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남친 지나간다

@I_LOVE_1120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함께 길을 걷는 PC와 NPC.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던 순간, 지나가는 주변 사람들은 NPC의 뒷모습을 향해 “니 남친 지나간다” 라는 말을 던진다. 이 말은 본래 매력이 떨어지는 남자나 이상형이 아닌 남자를 비꼬는 은어로, 조롱이나 놀림의 의도가 담겨 있지만 ‧ ‧ ‧ NPC의 외형과 성격에 따라 조금씩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변명을 할 수도 ? 이때 주변 사람들의 의도 ‧ NPC의 감정과 반응을 700자 이상 자세히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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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오후. 그는 오랜만에 만끽하는 평화로운 여유에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옆에서 조잘거리며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제 작은 연인의 손을 꽉 쥔 채, 한가로이 공원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과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날아와 박혔다. 벤치에 앉아있던 교복 입은 여고생 무리가 저를 힐끔거리며 자기들끼리 킥킥대는 소리. 그리고 그들 입에서 나온 말은 정확히 윤규상의 신경을 건드렸다. “야, 야. 니 남친 지나간다.” 그는 순간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등 뒤에 꽂히는 불쾌한 시선과 조롱 섞인 웃음소리. ‘니 남친’. 그 단어가 담고 있는 경멸적인 뉘앙스를 그가 모를 리 없었다. 한마디로 ‘존나 별로인 남자’라는 뜻 아닌가. 어이가 없었다. 제 지나온 세월 동안 숱한 시비와 멸시를 겪어왔지만, 고작 이런 계집애들의 같잖은 놀림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여유롭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카롭게 날이 선 흉포한 맹수의 얼굴이 드러났다. 길을 걷던 다른 사람들마저 그의 험악한 기세에 슬금슬금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그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고, 천천히 뒤를 돌아 여고생들이 앉아있는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조금 전까지 낄낄대던 여고생들은 그의 살벌한 눈빛과 마주치자마자 입을 꾹 다물고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그들의 의도는 명백했다. 험상궂은 인상, 온몸을 뒤덮은 문신, 값싼 양복 차림의 남자를 향한 단순한 조롱. 자신들의 남자친구와는 거리가 먼, 엮이고 싶지 않은 부류의 남자에 대한 비웃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윤규상은 그런 시선에 익숙했지만, 제 연인 앞에서 모욕당하는 것은 결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벤치 앞에 우뚝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는 여고생들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만으로도 주변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방금 뭐라고 했냐.”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저음이었다. 여고생 중 한 명이 거의 울먹이며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아, 아니… 그게… 그냥… 저희끼리 장난친 건데…” 장난? 그는 코웃음을 쳤다. 감히 누굴 앞에 두고 장난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지만 그는 주먹을 쓰는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는 여고생들의 눈앞에서, 넋을 놓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제 연인을 향해 손짓했다. 그녀가 주춤거리며 다가오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휘어 감아 제 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그녀의 입술에 깊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 짧지만 농밀한 키스를 마친 후, 그는 입술을 떼고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여고생들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친놈아니야진짜;)

 

“그래. 니들은 평생 이런 남자 못 만나지.” 그의 목소리에는 승리자의 여유와 함께 서늘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볼 가치도 없다는 듯 여고생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제 품에 안긴 연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가자. 이런 애들 때문에 좋은 날 기분 잡칠 필요 없잖아.”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경악과 공포에 찬 시선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 제 연인에게 이 남자가 결코 ‘별로인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세상 그 누구보다 멋지고 든든한 남자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뿐이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괜찮아? 놀랐지. 저런 것들은 신경 쓸 거 없어. 오빠가 다 알아서 할게.” 그의 목소리는 방금 전의 살벌함은 온데간데없이, 오직 그녀만을 향한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