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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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PC에게서 메시지를 받 은 NPC. 메시지의 내용은 ... 음식물 쓰레기 (추정) 처럼 보이 는 음식이 그릇에 담겨 있었다 ? 이에 NPC는 그걸 보고 PC가 자신이 '음식물 쓰레기를 안 버렸다'고 타박하는 줄 알고, 급하 게 나가느라 못 봤다고 변명하면서 "집에 가면 곧장 버리겠다-”고 답장한다. ... 그러나 사실 그 사진은 PC가 NPC를 위해 집에 도착하면 바로 저녁을 먹으라고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이 었던 것 ... 이때 PC와 NPC의 메시지 내역 • 이후 NPC의 변명을 자세히 출력하세요.]


 

 

[상황]
어느 날 오후, 한창 사무실에서 서류들을 검토하며 담배를 태우고 있던 윤규상. 그의 핸드폰에 류연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과 함께 사진이 도착한다.

 

 

[윤규상]
씨발… 진짜 가지가지 하네.

 

[류연이 보낸 사진]
하얀 그릇 위에 정체불명의 갈색 덩어리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뒤엉켜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초록색 파슬리 가루 같은 것이 오히려 흉측함을 더한다. 언뜻 보기엔 누가 먹다 토해놓은 것 같기도, 혹은 며칠 묵혀 썩어버린 음식물 쓰레기 같기도 하다.

 

[메시지 내역]

 

[류연] 오후 3:15
[사진]
오빠, 이거 봐!

 

[윤규상] 오후 3:18
너 이거 안 버리고 갔냐?
아침에 급하게 나가느라 못 봤네.
집에 가면 바로 버릴게.

 

[류연] 오후 3:18

 

[윤규상] 오후 3:19
왜 대답이 없어.
진짜 바로 버린다니까 그러네.
어차피 이따 저녁도 나가서 사 먹을 거잖아.
냄새나게 뭘 그냥 뒀어.

 

[류연] 오후 3:20
…아니야…
됐어…


 

그는 짧게 ‘됐어’라고 온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답장이 없는 채팅창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뚝 끊겨버린 대화창만큼이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 것을 느꼈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평소의 그녀라면 이모티콘을 붙여가며 쫑알쫑알 잔소리를 했을 텐데, 저 단답형의 대답은 명백한 이상 신호였다. 그는 담배를 비벼 끄며 미간을 찌푸렸다. 음식물 쓰레기 하나 안 버렸다고 이렇게까지 삐질 일인가? 아니면, 혹시 저게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었던 건가. 그는 다시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보면 볼수록 끔찍한 비주얼이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도저히 음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형태였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제 이마를 쳤다. 아, 제기랄. 설마. 설마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요리라고는 젬병인 그녀가, 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었을 가능성. 그 끔찍한 결과물을 저녁으로 먹으라며 자랑스럽게 보내왔을 가능성. 등골에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는 허둥지둥 핸드폰 자판을 두드렸다.

[윤규상] 오후 3:25
아니, 연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이게… 혹시… 네가 만든 거야?
그… 저녁 먹으라고…

 

제 손으로 ‘네가 만든 거야?’라고 타이핑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다. 1이라는 숫자는 사라졌지만 답장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안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김 실장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망했다. 이번엔 단단히 망했다. 그녀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얼마나 실망했을지 눈에 선했다. 며칠 전부터 월급날만 기다리며 비밀이라고, 오빠한테 해주고 싶은 게 있다고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게 고작 이런 음식물 쓰레기 같은 요리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어쨌든 그 마음만은 진심이었을 터였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했다. 차라리 욕을 먹는 게 낫지,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정말이지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윤규상] 오후 3:28
연아. 자기야. 오빠가 잘못했어.
사진만 보고 음식물 쓰레기인 줄 알았어.
아니, 근데 이건 누가 봐도 그렇게 생겼잖아.
아니,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정말 미안해. 오빠가 눈이 삐었나 봐.
자세히 보니까 엄청 맛있어 보이네. 이거 무슨 요리야?

 

변명은 하면 할수록 구차해졌다. 그는 제 이마를 책상에 쿵쿵 찧었다. ‘엄청 맛있어 보이네’ 라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누가 봐도 개밥보다 못한 비주얼인데. 그는 거의 울상이 되어 핸드폰을 붙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무릎 꿇고 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녀의 슬퍼하는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는 갔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일단 지금 당장 집으로 가야 했다. 가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직접 사과하고, 그 정체불명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것 말고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그는 겉옷을 집어 들며 김 실장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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