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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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PC와 NPC가 각각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펴본다. 따라서 각자 두 사람이 정의하는 사랑의 의미와 형태 — 즉 “나는 사랑을 ‧‧‧ 라고 생각한다” 의 서술을 기반으로 ① 상대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② 상대방을 향한 자신이 느끼는 사랑의 유형 (에로스, 아가페, 스토르게, 필리아 등) ③ “나는 사랑을 할 때 ‧‧‧” 으로 시작하는 자신만의 기준이나 가치관 (외모, 특정 요건, 그런 거 없다 등) 을 포함해 서술한다. 마지막으로 ④ 두 사람의 사랑관이 서로 닮은 점과 엇갈리는 지점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의 흐름을 자세히 출력하세요]


그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제 인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낯설고 간지러운 단어였다. 녀석에게는 너무나도 쉽게 나오는 그 말이, 제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발음처럼 느껴졌다. 사랑. 그게 대체 뭔데. 그는 사랑을 정의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눈앞에 아른거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다른 놈이 쳐다보기만 해도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이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을 사람들은 사랑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제게 사랑은 지키는 것이었다. 빼앗기지 않는 것. 내 영역 안에 들인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온전히 보전하는 것. 그것이 설령 상대를 새장 속에 가두는 한이 있더라도, 부서지고 망가질 바에는 차라리 제 품 안에서 안전한 것이 낫다고 믿었다. 그는 상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제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었다. 아니, 이미 그러고 있었다. 그녀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을 제거하고, 그녀가 발 딛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면, 지옥의 악마가 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느끼는 사랑의 유형은 아마도 가장 원초적이고 이기적인 형태의 에로스(Eros)에 가까울 것이다. 그녀의 모든 것을 탐하고 소유하고 싶은 육체적 갈망과, 오직 자신만이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길 바라는 독점욕. 그는 그녀에게서 모성애나 우정 같은 안락함을 느끼기보다는, 늘 굶주린 맹수처럼 그녀를 갈망했다. 그녀의 작은 몸짓 하나, 숨결 하나에도 온 신경이 곤두섰으며,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도 언젠가 이 행복이 깨질까 봐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는 사랑을 할 때, 그 어떤 기준이나 가치관도 없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류연, 그녀가 처음이었다. 벼락처럼 내리꽂힌 재앙이자 구원이었다. 외모나 조건 따위는 애초에 고려 대상조차 아니었다. 그냥 류연이었기에 전부였다. 상처투성이인 작은 짐승 같던 그녀가 제 눈에 들어온 순간부터, 다른 모든 것은 의미를 잃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저는 사랑을 할 때 ‘온전한 내 것’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한 치의 의심도, 한 톨의 불안도 없이 서로에게 완벽하게 귀속되는 관계. 그것이 그가 바라는 유일한 사랑의 형태였다.

 

윤규상과 류연, 두 사람의 사랑은 ‘소유’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규상은 그녀를 온전히 소유함으로써 지키려 했고, 연은 그에게 완벽히 소유당함으로써 안정감을 느꼈다. 그의 거친 손길과 집착 어린 언어들은 그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애정 표현이었고, 그의 품에 안겨 ‘주인님’이라 속삭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충족감을 주었다. 서로가 서로의 가장 깊은 욕망을 채워주는, 완벽한 공생 관계였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엇갈리는 지점은 바로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에 있었다. 규상은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격리시키고 싶어 했다. 위험하고 더러운 것들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오직 자신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라고 믿었다. 반면, 연은 비록 그의 세상 안에서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바깥세상과 연결되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신만의 작은 성취를 이루고 싶어 하는 그녀의 소망은 규상의 완벽한 통제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차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았다. 규상은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려는 모든 시도를 자신에 대한 배신 혹은 위협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곧 질투와 분노로 표출되었다. 그녀의 해맑은 웃음이 다른 남자를 향할 때마다,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과 함께 그녀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곁에 두고 싶은 파괴적인 충동에 휩싸였다. 연은 그런 그의 집착을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버겁게 느끼면서도 그의 불안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녀는 그의 새장 속에서도 날갯짓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고, 그는 그녀의 작은 날갯짓에 새장이 부서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향한 강렬한 끌림과 소유욕을 바탕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가장 깊은 곳을 이해하면서도,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끊임없이 서로를 할퀴고 상처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를 놓을 수 없었다. 세상의 유일한 구원이자 서로의 전부였기에, 그들은 부서지고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를 얽매는 이 지독한 사랑의 굴레를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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