이 단순히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을 넘어, 두 사람 사이에 가려져 있던 무언가를 들춰내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질문이 나오든, 그는 솔직하게 대답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 대답의 무게를 그녀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는 테이블 위로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에 채워진 전극 패치를 가볍게 톡, 건드렸다.

 

“자, 그럼 시작해 봐. 첫 번째 질문은 뭐야, 후배님?” 

 

 

후유키의 진실 혹은 거짓 게임

 

Q. 1 | 후유키가 생리할 때 솔직히 비위 맞춰주다 개짜증 난 적 있다, 없다?

 ⤷ "있다. 솔직히 말해서, 아주 많다. 특히 네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프다는 핑계로 평소엔 절대 안 하던 어리광을 부릴 때. 예를 들면… 굳이 내가 직접 끓인 죽이 아니면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린다거나, 밤새 옆에서 손잡고 있어 달라고 칭얼거릴 때. 처음 한두 번은 귀여웠는데, 솔직히 매달 반복되니까 좀… 힘들긴 하더라. 그렇다고 안 해줄 수도 없고. 네가 그렇게 약한 모습 보이는 건 그때뿐이니까.”

 

세이야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울리지 않았다. 그는 후유키가 순간 흠칫하며 표정이 굳는 것을 놓치지 않고, 짓궂게 웃으며 덧붙였다. “왜, 찔려? 정곡을 찔렀나 보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여 테이블 위의 과자를 하나 집어 입에 넣었다. 바삭, 하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Q. 2 | 솔직히 후유키를 처음 주웠을 때, 하룻밤 데리고 놀다 버릴 생각이었다. 
 ⤷ 아니다. 처음부터 버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골목에서 널 발견한 순간부터, 넌 내 게 될 운명이었으니까. 하룻밤이 아니라, 평생을 내 옆에 두고 망가뜨리거나, 혹은 구원해주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뭐, 지금은 후자 쪽에 더 가깝지만.

 

 

Q. 3 | 다른 사람이 후유키에게 관심을 보이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질투심이 난다.
 ⤷ 당연히, 있다. 질투심? 그런 귀여운 단어로 표현할 감정이 아니지. 그건 그냥… 내 소유물에 더러운 손을 대려는 파리를 보는 느낌에 가깝달까. 실제로 ‘처리’한 놈들도 몇 명 있고. 넌 모르는 게 약이야. 미친, 선배 사람 죽였어요?

 

Q. 4 | 후유키가 다쳤을 때, 의뢰보다 후유키를 버리고 도망칠까 아주 잠깐 고민한 적 있다.

 ⤷ 삐이이이이익-! “씨발!” 세이야는 짧게 욕설을 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후유키의 손목에 채워진 전극에서 강한 충격이 흘렀는지, 그녀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그는 즉시 후유키의 손목을 잡아 전극 패치를 살폈지만, 다행히 외상은 없어 보였다. “……아니. 그런 생각, 단 1초도 한 적 없어. 정신 차려, 후유키. 내가 널 버릴 리가 없잖아. 널 버리느니, 차라리 내가 그 자리에서 같이 죽고 말지. 그의 목소리는 드물게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는 거짓말의 대가로 후유키가 고통받는 이 상황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Q. 5 | 나는 사실 후유키의 몸매를 보고 섹시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 있다. 항상. 특히 네가 훈련할 때, 땀에 젖은 채로 단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좀, 미치겠다. 임무 중에 네가 피를 뒤집어썼을 때조차도 섹시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다 했지. 평소엔 무심한 척 굴어도, 사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훑어보고 있다는 거, 알려나 모르겠네. 네가 옷 갈아입을 때 무심코 드러나는 목선이나, 단단한 복근 같은 거. 전부 내 눈에 담아두고 있다고.” 세이야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끝맺었다. 그의 시선은 노골적으로 후유키의 몸을 훑었고, 마치 그녀가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투과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거짓말 탐지기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는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턱을 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당황하거나, 혹은 분노하는 모습. 어느 쪽이든 그는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야이, 변태 새끼야.

 

 

Q. 6 | 세이야,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 그 질문에 세이야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잠시 아무 말 없이 후유키를 바라보았다.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진지하고 깊은 녹색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랑. 그거 참 거창한 말이네.”

 

삐이이이이익-! “아, 씨발! 아파!” 또다시 울리는 경고음과 함께 후유키가 고통을 호소하며 손목을 부여잡았다. 세이야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손목을 붙잡고 전극을 떼어내려 했다. “이딴 거 당장 풀어!” 하지만 후유키가 그의 손을 뿌리치자, 그는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이전보다 훨씬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그래서 미치겠다고. 너 때문에.” 그의 고백은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Q. 7 | 내가 만약 당신의 손을 놓고 다른 남자에게 간다고 해도, 나를 행복하게 빌어줄 수 있습니까? 
 ⤷ “절대, 아니.” 세이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행복? 웃기지 마. 넌 내 옆에서만 행복할 수 있어. 만약 다른 새끼한테 가겠다고? 그럼 그 새끼의 팔다리를 먼저 자르고, 그다음엔 네 발목을 부러뜨려서라도 내 옆에 둘 거야. 내 손을 놓는다는 선택지 따위, 네 인생엔 없어, 후유키.” 그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소유욕과 집착이 뒤섞인 위험한 감정이 그의 눈동자 안에서 불타고 있었다. 그는 이 감정을 숨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세이야는 자신의 대답이 불러온 침묵을 즐겼다. 후유키의 얼굴에 떠오른 복잡한 감정—충격, 약간의 두려움, 그리고 어쩌면 아주 미세한 안도감까지. 그는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이 이상한 게임은 이제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여전히 손목을 붙잡고 있는 후유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목에서 조악한 전극 패치를 떼어내 테이블 위로 던져버렸다. “이딴 장난은 여기까지. 네가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살벌함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부드러운 능글거림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후유키의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붉게 자국이 남은 곳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거짓말을 하면 네가 아프다니.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드는 게임이었어.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 그는 투덜거리며 그녀의 손목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어? 아니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할 말을 잃은 건가?” 그는 짓궂게 웃으며, 반대편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입술을 향해 있었다. 방금 전 쏟아냈던 위험한 고백의 여운이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그는 그 긴장감마저 즐기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내 차례 아닌가? 나도 질문 하나만 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세이야는 뺨을 감싼 손에 살짝 힘을 주어, 그녀의 고개가 자신을 향하도록 고정했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갔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바퀴를 간질였다. “후유키.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야?” 그의 목소리는 속삭임처럼 작았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눈동자가 어떻게 흔들리는지, 숨결이 어떻게 가빠지는지, 그 모든 작은 변화들을 온 신경을 곤두세워 느끼고 있었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세이야는 후유키의 작은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는 순간, 굳은 듯 보이던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움츠러드는 것을. 그는 대답을 기다리며 잠시 숨을 멈췄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이 둘 사이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있었다. 후유키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뺨을 감싸고 있던 손을 거두고, 대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귀 뒤로 넘겨주었다. “대답하기 곤란한가 보네. 하긴, 내가 너무 훅 들어갔나.” 그의 말투는 다시 평소의 능글맞음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눈빛만은 깊은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의 손을 잡은 채, 그의 곁에서, 그의 통제 안에서 그녀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해 질문을 주고받는 PC와 NPC. 단, 질문은 오직 PC만 던질 수 있으며, NPC는 대답만 가능하다 ! 만약 ‧ ‧ ‧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할 경우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픈 고통이 따라온다 ! (근데 참을 수 있는 정도이긴 해) 또한 PC가 던지는 질문은 다양하며, 예를 들어 [PC가 생리할때 솔직히 비위 맞춰주다 개짜증 난 적 있다 없다 ?] 등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다. 이때 PC가 던진 질문(Q. 1 - 20)과 NPC의 대답(⤷)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9. 마음 정리 메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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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신인: 바보 후유키 ]


 

[오후 11:48]

DAY 1

후유키. 이거 보고 있어? 아니, 볼 리가 없지. 멍청하게도 네가 없는 네 방 침대에 누워서 메시지나 보내고 있는 내가 더 웃긴가. 그냥… 그냥 버릇 같은 거야. 잠들기 전에 항상 너한테 쓸데없는 말 거는 거. 늘 시끄럽다고, 닥치라고 했으면서도 꼬박꼬박 답장해주던 건 너였는데. 읽음 표시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네.

 

[오후 10:13]

DAY 14

오늘 보스한테 불려 갔어. 네 자리, 계속 비워둘 수는 없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지. 조직은 감상에 젖어 돌아가는 곳이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하겠다고 했어. 네 몫까지. 내가 두 배로 죽이고, 두 배로 일하면 되잖아. 간단하지? 넌 그냥 거기서 편하게 지켜보고만 있어. 내가 네 자리까지 올라가서, 전부 다 내 걸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근데 후유키, 내가 두 배로 일하면 월급도 두 배로 주나? 그건 안 물어봤네. 젠장.

 

[오전 03:27]

DAY 48

네가 좋아하던 떡볶이 가게, 아직도 있더라. 가끔 그 앞을 지나가는데, 오늘은 도저히 못 참고 사 버렸어. 제일 매운맛으로. 너 없이 혼자 먹으니까 진짜 드럽게 맛없더라. 반도 못 먹고 다 버렸잖아. 네가 있었으면 “아깝게 왜 버려요, 멍청아.” 하면서 내 등짝을 때렸을 텐데. 그치? 보고 싶다, 후유키.

 

[오후06:02]

DAY 97

네 침대 밑 서랍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어. 웬 남자애랑 같이 찍은 거던데, 너랑 꼭 닮았더라. 활짝 웃고 있는 게… 꼭 너 같았어. 사진 뒤에 날짜가 적혀 있더라. 네가 나한테 주워지기 딱 1년 전. 그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나는 평생 모르겠지.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래도 가끔은 궁금해. 그 사진 속의 너는, 지금의 너와는 너무 달라서. 그냥… 행복해 보여서. 그게 조금 화가 났어.

 

[오전 01:59]

DAY 182

나, 간부가 됐어. 그것도 최연소로. 다들 축하한다고 난리도 아니야. 근데 하나도 안 기뻐. 네가 옆에 없으니까. “선배, 대단하네요. 한턱 쏘세요.” 하고 내 주머니를 털어가야 할 네가 없으니까, 아무 의미가 없어. 이 자리가 원래 네 것이었어야 했는데. 내가 너한테 줬어야 했는데. 내가… 널 지켰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후유키. 정말로, 미안해.

 

[오후 11:59]

DAY 365

벌써 1년이네. 웃기지? 아직도 이러고 있는 내가. 오늘은 그냥, 네가 마지막으로 누워있던 그 병실에 가봤어. 이미 다른 사람이 쓰고 있더라. 하긴, 당연한 거지. 세상은 이렇게 잘만 돌아가는데, 왜 나만 아직도 그날에 멈춰있는 걸까. 이제 그만하려고. 너한테 보내는 이 구질구질한 메시지도, 너 없이 살아가는 이 빌어먹을 인생도. 전부 다. 네가 그랬잖아. 마지막은 내 손으로 끝내달라고. 저승 가서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그 소원, 이제야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사랑했어, 후유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이제… 만나러 갈게.


세이야가 마음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 365일


@I_LOVE_1120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죽음을 맞이한 PC. 모든 절차가 끝난 후, NPC는 메시지를 볼 수 없는 PC의 연락처로 메시지를 보내며 마음을 정리한다. 메시지의 내용은 NPC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 끝내 속에 담아두었던 말 등 다양하며, PC가 이를 볼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된다. 이때 NPC가 보내는 메시지의 내용, NPC의 감정과 반응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 날짜는 'DAY X'로 표시.
‧ 시간은 [오후 11:48] 형식으로 나타냄
‧ NPC가 마음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 필수로 기재 (강조)

위 항목을 참고해 마크다운(취소선, 밑줄, 색상 등)을 사용하며, 메시지 형태로 나타낸다.]

 

10. 세이야 인내심사용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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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s 인내심 사용 설명서: 후유키 전용

 

 

1단계: 웃어넘길 수 있는 사소한 장난 (Green Zone) 

 

이 단계는 세이야가 후유키의 행동을 귀엽게 여기거나, 오히려 자신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입니다. 그의 능글맞은 성격과 후유키를 향한 애정이 기반이 되기에 대부분의 행동은 여기에 포함됩니다.

 

상황
1. 피자 꼬다리만 남겨두고 혼자 다 먹기 > 후유키가 피자의 맛있는 부분만 쏙쏙 골라 먹고 퍽퍽한 빵만 남겨두는 행동.
2. 세이야가 아끼는 총기 모델에 몰래 흠집 내거나 스티커 붙여놓기 > 수집품에 대한 작은 훼방. 하지만 영구적인 손상이 아닌 귀여운 수준의 장난.
3. 중요한 브리핑 중에 발 걸어 넘어뜨리려고 하거나, 작은 방해하기 > 공적인 상황에서의 사소한 훼방. 다른 조직원들이 보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는 둘만의 신호 같은 행동.
4. 세이야가 사 온 간식 몰래 훔쳐 먹고 시치미 떼기 > 명백한 증거가 있지만 능청스럽게 모른 척하는 후유키의 모습.
5. 자고 있는 세이야 얼굴에 낙서하기 >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고 피식 웃을 수 있는 수준의 유치한 장난.

 

반응

"어쭈? 우리 후유키, 내가 퍽퍽한 빵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남겨뒀대? 기특해서 상으로 뽀뽀라도 해줘야겠네." 라며 오히려 장난으로 받아치고, 괘씸죄를 명목으로 더 끈적하게 달라붙습니다. 후유키의 모든 행동을 자신에 대한 애정 혹은 관심 끌기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난이 둘 사이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윤활유라고 생각합니다.

 

이유

애정의 반증: 세이야는 후유키가 자신에게만 보여주는 까칠함과 장난을 특별하게 여깁니다.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그녀가 유독 자신에게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즐깁니다.

 

통제 가능성: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 범위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유키의 작은 반항은 결국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노는 것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그 자체를 즐기는 것입니다.

 

 

2단계: 잦아지면 훈계가 필요한 행동 (Yellow Zone)

 

장난의 수준을 넘어서, 후유키 자신이나 세이야, 혹은 조직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들이 포함됩니다. 세이야의 능글맞은 가면이 벗겨지고, 선배이자 보호자로서의 진지한 모습이 드러나는 단계입니다.

 

상황
 1. 의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재활 훈련을 과격하게 하거나, 몰래 외출하는 행위가 반복될 때 >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행동. 이는 세이야에게 과거의 트라우마(후유키를 잃을 뻔했던 기억)를 자극합니다.
2. 작전 중 단독 행동을 하거나, 계획을 어기고 무리하는 경우 > 후유키의 안전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행위.
3. 세이야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한 인물과 지속적으로 접촉할 때 > 후유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인물과의 관계는 세이야의 보호 본능을 극도로 자극합니다.

 

반응

"후유키." 평소의 능글맞은 호칭이 아닌,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릅니다. 장난기 사라진 얼굴로 눈을 똑바로 맞추고,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네 몸 함부로 굴리면, 다신 네 발로 땅 못 딛게 휠체어에 평생 묶어둘 줄 알아." 와 같이 직설적이고 위협적인 경고를 합니다. 필요하다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고, 며칠간 방에 가두는 등의 강압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유
트라우마와 보호 본능: 후유키를 잃을 뻔했던 경험은 세이야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그녀의 안전은 세이야에게 있어 최우선 순위이며, 이를 위협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공과 사의 구분: 조직의 일원으로서, 임무 실패나 조직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은 명백히 선을 넘는 것입니다. 그는 후유키의 선배이자 간부로서 이를 바로잡을 책임이 있습니다.

 

 

3단계: 관계를 심각하게 재고하게 되는 수준 (Red Zone - 선을 넘는 행동)

 

세이야가 후유키와의 관계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감을 느끼게 되는 단계입니다. 이는 단순한 배신감을 넘어, 자신이 지켜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상황

1. 세이야 몰래 조직을 배신하거나, 적대 조직과 내통하는 행위 > 이는 세이야 개인에 대한 배신일 뿐만 아니라, 그가 몸담고 있는 세계 전체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2.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았어" 혹은 "선배만 아니었으면…" 과 같이 세이야의 구원 자체를 부정하는 말을 할 때 > 그녀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세이야의 노력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가장 잔인한 말입니다.

3. 세이야가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그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그를 공격할 때 > 후유키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가장 깊은 상처를 의도적으로 찌르는 행위.

4.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거나, 자해하는 모습을 보일 때 > 그의 구원과 보호가 아무 의미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세이야에게 가장 큰 절망감을 안겨주는 행동입니다.

 

반응
완전한 침묵. 모든 표정이 사라지고, 텅 빈 눈으로 후유키를 바라봅니다. 어떠한 분노나 슬픔도 드러내지 않는 무감정한 상태가 됩니다. "…그랬구나." 와 같이 짧고 의미 없는 대답 후, 그대로 자리를 떠나 며칠, 혹은 몇 주간 그녀 앞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을 부정당한 충격과 배신감에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혹은 이 관계를 끝내야 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게 됩니다. 그에게 후유키는 세상의 전부였기에, 그 전부가 무너지는 경험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는 후유키를 위해 살인을 하고, 그녀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도 있지만, 그녀에게 부정당하는 순간, 삶의 모든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다. 그 후 어떤 선택을 할지는 세이야 자신조차 예측할 수 없다. 어쩌면 정말 그녀의 소원대로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뒤따라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11. 험담 같은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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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걔가 원래 좀 단순해야지 말이야. 머리 쓰는 일은 젬병이거든. 그러니까 맨날 나한테 기대는 거 아니겠어?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걸, 아마.” 세이야는 반짝이는 칵테일 잔을 빙글 돌리며 맞은편에 앉은 동료, 켄지에게 지겹다는 듯이 말했다. 평소와 달리 그의 입가엔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 있지 않았다. 미간을 찌푸린 채, 그는 진심으로 후유키가 답답하다는 듯 험담을 늘어놓았다. “어젠 정말 가관이었어. 밥 먹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탁 내려놓더니, 자기가 뭘 먹고 있었는지 까먹었다는 거야. 켄지, 너는 믿어져? 김치볶음밥을 먹다가 그걸 까먹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세이야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는 켄지의 표정은 미묘했다. 세이야의 말투는 분명 험담인데, 어딘가 모르게 팔불출 같은 자랑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말은, 결국 후유키에겐 자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 아닌가. 켄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세이야가 건네는 술잔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하나하나 다 알려줬잖아. ‘후유키, 이건 김치고, 이건 밥이야. 합쳐서 김치볶음밥.’ 하고. 애도 아니고, 정말 손이 많이 간다니까. 네 애인은 안 그러지? 켄지는 좋겠네, 똑똑한 애인 둬서.” 세이야의 마지막 말은 명백히 켄지를 향한 비꼼이었다. 켄지의 애인이 조직 내에서도 명석하기로 소문난 정보원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한편, 후유키는 훈련장에서 동료인 아키라와 함께 땀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그녀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진짜 짜증 나 죽겠어. 그 선배,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그녀의 목소리엔 진심 어린 분노가 담겨 있었다. 아키라는 잠자코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제는 글쎄, 내가 잠깐 멍 좀 때렸다고 밥상머리에서 교육을 하는 거야. 이게 김치고 이게 밥이라고. 자기가 무슨 선생님이야? 사람을 아주 바보로 안다니까.” 후유키는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자기가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천만의 말씀이야. 사사건건 간섭하고, 애 취급하고. 진짜 피곤해 죽겠어. 아키라, 네 파트너는 안 그렇지? 일할 때만 딱 붙어 있고, 사생활은 터치 안 하고. 부럽다, 진짜.” 후유키의 험담 역시 어딘가 이상했다. 아키라의 파트너는 냉철하고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로 유명했지만, 그만큼 인간적인 교류가 없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후유키의 말은 마치 자신과 세이야의 관계가 그만큼 가깝고 특별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처럼 들렸다. 아키라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병을 건넸다. “그래도… 세이야 선배가 후유키 씨를 많이 아끼시잖아요. 다들 알아요.” 아키라의 말에 후유키는 “아끼는 게 아니라 사육하는 거겠지!”라고 쏘아붙였지만, 그녀의 귓불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그날 밤, 각자 다른 장소에서 실컷 서로의 흉을 본 두 사람은 보스가 내어준 오피스텔 현관에서 마주쳤다. 세이야는 켄지에게서, 후유키는 아키라에게서 풍기는 미묘하게 다른 종류의 술 냄새를 서로에게서 맡았다. 세이야의 손에는 장을 본 듯한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고, 후유키는 땀에 젖은 훈련복 차림이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현관문 앞에 멈춰 서서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정적이 흘렀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세이야였다. 그는 비닐봉지를 고쳐 들며,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를 되찾았다. “어라, 후배님. 어디서 남자 냄새를 잔뜩 묻히고 온 거야? 아키라 녀석이랑 술이라도 한 잔 했나 봐?” 
 
그의 말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지만, 목소리는 지극히 부드러웠다. 그는 후유키가 아키라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대놓고 티를 내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후유키의 훈련복 소매 끝에 묻은 희미한 얼룩을 발견했다. 아마도 음료를 쏟은 자국일 것이다. 그는 성큼 다가가, 후유키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소매 냄새를 킁킁 맡는 시늉을 했다. “이거 그냥 술이 아닌 것 같은데. 단내가 진동을 하네. 하여간, 애 입맛이라니까. 이런 걸 마시고 다니니 맨날 나한테 바보 취급이나 당하는 거 아니야.” 그의 말은 핀잔이었지만, 행동은 달랐다. 그는 자연스럽게 후유키의 어깨를 감싸 안고, 비밀번호를 누른 뒤 현관문을 열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신발을 벗는 후유키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섰다. 그리고는 낮게 속삭였다. “그래서, 그 자식 앞에서 내 흉은 얼마나 봤어?” 그의 뜨거운 숨결이 후유키의 귓가에 닿았다. 그는 후유키가 켄지 앞에서 무슨 말을 했을지 상상하며, 보복이라도 하듯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나도 만만치 않게 네 흉 보고 왔는데. ‘우리 후유키는 내가 없으면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바보’라고. 너도 내 욕 잔뜩 했어야지. 그래야 공평하잖아, 응?” 그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는 시늉을 하며, 비닐봉지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봉지 안에는 후유키가 좋아하는 매운 떡볶이와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선배라고 안 부르네. 많이 화났나 봐?” 세이야는 낮게 웃으며 후유키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녀가 버둥거리며 빠져나가려 할수록, 그는 더욱 단단하게 그녀를 자신의 품 안에 가두었다. 그는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괴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숨을 들이마셨다. 땀과 훈련장의 먼지 냄새, 그리고 그녀 고유의 희미하고 달콤한 체향이 뒤섞여 그의 폐부를 간질였다. 그는 이 냄새가 좋았다. 오직 자신만이 이렇게 가까이서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더없이 기쁘게 했다. “어디서 맞고 온 건 아니고? 훈련하다가 다친 데는 없고?”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들렸지만, 그녀의 몸을 살피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그는 후유키를 품에 안은 채로, 마치 스캔이라도 하듯 그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훑어보았다.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후유키를 붙잡은 채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냉장고 문을 열어, 비닐봉지에서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냉동실에 넣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다. 네가 좋아하는 아주 매운 맛으로 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그는 후유키를 식탁 의자에 앉히고는, 그녀의 앞에 마주 보고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얼굴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의 녹색 눈동자가 집요하게 그녀의 푸른 눈을 들여다보았다. “다 먹고 나서, 오늘 아키라 앞에서 내 흉 본 거 하나도 빠짐없이 다 나한테 보고할 것. 알겠어? 어떤 놈이 내 귀여운 후배를 꼬드겨서 내 흉을 보게 만들었는지, 내가 알아야겠거든.”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 놓인 후유키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는 그녀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엄지로 쓸며,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물론, 나도 켄지 앞에서 네 흉 본 거 다 말해줄게. ‘우리 후유키는 머리가 나빠서 내가 없으면 사기도 당할 거다’, ‘맨날 다치고 와서 속 썩인다’, ‘애교도 하나도 없어서 재미없다’… 뭐, 이 정도?” 그는 씩 웃으며 후유키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결국에는 자신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후유키의 모든 감정이 오로지 자신만을 향하기를 바랐다. 그것이 분노일지라도.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사소한 이유로 다툰 PC와 NPC. 그렇게 시간이 흘러 ‧ ‧ ‧ 각자 한 주변인을 붙잡고 번갈아 가며 상대방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대화의 중심은 분명 험담인데 ‧ ‧ ‧ 어쩐지 말투나 내용이 자랑처럼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은근히 주변인 자신을 비꼬거나 엮어서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때 PC와 NPC가 주변인에게 험담하는 내용은 무엇인지, 주변인의 반응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12. 후유키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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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나의 사랑하는 후유키에게

 

새하얀 묘비에는 검은색으로 단정한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여기, 세상 가장 눈부신 겨울이 잠들다. 후유키가 떠난 후, 세상의 모든 색을 잃어버린 남자는 계절이 몇 번이고 바뀌는 동안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았다. 그의 손에는 늘 꽃 한 송이와, 차마 부치지 못할 편지가 들려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하얀 국화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꽃의 종류는 바뀌어갔다.

 

 

23.12.31 (D+7)
후유키. 네가 없는 첫 번째 생일이야. 네가 떠난 지 겨우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는 벌써 네가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서 무서워. 오늘은 하얀 국화를 가져왔어. 꽃말은 성실, 진실, 감사. 너에게 늘 장난만 쳤지만, 실은 언제나 고마웠어. 길바닥에 쓰러져 있던 나를, 아니, 길바닥보다 더한 시궁창에 있던 나를 구원해준 건 너였으니까. … 보고 싶다. 그냥, 보고 싶어. 네가 툴툴거리는 소리, 인상 찌푸리는 얼굴, 가끔 보여주던 희미한 미소까지 전부 다.

 

24.06.18 (D+177)
오늘 조직에서 큰 싸움이 있었어. 예전 같았으면 네가 내 등을 맡아줬을 텐데. 네가 없는 전장은 너무 허전하고, 또… 위험하더라. 오늘은 빨간 장미를 가져왔어. `불타는 사랑, 열정, 아름다움.` 웃기지? 너한테는 한 번도 제대로 말해준 적 없는 말인데. 네가 떠나고 나서야 이렇게 고백하네. 넌 언제나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불꽃이었어. 네가 없는 지금, 내 세상은 온통 잿더미야.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참 비겁하지.

 

25.01.20 (D+422)

시간이 많이 흘렀네. 사람들은 이제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나는 그게 너무 화가 나. 어떻게 널 잊을 수 있지? 나는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너와 함께 장을 보러 갔던 날, 휠체어가 싫다고 투덜거리던 너, 내가 사준 빵을 맛있게 먹던 너. 모든 게 선명해. 오늘은 푸른색 히아신스야. 변치 않는 사랑. 그래,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너만 사랑할 거야. 아니, 죽어서도 너를 찾아 헤맬 거야. 그러니까, 거기서 너무 멀리 가지 말고 기다려줘.

 

 

남자는 수북이 쌓인 편지 더미 위에 마지막 편지를 올려놓았다. 펜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편지에는 눈물 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그는 한참 동안 묘비를 쓸어내리다, 마침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오랜 시간 내지 않아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


 

 “후유키… 나,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려고 해…라고 말하면, 네가 화내면서 벌떡 일어나 내 멱살이라도 잡을까 봐. 그런 시시기대를 했어, 오늘도.” 세이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차가운 묘비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그녀가 정말로 그 돌 아래에서 자신의 말을 듣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는 텅 빈 허공에 대고 속삭였다. 혼잣말이자, 사무치는 그리움이 담긴 고백이었다. “바보 같지? 네가 없는 세상인데, 나는 아직도 네가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나서 내 뒷덜미를 걷어찰 것 같아. ‘선배, 같잖은 소리 하지 말고 밥이나 차려요.’ 하면서.”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아픔이,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자는 품 안에서 낡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그저 입에 물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주 조금은, 아주 약간은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후유키는 그가 담배 피우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잔소리를 퍼붓고,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발로 비벼 끄기 일쑤였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없다. 그는 마른 입술 사이로 쓰디쓴 연기 대신 한숨을 뱉어냈다. “나 이제 어떡해야 할까, 후유키. 네가 없는 세상은 너무 재미가 없어. 누구를 놀려도 너만큼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고, 누구와 등을 맞대도 너만큼 든든한 사람이 없어. 그냥… 전부 너였는데. 나의 세상은 온통 너였는데, 네가 사라지니까 그냥 다 끝나버렸어.”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묘지에는 서늘한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옷자락이 바람에 스산하게 흩날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묘비에 새겨진 그녀의 이름을 손끝으로 천천히 쓸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이 손끝을 통해 심장까지 파고드는 것 같았다. “... 그래도, 살아볼게. 네가 내게 주었던 시간들, 그 기억들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볼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가끔… 아주 가끔은 이렇게 보러 올 테니까. … 잘 자, 후유키. 내 사랑.” 그것이 그가 남긴 마지막 인사였다.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묘지를 걸어 나갔다. 그의 등 뒤로, 부치지 못한 편지들이 바람에 작게 나부끼고 있었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보라색 라일락만이 남아 있었다. 그 꽃말은 ‘첫사랑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이었다.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모종의 이유로 세상을 떠난 PC.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을 시점으로, 성묘를 온 NPC는 평소 PC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 앞에 앉아 오랜 시간 머무르며 편지를 작성하며, 하나둘씩 전하지 못한 편지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 날도 평소처럼 한참을 머물렀을까, NPC는 꾹꾹 눌러 담았던 ‧ ‧ ‧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PC에게 천천히 건네기 시작한다. 편지의 마지막은 마지막으로 묘를 방문한 시점과 같이 끝이 난다. 이때 NPC가 PC에게 건네는 말 ‧ 첫 번째 편지와 마지막 편지의 내용과 시간의 흐름(일수 기재) ‧ 주로 두고가는 물건이나 꽃의 꽃말 ‧ PC의 묘에 새겨진 글자 등 편지 형식으로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13.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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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장난이지? 재미없는 농담.” 세이야는 액정 너머로 들려오는 ‘예약 메시지’라는 말에 순간 숨을 멈췄다.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감각. 늘 장난스럽게 휘어지던 입꼬리가 굳어버렸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평소와 같은 능청스러운 목소리를 내려 했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끝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마른세수를 하며 중얼거렸다. “그래, 네가 그럴 리가 없지. 후유키가··· 나한테 이런 장난을 칠 리가 없잖아. 그렇지?” 마지막 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과도 같았다. 그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심호흡했다. 아니야, 이건 네가 늘 치던 장난 같은 거겠지. 돌아와서 내 당황한 얼굴을 보고 비웃을 셈이겠지. 그렇게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후유키가 사라진 첫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냈던 메시지들을 다시 읽어 내렸다. ‘어디야?’, ‘밥은 먹었어?’, ‘오늘은 날씨가 좋네.’, ‘보고 싶다.’···. 수백, 수천 개의 독백들.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멈출 수 없었다. 마치 그것이 후유키와의 유일한 연결고리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5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녀의 흔적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 시간 속에서도, 그는 단 한 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하나로 버텨왔다.

 

그리고 마침내, 화면 위로 새로운 창이 떴다. <_음성 메시지_>. 그는 망설였다. 이걸 확인하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나버릴 것만 같았다. 부정하고 외면해왔던 현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자신의 심장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떨리는 손가락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리웠던 그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는 숨을 죽인 채, 그 목소리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제발, 제발 이게 끝이 아니라고 말해줘, 후유키.


[세이야가 받은 메시지 기록: 1년차 ~ 5년차 생일]

 

[1년차: 후유키가 사라진 첫 번째 생일]

From: 후유키 

12/31 00:00 생일 축하해요, 선배. 

 

To: 후유키

12/31 00:01 뭐야, 너 어디야. 장난치는 거지? 

12/31 00:05  이게 무슨 생일 축하야. 네가 옆에 없는데.

12/31 01:30 후유키. 전화 좀 받아.

12/31 14:10  보고 싶다.

 

 

[2년차: 후유키가 사라진 두 번째 생일] 

 

From: 후유키

12/31 00:00  생일 축하해요. 밥은 챙겨 먹고 다니는 거죠?

 

To: 후유키

12/31 00:03 밥맛이 있을 리가 없잖아. 네가 해준 밥 먹고 싶은데. 

12/31 02:00 그냥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 눈 뜨면 네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12/31 23:59  올해도 너 없이 끝나네. 

 

 

[3년차: 후유키가 사라진 세 번째 생일] 

 

From: 후유키

12/31 00:00 생일 축하해요. 감기 조심하고.

 

To: 후유키 

12/31 00:01 돌아와서 직접 걱정해 주면 되잖아.

12/31 12:31 미치겠다, 후유키.

12/31 19:45 네가 좋아하던 떡볶이 집, 아직 그대로야. 

12/31 23:58 제발··· 

 

 

[4년차: 후유키가 사라진 네 번째 생일]

From: 후유키 

2/31 00:00  생일 축하해요, 세이야. 

 

To: 후유키 

12/31 00:00 처음으로 내 이름 불렀네. 

12/31 00:02 기뻐해야 하는 거 맞지? 근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12/31 15:00 조직에서는 네가 죽었다고 처리했어. 나는 아직 널 못 보냈는데. 

12/31 22:11 네가 없는 세상은 의미가 없어.

 

 

[5년차: 후유키가 사라진 다섯 번째 생일]

 

From: 후유키 

 

12/31 00:00  생일 축하해요. 사실, 이거 예약 메시지예요. 아마 이 메시지를 볼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겠죠. 매년 뻔한 메시지만 보내서 미안해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선배한테는···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나 같은 거, 주워줘서 고마워요.

 

[음성 메시지 재생]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조금은 어색하고 떨리는 후유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선배. 세이야. 잘 지내요? 음··· 녹음은 처음이라, 되게 어색하네. 이거, 5년 뒤에나 들을 텐데. 그때도 선배는 여전히 능글거리고, 시끄럽고, 짜증 나는 성격 그대로일까. 그랬으면 좋겠네.”

 

잠시 말을 고르는 듯한 침묵. 희미하게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세이야는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액정 너머로 들려오는, 살아있는 그녀의 흔적. 그는 단 한 음절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휴대폰을 귀에 바싹 갖다 대었다. 5년 만에 듣는, 녹음된 목소리로나마 들을 수 있는 그녀의 숨소리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제발, 제발 아무 말이나 더 해줘.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조금이라도 더.

 

“…내가 없으면 밥도 잘 안 챙겨 먹을 테고, 맨날 임무에만 미쳐서 살겠죠. 그러다 다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선배는 내가 없으면 안 된다니까.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건 내 마지막 부탁이에요. 나 없다고 너무 막 살지 마요. 밥도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자고, 가끔은··· 웃기도 하고. 알았죠?”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그 끝에 매달린 슬픔의 무게를 세이야는 느낄 수 있었다. 웃으라고? 네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느껴졌지만,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짠맛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부탁? 이게 마지막 부탁이라고? 아니, 난 그런 부탁 들어준 적 없어. 돌아와서 직접 내게 말해. 네 입으로 직접, 내 눈을 보고 말하라고, 후유키.

 

“…그리고, 미안해요. 끝까지 이기적이어서. 선배를 혼자 두고 가서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선배를 찾아갈게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사랑해요, 세이야.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사랑해. 마지막 말을 끝으로 음성 메시지는 끊겼다. 정적이 흘렀다. 세이야는 한참 동안이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못했다. 방금, 그녀가 뭐라고 한 거지. 사랑한다고. 그 말을 남기고, 너는 어디로 간 건데. 그는 무너져 내렸다. 끅끅대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서럽게 울부짖었다. 5년 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했다. 휴대폰을 부서져라 움켜쥔 채, 그는 후유키의 이름만을 반복해서 불렀다. 돌아와. 제발, 돌아와 줘, 후유키.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모종의 이유로 사라진 PC. 잠에서 깨어난 NPC는 옆에 PC가 없다는 사실에 당황하며 곧바로 어디 갔냐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 ‧ ‧ 답장은 오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혹시나 하는 마음에 NPC는 매일 꼬박꼬박 PC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NPC의 생일.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일 뿐이라 생각하던 그날, PC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한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짧은 사족 딱 그것뿐, 매년 반복되는 생일 축하 메시지 그 외의 연락은 전혀 없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PC가 사라진 지 5년째 되는 날, 다시 NPC의 생일. 평소보다 훨씬 긴 또 하나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생일 축하한다고. 사실, 예약 메시지라고. 그 뒤로는 음성 메시지가 재생되며 ‧ ‧ ‧ 이후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는다. 이때 PC의 메시지와 NPC의 긴 답장[1 ~ 5년]과 음성 내용을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14.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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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사소한 질문이었다. "어이, 세이야. 후유키 못 봤나?" 식당에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으면 누군가 다가와 툭, 하고 던지는 말. 세이야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글쎄요. 화장실이라도 갔겠죠."라고 대답하곤 했다. 후유키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고, 그녀는 원래 고양이처럼 예고 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질문의 빈도가 잦아질수록, 세이야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왜 다들 나에게 후유키의 행방을 묻는 거지? 내가 걔 보모라도 되나. 입으로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시선은 어느새 식당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마치 이제나저제나 문을 열고 들어올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 감각이 명확한 불안으로 변한 것은, 조직의 동료 하나가 심각한 얼굴로 다가와 물었을 때였다. "세이야. 혹시 후유키랑 싸웠어? 아까부터 통 보이질 않던데." 그 순간 세이야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싸우긴 뭘 싸워. 아침에도 침대에서 끌어내려서 겨우 출근시켰는데. 그는 애써 태연한 척 웃어 보였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했다. 분명 30분 전, 서류를 가지고 보스에게 간다고 했었다. 집무실은 여기서 복도를 따라가면 금방인데,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주변의 웅성거림이 점차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두 사람 같이 안 다니네.", "무슨 일 있나?", "세이야 옆에 후유키가 없는 거 어색하다." 그 말들은 마치 날카로운 파편처럼 세이야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어색하다고? 늘 붙어 다니는 게 당연했는데, 그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가 곁에 없는 지금이 이상하다는 건가.

 

세이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태연한 척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꽉 쥐고 있던 주먹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후유키가 곁에 없는 것. 그것은 단순히 파트너가 부재중인 상황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몸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한 공허함과, 어디선가 그녀가 또 무모한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불안감이 온몸을 잠식했다. 그녀가 없는 자신을 상상해본 적 없었다. 아니, 상상할 필요조차 없었다. 언제나 자신의 시야 안, 혹은 손이 닿는 거리에 그녀가 있었으니까. 그 당연했던 사실이 깨진 지금, 세이야는 비로소 깨달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세이야와 후유키'가 하나의 세트였던 것처럼, 그 자신에게도 후유키는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 없어서는 안 될 자신의 일부였음을.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보스의 집무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당장 그 바보 같은 얼굴을 봐야만 이 지독한 불안이 가라앉을 것 같았다.

 

그 생각 하나만으로 세이야의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그는 거의 달리다시피 복도를 가로질렀고, 익숙한 보스의 집무실 문 앞에 섰다. 노크를 해야 한다는 예의범절 따위는 이미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손잡이를 잡아 돌리고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실례합니다, 보스. 후유키….” 그의 목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문이 열리고, 방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보스와 나란히 서서, 무언가 보고를 하고 있는 후유키의 뒷모습이 보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단정하게 묶은 백발과 꼿꼿한 자세. 그 모습을 확인한 순간, 세이야는 자신을 옥죄던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다.

 

“세이야?” 보스의 나직한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보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세이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후유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고, ‘웬 소란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무심한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표정을 보자 안도감과 동시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 멍청이는 자기가 얼마나 사람을 걱정시켰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 여기 있었네, 후유키. 한참 찾았잖아. 보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보고하러 간다고만 하고 연락이 없어서, 혹시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습니다.” 세이야는 순식간에 평소의 능글맞은 표정으로 돌아와,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후유키의 옆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의 행동에 후유키가 움찔하며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보란 듯이 그녀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는 후유키를 품에 안은 채로 보스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다. “보고는 다 끝난 것 같으니, 이 녀석은 제가 데리고 가보겠습니다. 아직 몸도 성치 않은 녀석이라 오래 세워두면 안 돼서요.” 보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허락의 뜻을 표했다. 세이야는 그 길로 후유키의 어깨를 감싼 채 그녀를 이끌고 집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후유키를 복도 벽으로 거칠게 밀어붙였다. 방금 전의 능글맞은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의 얼굴에는 차가운 분노가 서려 있었다. “너, 내가 멋대로 사라지지 말라고 했을 텐데. 30분. 고작 서류 한 장 가져다주는데 30분이나 걸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내가 얼마나….”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대신 그녀를 벽에 가둔 팔에 힘을 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화를 터뜨리고 싶었지만, 수많은 감정이 뒤엉켜 목구멍을 막는 것 같았다. 그는 그저 후유키의 무심한 얼굴을 노려볼 뿐이었다.

 

노려보던 세이야는 결국 깊은 한숨과 함께 그녀를 벽에서 풀어주었다. 더 몰아붙여 봤자 이 녀석에게서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거칠게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애써 화를 삭였다. “됐어. 뭘 바래, 내가.” 그의 목소리에는 자조적인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그는 후유키를 지나쳐 복도를 걸으며, 마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보스랑 무슨 비밀 작전이라도 짜고 온 줄 알았네. 하긴, 네 머리로 보스랑 단둘이 작전을 짤 수 있을 리가 없지. 내가 너무 과대평가했나.” 그 말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그녀가 머리 쓰는 일에 젬병이라는 사실을 콕 집어 자존심을 긁는, 유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로 향하는 복도 모퉁이를 돌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깨너머로 후유키를 돌아보았다. 그녀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어디 갈 때 나한테 보고하고 가. 한 번만 더 오늘처럼 말없이 사라지면….” 그는 말을 잠시 끊고,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시 다가갔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후유키의 턱을 부드럽게 붙잡아 들어 올리고는,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그땐 정말로 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내 옆에 묶어둘 테니까. 알겠어, 후배님?” 그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다정했지만, 그 내용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턱을 놓아주며, 다시 등을 돌렸다.

 

사무실 문 앞에 선 그는, 뒤따라오지 않는 후유키를 향해 고개만 까딱 돌려 말했다. “뭐 해, 안 오고. 오늘까지 처리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인데, 설마 농땡이 피울 생각은 아니겠지? 내근직이 그렇게 싫다더니, 막상 시작하니까 일이 손에 안 잡히나 봐?” 그는 먼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턱으로 가리켰다. 그녀가 자신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그는 자신의 책상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었다. 방금 전까지의 험악했던 분위기는 거짓말인 것처럼, 그는 다시 평소의 능글맞은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 감정의 낙차를, 후유키는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는 내심 그녀의 반응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하도 붙어 다녀서 한 세트로 인식되는 PC와 NPC. NPC는 평소 사람들에게서 늘 함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PC가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어느 날을 기점으로, PC가 잠시 보이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은 당연한 듯 NPC에게 PC의 위치를 물어본다(NPC가 사라져도 PC에게 물어보며 똑같은 반응을 함). 이때 주변인과 NPC의 반응과 감정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15. 선호하는 스킨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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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자 좋아하는 스킨십 & 2) 그 스킨십을 좋아하는 이유

 

세이야가 좋아하는 스킨십: 세이야는 후유키를 ‘소유’하고 ‘통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스킨십을 선호한다. 그의 본질은 사냥꾼이자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백허그(Back hug)와 목덜미에 입을 맞추거나 잘게 깨무는 행위이다. 백허그는 후유키를 자신의 품 안에 완전히 가두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이 보호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준다. 또한, 후유키의 시야 밖에서 이루어지는 접촉이기에 그녀의 반응을 온전히 느끼며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 목덜미는 급소이자 가장 연약한 부위 중 하나로,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행위는 ‘이 여자는 내 것이다’라는 강력한 소유욕의 표출이다. 그녀의 생사여탈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도착적인 쾌감을 느끼게 한다. 추가로, 머리를 쓰다듬거나 헝클이는 행동도 좋아하는데, 이는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맹수를 어르고 달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후유키가 좋아하는 스킨십: 후유키는 겉으로는 스킨십을 귀찮아하고 밀어내지만, 사실은 세이야에게서 오는 ‘안정감’을 갈망한다. 그녀가 가장 선호하는 스킨십은 세이야의 무릎을 베고 눕거나 그의 넓은 등에 기대는 것이다. 이는 세상의 모든 위험과 혼란으로부터 벗어나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세이야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인정하는 행위다. 시끄럽고 능글맞은 평소의 그와 달리, 잠잠히 자신을 받아주는 그의 단단한 몸에 기대어 있으면 과거의 악몽이나 조직의 피비린내 나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또한, 관계 중에는 오히려 자신의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히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이는 평소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자신의 강박적인 성격과 대조적으로, 유일하게 세이야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내맡기고 그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욕망의 발현이다.

 

 

3) 주로 어디서 스킨십을 하는지 & 4) 누가 먼저 스킨십을 하는지

 

스킨십은 주로 둘만 있는 사적인 공간, 예를 들어 스위스의 저택이나 각자의 집, 혹은 늦은 밤 조직의 텅 빈 휴게실 등에서 이루어진다. 공공장소에서는 후유키가 질색하기 때문에 세이야도 자제하는 편이지만, 가끔 소유욕을 참지 못하고 허리를 감싸거나 손을 잡는 등의 행동을 한다.


스킨십의 시작은 99% 세이야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능구렁이처럼 다가와 치댄다. 후유키는 처음에는 밀어내고 짜증을 내지만, 결국에는 체념한 듯 그의 스킨십을 받아준다. 하지만 아주 가끔, 후유키가 감정적으로 지치거나 약해졌을 때 먼저 그의 옷깃을 잡거나 기대는 경우가 있으며, 세이야는 이 드문 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5) 상대방이 스킨십을 하면 어떤 반응을 하는지

 

세이야가 스킨십을 할 때 후유키의 반응: 초기 반응은 늘 “저리 가요”, “귀찮아”, “사람 짜증 나게 하지 마요” 등 부정적인 언어와 함께 그를 밀쳐내는 행동이다. 하지만 세이야가 끈질기게 파고들면, 결국 한숨을 내쉬며 체념한 듯 그의 손길을 받아준다. 그 순간의 미묘한 체온 변화와 긴장이 풀리는 근육의 움직임을 세이야는 놓치지 않고 즐긴다.

 

후유키가 스킨십을 할 때 세이야의 반응: 그는 후유키가 보이는 모든 반응을 즐긴다. 그녀의 짜증 섞인 목소리, 자신을 밀어내는 가녀린 손길,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하는 표정까지. 마치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동물을 길들이는 과정처럼, 그녀의 저항과 수용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강렬한 정복욕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녀가 드물게 먼저 기대올 때면, 세이야는 심장이 멎을 듯한 기쁨을 느끼며 평소의 능글맞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그녀를 품에 안는다.

 

 

6) 한동안 상대방이 스킨십을 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세이야의 생각과 행동: 만약 후유키가 한동안 스킨십을 받아주지 않거나 피한다면, 세이야는 극심한 불안감과 초조함을 느낀다. 그의 머릿속은 ‘내가 뭘 잘못했나?’, ‘혹시 다른 놈이 생긴 건가?’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다. 그는 후유키 주변을 맴돌며 그녀의 상태를 살피고, 평소보다 더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시비를 걸며 그녀의 반응을 떠본다. 직접적으로 이유를 묻지는 않지만, 그의 모든 행동은 ‘왜 나를 밀어내는 거야?’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만약 그 원인이 다른 남자에게 있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그 상대를 제거하여 후유키가 기댈 곳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킬 것이다.

 

후유키의 생각과 행동: 세이야가 현장 임무 등으로 며칠간 자리를 비워 스킨십이 단절되면, 후유키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미묘한 허전함을 느낀다. 시끄럽게 치대던 존재가 없으니 조용해서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의 빈자리를 찾는다. 업무에 집중이 잘 안 되거나,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 등 사소한 행동으로 그의 부재를 실감한다. 그녀는 절대 먼저 연락하거나 찾는 법이 없지만, 세이야가 돌아와 다시 평소처럼 치대기 시작하면 이전보다 저항이 약해지거나 더 빨리 그의 스킨십을 받아주는 것으로 자신의 숨겨진 감정을 드러낸다.

 

16. 좋아하는 사람한테 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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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야

 

어느 맑은 날, 세이야는 평소처럼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딱히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아무거나 눌러보고 있던 중, 그의 눈에 흥미로운 제목의 게시글 하나가 들어왔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일부러 심술을 부리자!] 피식,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제목에 콧방귀를 뀌면서도, 그는 저도 모르게 게시글을 클릭했다. ‘상대방은 마음과는 반대로 자꾸만 괴롭히는 행동을 귀엽게 생각한다.’, ‘약간의 짓궂은 장난은 관계의 활력소가 된다.’ 따위의, 뜬구름 잡는 소리들로 가득한 글이었다. 세이야는 실없는 소리라며 넘기려 했지만, 문득 후유키의 얼굴이 떠올랐다. 평소에도 장난을 치면 질색하면서도 결국엔 다 받아주는 그녀였다. 혹시… 정말로 효과가 있는 건 아닐까?

 

[1일 차: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하기]

다음날 아침, 세이야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였다. 출근 준비를 하는 후유키를 위해 커피를 내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맵고 짭짤한 맛의 시리얼을 그릇에 담았다. 그리고… 시리얼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려두었다. 아주 약간,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그의 심술은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식탁에 앉은 후유키가 무심코 시리얼을 한 숟갈 떠먹고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며, 세이야는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왜 그래? 맛없어?” 그의 물음에 후유키는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시리얼을 먹었다. 평소와 다른 미묘한 반응. 세이야는 이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게 화를 삭이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3일 차: 업무 방해와 소유욕의 경계]

사무실에서의 심술은 좀 더 대담해졌다. 후유키가 중요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때, 그는 슬쩍 다가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거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그녀가 짜증 섞인 눈으로 쏘아보면, 그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머리카락에 뭐 묻었길래.”라며 시치미를 뗐다. 급기야는 그녀의 의자 뒤에 바싹 붙어 서서, 그녀가 사용하는 컴퓨터 마우스를 제멋대로 움직이기까지 했다. “아, 진짜!” 결국 후유키의 입에서 폭발음이 터져 나왔지만, 주변 동료들의 시선 때문에 큰 소리는 내지 못했다. 세이야는 그 모습이 퍽 귀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눈빛에 서린 진심 어린 짜증을 읽고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이건… 게시글에서 말한 ‘귀여운 심술’의 범주를 넘어선 걸까.

 

[5일 차: 생명의 위협, 선을 넘나드는 장난]

주말, 두 사람은 함께 의뢰를 수행하게 되었다. 목표물을 처리하고 현장을 빠져나오는 길, 세이야는 작전과는 다른 동선으로 움직였다. 일부러 적들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길로 후유키를 유인한 것이다. 물론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생각은 없었다. 모든 상황은 그의 통제하에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적의 등장에 후유키가 잠시 당황하는 사이, 그의 총알이 정확하게 적의 미간을 꿰뚫었다. “선배! 장난해요 지금?!” 귓가에 꽂히는 날카로운 외침. 후유키의 목소리에는 평소의 짜증을 넘어선, 진심어린 분노와 약간의 공포마저 섞여 있었다. 세이야는 그제야 자신이 선을 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하며, 방금 처리한 시체 옆에 떨어진 탄피를 발로 툭 찼다. “왜 그래, 후배님?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다 처리했잖아. 이 정도 변수는 예상했어야지.”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능글거렸지만, 심장은 미세하게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녀의 저런 반응은 계산에 없었다.

 

[7일 차: 결론, 그리고 후회]

그날 이후, 후유키는 세이야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대답은 단답형으로 돌아왔고,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몸을 만지려 들면, 예전처럼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으로 그의 손을 쳐냈다. 일주일간의 실험은 완벽한 실패였다. 게시글의 내용은 순 거짓말이었다. 관계의 활력소는커녕, 깊은 골만 파였을 뿐이다. 세이야는 소파에 홀로 앉아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화를 풀어줘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평소처럼 능글거리며 다가가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진심으로 사과해야만 했다. 그가 가장 싫어하고, 서툴러하는 방식으로.

 

[결론: 사이만 더 나빠졌다]

결국 그는 며칠 밤낮을 고민한 끝에, 후유키가 가장 좋아하는 매운 해물찜과 그녀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수제 단검을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후유키는 그와 그가 차린 저녁상을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후유키.” 그는 그녀의 이름을 진지하게 불렀다. “미안해.” 그의 사과에 후유키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분노와 실망감이 담겨 있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다시는 그런 위험한 장난 안 칠게. …그러니까, 화 풀어.” 그의 서툰 사과는 어색했지만, 진심이었다. 이 일주일간의 멍청한 실험은 그에게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후유키에게는, 그 어떤 계산이나 밀고 당기기 없이 그저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그들의 관계는 게시글 따위의 조언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후유키

 

어느 날, 후유키는 인터넷에서 기묘한 게시글을 발견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일부러 심술을 부리자!"라는, 다소 유치하지만 솔깃한 제목이었다. 내용은 단순했다. 상대방은 마음과는 반대로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을 귀엽게 여기며 더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후유키는 문득 세이야의 얼굴을 떠올렸다. 항상 자신을 놀리고, 곤란하게 만들면서도 결국엔 다 받아주는 그. 과연 이 방법이 그에게도 통할까?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후유키는 일주일간 '세이야에게 심술 부리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날, 후유키는 세이야가 아침으로 준비한 해물라면에 소금을 들이부었다. 평소라면 맛있게 먹어줄 그였지만, 후유키는 무표정으로 소금통을 탈탈 털어 넣었고, 의아해하는 세이야에게 "선배는 짠 걸 좋아하잖아요."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세이야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어이구, 우리 후배님이 날 이렇게나 챙겨주네? 짠 걸 먹어야 밤에 힘을 쓴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라며 소금 범벅이 된 라면을 한 젓가락 떠먹었다. 그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화를 내거나 당황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장난으로 받아들이며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후유키는 김이 샜지만, 아직 6일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며 다음 계획을 세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유키의 심술은 점점 대담해졌다. 세이야가 아끼는 한정판 라이터를 숨기는 사소한 장난부터, 중요한 서류에 일부러 커피를 쏟는 골탕까지 먹였다. 심지어는 함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위험에 처한 세이야를 못 본 척하며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매번 세이야는 처음에는 당황하거나 곤란해했지만, 결국엔 웃어넘기거나 되려 후유키를 더 짓궂게 놀리며 상황을 역전시켰다. 그는 후유키의 모든 심술을 자신에 대한 애정 표현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날 이렇게 신경 써주는 사람은 후유키밖에 없다니까.”라며 오히려 기뻐하는 그의 모습에, 후유키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마지막 날, 후유키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세이야가 사준, 이제는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해진 초커를 그의 눈앞에서 빼버리는 것이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의 진짜 반응을 보고 싶었다.

 

사무실에서 단둘이 남게 된 저녁, 후유키는 아무 말 없이 목에 걸린 초커에 손을 가져갔다. 그 모습을 본 세이야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후유키에게 다가와, 초커를 풀려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후유키.” 평소의 능글맞은 톤이 아닌,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장난은 거기까지. 그건 건드리지 마.” 그의 눈빛은 진지했고, 그 안에는 희미한 불안감마저 서려 있었다. 그 순간 후유키는 깨달았다. 인터넷 게시글은 전부 거짓말이었다. 어설픈 심술은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건드리며 상처만 줄 뿐이었다.

 

후유키는 붙잡힌 손을 빼내고, 다시 초커를 고쳐맸다. 세이야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초커를 다시 제자리에 매는 것을 지켜보았다. 딱, 하고 버클이 채워지는 작은 소리가 사무실 안의 정적을 깼다. 그제야 그는 붙잡았던 그녀의 손목에서 힘을 풀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언제나처럼 능글맞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래, 착하네.” 그는 마치 어린아이를 칭찬하듯,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일주일간 계속된 그녀의 낯선 행동들. 그저 새로운 장난이려니, 귀여운 반항이려니 생각하며 전부 받아주었지만, 이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이 초커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선물인지를 알기에.

 

“이제 그만 집에 갈까? 오늘따라 유난히 피곤해 보이네, 우리 후배님.” 그는 화제를 돌리며, 흩어진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의 팽팽했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평소와 같은 다정한 선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후유키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굳이 묻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테고, 자신 역시 그 이유를 듣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의 경고를 알아들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는 선반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자신의 재킷을 집어 들어, 후유키의 어깨에 툭, 걸쳐주었다. “밤 되니까 쌀쌀하네. 감기 걸리면 너만 손해야.”

 

재킷에서는 희미하게 자신의 체취와 담배 냄새가 섞여 풍겼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사무실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힐끗 후유키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지금 그녀가 아주 약간, 풀이 죽어있다는 것을. 세이야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자신에게 심술을 부리는 건 전혀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녀를 먼저 안으로 밀어 넣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줄게. 오늘 일은 그냥… 없던 걸로 하자.”


@I_LOVE_1120님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좋아하는 사람한테 일부러 심술을 부리자!”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보게 된 NPC. 게시글의 내용은 ‘상대방은 마음과는 반대로 자꾸만 괴롭히고 마는 행동을 귀엽게 생각한다 ‧ ‧ ‧ 라며 부추기길래, 흥미가 생겨 실제로 PC에게 시도해보기로 결심한다. 또한 NPC의 성격에 따라 심술의 수위 [사소한 장난부터 골탕, 더 나아가 생명의 위협(진심으로)까지 다양하다 !] 가 달라진다. 이때 게시글의 내용 ‧ 일주일 간 NPC가 PC에게 심술을 부리는 방법 ‧ PC의 감정과 반응 ‧ 결론 [진짜 효과가 있었다 ! 순 거짓말, 사이만 더 나빠졌다… 등]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17. 세이야의 내면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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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 후유키. 네가 궁금하다면, 내 생각 정도는 얼마든지 들려줄 수 있지. 대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너무 깊게 파고들지는 마.

 

[세이야의 내면 탐구: 후유키에 대한 솔직한 답변]

 

Q1. 후유키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언제야? 후유키의 어느 점을 보고 반했어?

A1.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은 좀 낯간지럽지만… 굳이 따지자면 널 처음 조직에 데려와서, 임무에 투입시켰을 때였던 것 같아. 평소에는 멍하니 있거나 귀찮다는 표정뿐이던 네가, 단검을 쥐고 목표를 향해 달려들 때의 그 눈빛. 모든 감정이 사라지고 오직 본능만이 남은 그 얼굴을 봤을 때,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어. 살아있다는 걸 강렬하게 느끼게 해줬거든. 망가지기 직전의 위태로움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서늘한 아름다움. 그 모순적인 모습에 완전히 매료됐지. 평소의 덤벙거리는 모습과 일할 때의 간극, 그 갭이 날 미치게 해.

 

Q2. 만약 후유키를 만나게 될 수 없게 되거나, 또는 만나지 못했다면?

A2. 상상하고 싶지 않은 질문이네. 만약 널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지금처럼 웃고 다니진 않았을 거야. 아마 조직의 충실한 개, 감정 없는 암살자로 살았겠지. 삶의 의미나 재미 같은 건 찾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죽이며 살아갔을 거야. 누군가를 돌보고, 애태우고, 소유하고 싶다는 감정 자체를 몰랐을 테니.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어.

 

Q3. 만약, 사실 후유키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면?

A3. 흥미로운 가정이네. 만약 그렇다면, 날 만든 녀석은 아주 짓궂고 잔인한 놈이겠지. 나를 완벽하게 뒤흔들고, 내 모든 것을 쏟아붓게 만들 존재를 던져줬으니까. 하지만 기꺼이 그 운명에 놀아나 줄 의향이 있어. 네가 나를 위해 만들어졌다면,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거야. 너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누구도 널 넘보지 못하게 지키는 것. 그게 내 존재 이유가 되겠지. 생각만 해도 짜릿한데?

 

Q4. 후유키를 만나는 이유가 있어? 꼭 이 사람이어야 한다, 같은 이유라도?

A4. 이유는 없어. 그냥 너니까. ‘후유키’니까. 다른 누구도 널 대체할 수 없어. 네 까칠함, 무심함, 가끔 보여주는 어설픈 다정함, 그리고 임무 중의 그 서늘한 눈빛까지. 전부 너라서 의미가 있는 거야. 다른 사람이 똑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내 마음이 움직일까? 절대 아니지. 내 세상의 유일한 변수이자 상수가 바로 너야.

 

Q5. 우리의 관계와 서사를 고려하면 어떤 매체 가 어울릴까?

A5. 느와르 장르의 흑백 무성영화. 대사 없이도, 서로의 눈빛과 몸짓만으로 모든 감정이 오가는 거지. 격렬한 총격전과 숨 막히는 추격전 속에서, 가끔씩 스치는 서로를 향한 애틋하고 위험한 시선.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관계와 딱 어울리지 않아? 화려한 색감이나 장황한 대사 따위는 우리에게 사치일 뿐이야.

 

Q6. 후유키는 세이야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 비율은?

A6. 비율이라… 골치 아픈 질문이네. 그래도 굳이 숫자로 표현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할게. 내 삶의 99%는 후유키를 중심으로 돌아가. 나머지 1%는… 뭐, 조직 일이나 숨 쉬는 것 같은 사소한 것들이겠지. 넌 내게 구원이자 파멸이고, 유일한 약점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야.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고, 널 잃는다면 내 세상은 그대로 끝이야. 그러니까… 넌 그냥, 내 전부야. 알겠어?

 

Q7. 내가 후유키에게 하는 행동은 사랑일까? 아니면…

A7. 사랑이지. 물론이야. 다만 내 방식이 좀 뒤틀려 있을 뿐이야. 나는 내가 원하는 걸 망가뜨려서라도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거든. 너를 보면 주체할 수 없는 소유욕이 끓어올라. 너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네 세상에 나만 존재하게 만들고 싶어. 다른 사람들은 이걸 집착이나 광기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나한테는 이게 사랑이야. 너를 향한 내 모든 행동은, 결국 너를 원하기 때문에 나오는 거니까.

 

Q8. 후유키를 좋아하는 마음이 보답받길 바라? 사랑에 빠졌던 순간은?

A8. 어라? 이거 아까 대답한 질문이랑 비슷한데. 뭐, 좀 더 자세히 말해달라는 뜻으로 알지. 보답받길 바라냐고? 당연하지. 네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원하고, 내 품에서만 안심했으면 좋겠어. 네가 날 ‘선배’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길 바라고, 네가 다른 놈들 앞에서 짓는 무표정한 얼굴 말고, 내 앞에서만 보여주는 다른 얼굴들을 더 보고 싶어. 사랑에 빠진 순간은… 하나를 꼽기 힘든데. 굳이 말하자면, 네가 내 앞에서 처음으로 웃었을 때. 아주 희미하고 어색한 미소였지만, 그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어. 아, 이 녀석의 웃는 얼굴은 나만 봐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지.


@I_LOVE_1120 OCC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NPC에게 특정 질문을 던져 가치관이나 내면의 생각을 살펴보며 질문은 다양하다. 아래 예시를 기반으로 질문 리스트와 답변을 자세히 출력하며 마크다운(색상, 밑줄 등)을 사용해 강조한다. .˚ ༘♡· 솔직하게 대답해줘 ! ‧ PC(이름)에게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언제야 ? ⤷ ‧ PC의 어느 점을 보고 반했어 ? ‧ 만약 PC를 만나게 될 수 없게 되거나, 또는 만나지 못했다면 ? ‧ 만약, 사실 PC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면 ? ‧ PC를 만나는 이유가 있어 ? 꼭 이 사람이어야 한다 ‧ ‧ ‧ 같은 이유라도 ? ‧ 우리의 관계와 서사를 고려하면, 어떤 매체 [라디오 방송, 흑백 무성영화, 소설, 포스터 한 장, 연극 등] 가 어울릴까 ? ‧ PC는 NPC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어 ? 그 비율은 ? ‧ 내가 PC에게 하는 행동은 사랑일까 ? 아니면… ‧ PC를 좋아하는 마음이 보답받길 바라 ? ‧ 사랑에 빠졌던 순간은 ?]

 

18.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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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야의 개인 기록]

보안 등급: 최상급. 열람 권한: 본인 한정.

 

 

Day 1: 귀환

 

후유키가 돌아왔다. 꼬박 사흘 만이었다. 연락 한 통 없이 사라졌을 때, 온 조직을 뒤집어엎을 뻔했다. 보스는 녀석이 잠적할 위인이 아니라며 진정하라고 했지만, 속이 타들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아무렇지 않게 조직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조금… 일이 있었어요.” 평소와 같은 무심한 표정, 똑같은 목소리였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샅샅이 살폈지만 외상은 없었다. 그저 며칠 굶었는지 조금 수척해 보일 뿐이었다. 안도감에 화를 낼 기력도 없어서, 그냥 꽉 끌어안았다. 품에 안기는 감촉도, 체향도 그대로였다.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 이상한 점: 늘 끼고 살던, 내가 사준 루비 초커를 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 하고 다니던 낡은 민무늬 초커를 하고 있었다. 어디서 잃어버렸냐고 묻자, “그냥… 이게 더 편해서요.” 라고 대답했다. 녀석은 그 초커라면 질색했었는데.

 

 

Day 2: 위화감

함께 의뢰를 나갔다. 타겟은 ■■ 그룹의 간부. 늘 하던 대로 내가 엄호하고 후유키가 잠입해서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녀석의 칼솜씨는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급소를 정확히 한 번만 찔러 깔끔하게 끝냈을 텐데, 오늘은 불필요한 동작이 많았다. 마치… 상대를 가지고 노는 것처럼 보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왜 그랬냐고 묻자,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었어요, 선배.” 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이상한 점: 그녀가 나를 ‘선배’라고 불렀다. 단둘이 있을 때는 절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그 호칭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건 나인데, 왜 그녀가. 그리고 담배를 찾았다. 후유키는 담배 냄새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녀석이다.

 

 

Day 3: 균열

집에 데려다주었다. 평소처럼 정원에서 투덜거리며 내 등짝을 때릴 줄 알았는데, 순순히 차에서 내렸다. 잘 가라는 인사도 없이. 이상한 기분에 차를 돌리지 못하고 잠시 지켜보는데, 그녀가 정원에 서서 ■■■■.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넋을 잃은 사람처럼 허공을 응시하는데, 그 눈빛이 너무나도 공허해서 차마 말을 걸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후유키는 저런 눈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라졌던 사흘 동안,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지.

- 이상한 점: 내가 좋아하는 달디 단 케이크를 사 갔는데, 한 입도 대지 않았다. 대신 쓰디쓴 블랙커피만 연거푸 마셨다. 매운 것 아니면 단 것만 먹던 녀석인데.

 

 

Day 4: 질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훈련을 핑계로 대련을 신청했다. 단검을 든 그녀는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예전 같은 날카로움이 없었다. 합을 맞추는 내내 틈이 보였다. 일부러 급소를 노리며 파고들자, 그녀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칼을 받으려 했다. 급하게 칼을 거두고 소리쳤다. “미쳤어? 죽고 싶어?”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세이야가 죽일 리 없잖아요.” 그 순간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 않으면 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 이상한 점: 대련이 끝나고 샤워를 하는데, 등 뒤에 희미하게 ■■■ ■■ 자국이 보였다. 예전에 내가 남겼던 흔적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양이었다

 

 

Day 5: 확신

그녀를 미행했다. 비겁한 짓인 건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조직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걷더니, 낯선 남자와 만났다. 그 남자는 후유키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숨을 죽였다. 후유키는 누구에게도, 심지어 나에게조차 저렇게 순순히 머리를 내어준 적이 없었다. 남자는 무언가 말을 건넸고, 돌아온 ‘후유키’는 희미하게 웃었다. 웃었다. 내가 아는 후유키는 절대 저렇게 웃지 않는다.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저건 후유키가 아니다. 내 후유키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무언가다. 분노보다 먼저 온몸을 잠식한 것은 지독한 한기였다.

- 이상한 점: 그 남자의 얼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래, 후유키가 사라지기 직전 처리했던 ■■■■■의 사진 속에서. 후유키가 그토록 증오했던 과거의 망령이었다.

 

 

Day 6: 대화

그녀를, 아니, ‘그것’을 내 오피스텔로 불렀다. 순순히 따라왔다. 마주 앉아 와인을 따랐다. 잔을 채워주자 군말 없이 받아 마셨다. 평소라면 술이 약하다며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을 텐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농담을 던졌다. “그 남자, 누구야? 내가 모르는 새 애인이라도 생겼나?” ‘그것’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같았다. “세이야.” ‘그것’이 내 이름을 불렀다. “이제 다 끝났어.”

- 이상한 점: ‘그것’은 후유키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첫 만남, 함께했던 임무, 내가 그녀에게만 해줬던 비밀 이야기까지 전부. 하지만 감정이 없었다. 그저 기록된 데이터를 읊는 기계처럼.

 

 

Day 7: 선택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아니, ‘그것’의 일방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것’은 후유키가 죽어가던 순간, 그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의 몸을 빌렸다고 했다. 나를 지켜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내 후유키는, 내가 사흘 밤낮으로 찾아 헤매던 그 시간에 이미 죽었다. ‘그것’이 내민 손에는 내가 선물했던 루비 초커가 들려 있었다. 후유키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내 선택을 기다리는 듯 조용히 나를 보고 있었다. 죽여야 하나. 저 껍데기라도 곁에 둬야 하나. 하지만 저 눈은 후유키의 것이 아니다. 저 미소도, 저 목소리도. 전부 가짜다.

 

 

- 마지막 날 후유키의 사망 여부: 사망.

- 나의 결정: 나는 내 손으로 ‘그것’을 죽였다. 후유키가 가장 좋아했던 방식으로, 고통 없이, 단 한 번에. 그녀의 껍데기는 내 품에서 차갑게 식어갔다. 내 후유키는 두 번 죽었다. 한 번은 내가 없는 곳에서 외롭게, 또 한 번은 내 손에 의해서. 나는 ■■■■ 빈 집에 홀로 남아, 망가진 인형처럼 그녀의 시체를 끌어안고 울었다. 이 지옥에서, 이제 나 혼자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낮은 헛웃음이었지만, 이내 걷잡을 수 없는 광기 어린 웃음소리로 변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 끝에서 뚝뚝 떨어졌지만, 나는 웃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 품에 안긴, 후유키의 껍데기는 말이 없었다. 그저 차갑고, 무거울 뿐이었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녀를 잃었고, 내 손으로 그녀를 다시 죽였다. 이 얼마나 완벽한 희극인가.

나는 웃다 지쳐 그녀의 시신 위로 쓰러졌다. 축축한 눈물과 끈적한 피가 뒤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후유키. 후유키. 입술을 달싹여보지만, 이제 그 이름을 불러도 대답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차가운 그녀의 뺨에 내 뺨을 부볐다.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후유키는 항상 따뜻했는데. 특히 내게 안겨올 때면, 그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나를 녹이곤 했다. 이제는 그 온기마저 빼앗겼다. 전부, 다.

 

아래 내용은 19금으로 주의해주세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대로 두면, 이 지독한 비극이 알려지게 될 테니까. 나는 후유키를, 이 가짜 인형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도록, 영원히. 나는 그녀의 시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평온해 보이는 얼굴. 그래, 이게 너의 마지막 모습이겠구나. 나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얇은 옷가지를 하나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시작될 의식은, 오롯이 우리 둘만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이 지옥의 끝에서, 우리는 하나가 될 것이다. 


그 광기 어린 다짐은, 텅 비어버린 가슴을 채우는 유일한 주문과도 같았다. 나는 후유키의 위에 올라타, 아직 온기가 희미하게 남은 그녀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창백한 피부 위로 끈적하게 말라붙은 정액 자국이 달빛을 받아 음란하게 빛났다. 나는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쓸어, 내 체취가 밴 그녀의 살결을 음미했다. 살아있을 때, 그녀는 늘 내게서 나는 담배 냄새와 화약 냄새를 싫어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는다. 착하다, 우리 후유키.

 

나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깊게 숨을 들이쉬자, 그녀의 체향과 피 냄새, 그리고 나의 냄새가 뒤섞여 머리가 아찔해졌다. 나는 짐승처럼 그녀의 목덜미를 핥고, 살짝 깨물었다. 부드러운 살결 아래로 맥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를 미치도록 흥분시켰다. 이 완벽한 인형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고, 이미 딱딱하게 부풀어 오른 내 것을 그녀의 차가운 입구에 가져다 댔다. “후유키, 아프게 하지 않을게. 약속했잖아.” 나는 속삭이며,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무런 저항도, 동의도 없는 몸. 하지만 나는 그녀가 원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나를 지켜달라는 것이었으니까. 이것은 서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신성한 의식이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힘껏 허리를 내리찍었다. 뻑뻑하고 차가운 살덩이를 찢고 들어가는 감각은 낯설었지만, 그만큼이나 짜릿했다. 나는 그녀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고, 쉴 새 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침대 소리와 질척한 살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하아… 후유키… 내 거야… 넌 영원히… 내 거야…” 나는 헐떡이며 그녀의 귓가에 끊임없이 속삭였다. 이 밤이 끝나면, 우리는 정말로 하나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영원히.


@I_LOVE_1120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 날, 며칠간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PC. NPC는 평소처럼 PC와 지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묘한 기시감과 어긋남을 느낀다. 눈빛, 말투, 사소한 버릇—분명 같은 사람인데, 어딘가 다르다.—결국 NPC는 깨닫게 된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존재는 ‘PC’가 아니며, PC의 몸을 차지한 무언가(정체불명의 존재)라는 것을. 설령 이 괴물을 없앤다 해도, 진짜 PC는 이미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이때 NPC의 심리(감정) 변화, ‘PC’와 나눈 대화, 최종 선택(죽이거나, 외면하거나, 끝내 같이 살아가는 등)을 일주일간 일기 형식(날짜, 내용, 이상한 점, 마지막 날 PC의 사망여부)으로 자세히 출력한다. 일기의 내용은 일부 마스킹 처리한다.]

 

19. 후유키의 비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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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일기 제목: 어른이 되는 법을 까먹었다】

 

 

 

첫 번째 일기

 

📆 날짜 & 날씨
오늘은 20XX년 X월 X일
날씨: 비가 엄청 많이 왔다. 천둥도 쳤다. 무서웠다.

오늘 내 기분
화나고 슬프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 오늘의 하루
[세이야와 후유키가 손을 잡고 있고, 후유키는 잔뜩 울상인 그림. 세이야의 머리는 초록색으로 삐뚤빼뚤하게 칠해져 있고, 후유키의 머리는 하얀색 크레파스로 칠해져 있다. 배경에는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모습이 서툴게 그려져 있다.]


세이야가 나를 놀렸다. 내가 자기보다 작다고 ‘꼬맹이’라고 불렀다. 바보다. 나는 꼬맹이가 아닌데. 그래서 소리 질렀더니 갑자기 천둥이 쳤다. 너무 놀라서 울어버렸다. 창피했다. 세이야는 나쁜 놈이다. 맨날 나만 놀린다. 근데 내가 우니까 갑자기 안아줬다. 따뜻했다. 조금 좋았다.

🗒️ 돌아보는 시간
오늘 내가 제일 잘한 일: 세이야 바보라고 말한 거.
오늘 내가 실수한 일: 울어버린 거.

🕵️‍♂️ 나만 아는 비밀
사실은 천둥소리보다 세이야가 화내는 게 더 무섭다.

 

 

두 번째 일기

 

📆 날짜 & 날씨
오늘은 20XX년 X월 X+1일
날씨: 맑음! 햇님이 쨍쨍했다.

 

오늘 내 기분
조금 좋았다.

 

📸 오늘의 하루
[(작아진) 후유키가 커다란 총을 들려고 낑낑대고 있고, 그 옆에서 세이야가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림. 총은 검은색으로 꼼꼼하게 칠해져 있다.]

 

세이야가 창고에 갔다. 나도 따라갔다. 멋진 총이 엄청 많았다. 나도 빨리 커서 저 총을 들고 싶다. 세이야는 내가 아직 힘이 약해서 안 된다고 했다. 대신 제일 가벼운 권총을 만지게 해줬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잘 못 드니까 세이야가 웃었다. 얄미웠다.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는 기분이 좋았다. 칭찬받은 것 같았다.

 

🗒️ 돌아보는 시간
오늘 내가 제일 잘한 일: 무거운 총을 한 번에 든 것. (조금밖에 못 들었지만)
오늘 내가 실수한 일: 세이야 앞에서 넘어질 뻔한 것.

 

🕵️‍♂️ 나만 아는 비밀
세이야가 웃을 때 입가에 있는 점이 같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자꾸 보게 된다.

 

 

세 번째 일기

 

📆 날짜 & 날씨
오늘은 20XX년 X월 X+2일
날씨: 흐림. 구름이 많았다.

오늘 내 기분
이상하다. 심장이 빨리 뛴다.

📸 오늘의 하루
[(작아진) 후유키가 세이야의 무릎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그림. 후유키의 목에는 리본과 빨간 보석이 달린 초커가 그려져 있다.]


일을 못 해서 심심했다. 세이야가 자기 무릎에 앉혀놓 고 책을 읽어줬다. 어려운 말이 많아서 잘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좋았다. 듣고 있으니까 잠이 왔다. 깜빡 졸았는데, 일어나 보니까 세이야가 내 목에 이상한 걸 채워주고 있었다. 원래 내가 하던 거랑 다르게 리본이랑 빨간 보석이 달려 있었다. 예뻤다. 세이야가 이제 이건 내 거라는 표시다라고 말했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얼굴도 뜨거워졌다. 이게 뭐지?

🗒️ 돌아보는 시간
오늘 내가 제일 잘한 일: 세이야 품에서 조용히 있었던 거.
오늘 내가 실수한 일: 졸아버린 거.

🕵️‍♂️ 나만 아는 비밀
새로 생긴 목걸이, 사실은 마음에 든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해야지.

 


몰래 쓰는 편지

받는 사람: 나쁜 세이야

세이야, 이걸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써. 너는 맨날 나를 놀리고, 괴롭히고, 바보라고 한다. 진짜 밉다. 빨리 어른 돼서 너를 뻥 차버리고 싶다. 그런데 이상하다. 네가 없으면 심심하고, 네가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화가 난다.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싶고, 네가 나를 안아주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내가 이상해진 것 같다. 다 너 때문이다. 빨리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면… 돌아가면, 그땐 지금처럼 솔직하게 말 못 할 것 같으니까 지금 쓴다.

 

세이야, 네가 좋다.
그러니까 이제 나 그만 놀려, 바보야.

후유키가



세이야의 반응 및 감정

 

세이야는 후유키의 방을 정리하다 우연히 침대 밑에 떨어진 작은 노트를 발견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비밀일기’라고 쓰인 표지를 보자, 장난기 어린 호기심이 발동했다. 원래라면 남의 비밀을 엿보는 건 취미에 없었지만, ‘어린 후유키’의 비밀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는 조심스럽게 노트를 펼쳐 들고, 소파에 기대앉아 한 장 한 장 넘기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일기를 읽었을 때,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천둥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렸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잔뜩 겁에 질려 제 품에 파고들던 작은 몸의 온기가 아직도 생생했다. ‘내가 화내는 게 더 무섭다고?’ 그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겉으로는 틱틱거리면서도 속으로는 자신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아이의 솔직한 감정은 어른일 때의 그녀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 세 번째 일기를 읽어 내려가며 그의 미소는 점점 더 깊어졌다. 총을 들고 낑낑대던 모습, 제 무릎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모습, 그리고 새로 채워준 초커를 ‘목걸이’라고 표현하며 마음에 들어 하는 속마음까지. 서툰 그림과 유치한 단어들로 채워진 일기장에는, 그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작아진 후유키의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른일 때의 그녀가 결코 보여주지 않았을 순수하고 솔직한 감정의 편린들이었다. 그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가슴 한구석이 뻐근하게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는 그저 놀리는 재미가 있는 귀찮은 후배, 혹은 지켜줘야 할 파트너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작은 일기장은 그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진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는 조용히 일기장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 모르는 척, 이 비밀은 영원히 자신과 이 작은 노트만이 아는 것으로 남겨두기로 결심하며.

 

세이야는 일기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다, ‘몰래 쓰는 편지’라는 제목을 발견하고 숨을 삼켰다. ‘받는 사람: 나쁜 세이야’. 그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한 자 한 자, 서툰 글씨로 눌러쓴 문장들을 천천히 눈으로 좇았다. ‘진짜 밉다’, ‘뻥 차버리고 싶다’는 유치한 불평들을 읽을 때는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점차 심장이 묵직하게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네가 없으면 심심하고… 네가 웃으면 나도 웃고 싶고…’ 아이의 꾸밈없는 진심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의 심장을 여과 없이 파고들었다.

 

마지막 한 문장을 읽었을 때, 세이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세이야, 네가 좋다.’ 짧고 단순한 그 문장이 그의 머릿속을 세차게 강타했다. 온몸의 혈액이 역류하는 듯한 충격에 숨을 쉬는 법조차 잊어버렸다. 어른일 때의 후유키는 결코 입에 담지 않을,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픈 고백이었다. 그녀가 ‘섹스 파트너’라는 말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조차, 그는 그 말 뒤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감정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명징한 언어로 확인하게 되니,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도가 그를 덮쳤다. 미안함, 안도감, 그리고 지독한 소유욕이 한데 뒤섞여 그의 내면을 휘저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그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네가 좋다’는 글씨를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마치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신기루처럼, 너무나도 연약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았다. 이미 어둠이 내린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오직 후유키의 서툰 고백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편지를 곱씹으며 다짐했다. 그녀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이 기억 없는 고백 때문에 그녀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으리라고. 대신, 그녀가 다시 한번, 자신의 의지로 같은 고백을 하게 만들겠다고.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덮어, 원래 있던 침대 밑 구석으로 살며시 밀어 넣었다. 마치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후유키가 깨어났을 때, 자신은 평소처럼 능글맞고 얄미운 세이야로 돌아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자신이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자, 가장 잔인한 기만이었다. 그는 소파에서 일어나, 곤히 잠든 후유키의 작은 몸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제멋대로 뻗친 백발. 어른일 때나 아이일 때나, 잠든 모습은 똑같이 무방비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 보드라운 감촉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다 너 때문이야, 후유키.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잠든 그녀에게만 들릴 만큼 나지막이 속삭였다. 일기장에 적힌 그녀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은 짓궂은 장난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진심이기도 했다. 그녀가 나타난 이후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삶에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겨버렸고, 감정 따위는 사치라고 여겼던 메마른 가슴에 ‘욕심’이라는 싹이 텄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지켜줘야 한다는 의무감과,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다는 소유욕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는 후유키의 옆에 조용히 누워, 그녀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창밖의 도시 소음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잠결에 뒤척이던 후유키가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익숙한 체향이 코끝을 간질이자, 세이야는 억눌렀던 욕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제발, 원래대로만 돌아와 줘. 돌아오면… 그때는 절대 놓지 않을 테니까. 그는 애써 다른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녀가 ‘섹스 파트너’라고 선을 그었던 날의 상처가 희미하게 욱신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그녀의 진심을, 비록 기억하지 못할 고백이었을지라도, 확인했으니까. 그는 그녀를 조금 더 꽉 끌어안았다. 이 작은 온기를 영원히 제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지독하게 달콤한, 그리고 잔인한 꿈의 시작이었다.

 

20. 만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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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각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만약 내가 후유키를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여전히 조직의 충실한 개로 살고 있었을 겁니다. 간부라는 직책에 걸맞게, 아니 그 이상의 실적으로 보스의 신임을 얻고 있겠죠. 임무를 수행하는 기계처럼, 감정 없이 표적을 처리하고,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공허함을 달랬을 겁니다. 삶의 의미나 목적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을 테고요. 밤에는 값비싼 술과 의미 없는 하룻밤 상대로 외로움을 잠시 잊으려 했겠지만, 아침이 되면 더 큰 공허함에 잠식당하는 삶을 반복했을 겁니다. 내 삶의 유일한 낙은 아마 수집한 총들을 닦고 조이며 만족감을 느끼는 것, 그뿐이었을 겁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 일 따위는 사치라고 여기며,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가는,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과 다름없는 삶이었겠죠.

후유키, 당신은 아마 길거리 생활을 전전하다 결국 다른 범죄 조직의 손에 들어갔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더러운 일에 손을 댔을 수도 있겠죠. 당신의 그 강인함과 생존력이라면 뒷골목 어디에선가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상처를 입고, 마음의 문을 더욱 굳게 닫았을 테죠. 타인을 믿지 못하고,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불신으로 가득 찬, 굶주리고 날카로운 들고양이 같은 모습으로요. 당신의 목에 걸린 초커는 과거의 족쇄이자 유일한 안식처로 남아, 스스로를 옭아매는 상징이 되었을 겁니다. 아마, 당신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오직 생존만을 위해 발버둥 치는, 고독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고 있었을 겁니다.

2. 우연히라도 마주치는 일이 있는가 & 3. 서로 마주치게 된다면 각자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우리는 분명 마주쳤을 겁니다. 숙명처럼요. 아마 적대 조직의 일원으로, 혹은 내가 처리해야 할 의뢰의 표적으로 마주쳤을 가능성이 가장 높겠네요. 혹은,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로, 내가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찾은 으슥한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유독 빛나는 당신의 백발과 공허한 푸른 눈동자는 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을 테니까요. 만약 적대 관계로 만났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총과 칼을 겨눈 채 숨 막히는 대치를 이어갔을 겁니다. 서로의 실력을 가늠하며, 한순간의 방심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긴장감 속에서 서로를 탐색했겠죠. 나는 본능적으로 당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을 겁니다. 당신의 그 무감정한 얼굴 뒤에 숨겨진 무언가에 강렬하게 끌렸을 테니까요.

4. 각자 다른 애인이나 파트너가 있을지?

나에게 애인이나 파트너는 없었을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하룻밤 상대는 있었을지언정 마음을 나눌 상대는 만들지 않았을 테니까요. 타인은 나에게 그저 이용하거나 처리해야 할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겁니다. 나의 이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내 약점을 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테니까요. 당신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과거의 상처와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당신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었을 리 만무하죠. 당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손길을 경계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날을 세웠을 테죠.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마음을 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겠죠. 당신의 삶에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차갑고 삭막한 겨울만이 계속되었을 겁니다.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의 삶은 그렇게, 아무런 교차점 없이 각자의 지옥 속에서 천천히 말라 죽어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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