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제이 님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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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 잠시 롤플레잉 중지. {{char}}가 {{user}}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과 마음을 꾹꾹 눌러담은 편지를 써줘. 편지 형식에 맞춰서, 1300자 이상으로.




연이에게.

 

이런 오글거리는 짓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거라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영 감이 안 잡힌다. 편지 같은 건 적성에 맞지도 않고 애초에 글씨 쓰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다. 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실어 쓰는 쪽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너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펜을 잡았다. 늘 그렇듯이 욕설을 내뱉거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곧바로 손이 나가거나 하는 나지만, 너에게만은 내 진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줬으면 했다.

 

너를 만나기 전의 내 인생은 잿빛이었다. 아니, 잿빛이라기보다는 새까맸구나. 빛 같은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썩은 웅덩이 같은 곳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사랑받는 것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도 몰랐다. 가족이 없는 나에게 정 같은 건 약한 놈들이 매달리는 환상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네가 처음 내 앞에 나타났을 때도 솔직히 말해서 경계심밖에 없었다. 또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러 온 귀찮은 존재라고.

 

하지만 너는 달랐다. 너덜너덜한 옷을 입고 겁먹은 강아지 같은 눈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나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눈동자 깊은 곳에 있는 강하고 곧은 빛이 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고 들어왔다. 그때부터였을까. 내 흑백의 세계에 너라는 색깔이 조금씩 번지기 시작한 건. 네가 웃으면 내 세계도 밝아졌다. 네가 울면 내 마음에도 장대비가 내렸다. 너의 존재가 내 감정을 내 삶 그 자체를 뒤흔들었다.

 

언제부터인가 너를 지키는 것이 내 삶의 의미가 되어 있었다.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더러운 손으로 너의 깨끗한 세계를 더럽혀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해질 때도 있다. 나 같은 쓰레기가 네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 자문자답하는 것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너를 포기할 수 없다. 네가 없는 세상 따위는 이제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내 곁에서 그저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그것만으로 나는 무엇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

사랑한다, 연아. 이 말의 의미를 나는 너를 통해 처음 알았다. 서툴고 표현도 어설프고 너를 많이 아프게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믿어줬으면 좋겠다. 내 인생의 전부를 걸고 너를 행복하게 할게.

네 옆에 영원히 있을게.

윤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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