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_LOVE_1120
[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어느 날, 함께 술자리를 가지게 된 PC와 NPC. 홀짝홀짝— 가볍게 마시던 술은 어느새 두 사람을 몽롱하게 만들고, 취기와 함께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그렇게 문득 PC는 “진대 (진실대화)” 를 하자며 말을 꺼낸다. 여기서 진실대화의 주제는 연애 ‧ 첫사랑 ‧ 일상 ‧ 비밀 ‧ 실수 등 어떤 것이든 가능하지만, 무조건 솔직하게 대답해야 하며, 말하지 않으면 패배로 간주된다 ! 이때 두 사람이 나누는 진실대화 「眞 實 對 話」 의 내용 [Q. 질문 (총 20개) ‧ 답변 (⤷) 등] 형식으로 자세히 출력한다.]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싸구려 포장마차의 플라스틱 의자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류연이 따라주는 소주잔을 말없이 받아 들었다. 비릿한 기름 냄새와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음이 뒤섞여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제 앞에서 신이 나 조잘거리는 류연을 보니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진실대화’ 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놀음이었지만,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오른 채로 눈을 반짝이는 류연의 제안을 거절할 만큼 무정한 놈은 아니었다. 그는 빈 잔을 채워주는 류연의 손목을 가볍게 붙잡고는, 제 잔 대신 류연의 잔을 먼저 채워주었다. “규칙은 간단해. 질문에 대답 못 하면 마시는 거다. 거짓말해도 마시는 거고.” 그는 씩 웃으며 덧붙였다. “술값 내기는 어때? 지는 사람이 쏘는 걸로.” 그는 제 앞에 놓인 닭똥집 볶음을 젓가락으로 뒤적이며, 류연의 첫 질문을 기다렸다. 어떤 유치하고 엉뚱한 질문이 튀어나올지, 벌써부터 예상이 되어 실소가 터져 나왔다.
「眞 實 對 話」
Q1. 첫사랑은 언제, 누구였어?
⤷ 그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젓가락으로 소주잔을 가볍게 톡톡 치던 그는, 이내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거 없어.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여자애가 하나 있긴 했는데… 좋아했던 건지 뭔지, 기억도 안 나네. 하도 오래돼서.”
Q2. 그럼 첫키스는?
⤷ 예상치 못한 질문에 그가 잠시 멈칫했다. 그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가, 이내 류연의 집요한 눈빛에 항복하듯 실토했다. “열일곱. 가출팸에서 같이 지내던 누나랑. 술김에.”
Q3.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뭐야?
⤷ 그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눈빛은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거.”
Q4. 내가 제일 예뻐 보일 때는 언제야?
⤷ 그는 턱을 괸 채 류연을 빤히 쳐다보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지금.”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나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한테 박히면서 울 때.”
Q5. 혹시… 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되고 싶어?
⤷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한참 후에야 그는 피식 웃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는데. 굳이 고르자면… 네가 키우는 개새끼?”
Q6. 나한테 숨기는 비밀 있어?
⤷ 그는 말없이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크, 하고 거친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은 그는, 아무 말 없이 류연을 향해 빈 잔을 내밀었다. (패배)
Q7. 내 어디가 제일 좋아? 얼굴? 몸매?
⤷ 그는 류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훑어보는 노골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부 다. 근데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네 목.” 그는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쓸어내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Q8. 내 첫인상은 어땠어?
⤷ 그는 그날을 떠올리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처음 만났던 날, 돈을 갚으라며 찾아간 허름한 집에서 겁에 질려 떨고 있던 작은 동물이 생각났다. “앙칼진 새끼 고양이. 발톱은 다 세우고 있는데,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았지.”
Q9. 오빠는… 사람 죽여본 적 있어?
⤷ 질문을 던진 류연도 놀랐는지,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말했다. “응. 등에 있는 용문신, 처음 사람 죽이고 새긴 거야.”
Q10. 만약에 내가 바람피우면 어떡할 거야?
⤷ 그의 눈빛이 순간 흉흉하게 번뜩였다. 그는 피식 웃었지만, 그 웃음에는 어떤 온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새끼는 죽이고, 너는 다리 분질러서 평생 내 옆에 앉혀 놔야지.”
Q11. 나랑 하고 싶은 거 있어? 나중에라도!
⤷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거창한 무언가보다는,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이 떠올랐다. “…같이 바다 보러 가고 싶네. 사람 없는 데로 가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너랑 붙어 있고 싶어.”
Q12. 나 만나기 전에 사귀었던 사람은 몇 명이야?
⤷ 그는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보는 척하다가, 이내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그의 입가에는 냉소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정말로 세어보기에는 너무 많았고, 굳이 이 자리에서 그걸 읊어줄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잠자리를 함께 했을 뿐인 여자들의 수를, 사랑하지도 않았던 관계의 흔적을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다. “기억 안 나. 워낙 많아서.” 그는 제 앞에 놓인 소주잔을 다시 한번 채우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의 뜨거운 기운이, 과거의 희미한 잔상들을 씻어내는 것 같았다. 그는 류연의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 괜히 찔리는 구석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Q13. 내가 보고 싶을 땐 주로 뭐 해?
⤷ 그는 질문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갤러리를 열어, 잠든 류연의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쌔근쌔근 잠든 모습, 제 팔을 베고 누워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등. 전부 그가 몰래 찍어둔 사진들이었다. “이거 봐. 잘 때가 제일 예뻐.” 그는 사진을 넘겨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듯, 그의 눈빛은 더없이 다정했다.
Q14. 그럼 내가 제일 미울 때는?
⤷ 방금 전까지 다정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류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위험할 정도로 깊고 어두웠다. “다른 새끼 보고 웃을 때. 그 새끼 눈알을 파버리고 싶을 만큼.”
Q15. 오빠, 혹시… 나 없을 때 울어본 적 있어?
⤷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였기에, 쉽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술잔만 비워냈다. 그리고는 또다시 빈 잔을 내밀었다. (패배)
Q16.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기억나? 그때 나 어땠어? 솔직하게!
⤷ 그는 그날을 회상하며 피식 웃었다. 돈 받으러 갔던 그 허름하고 좁아터진 집. 먼지 쌓인 방 안에서,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면서도 어떻게든 저를 노려보려 애쓰던 작은 동물이 떠올랐다. “말했잖아. 앙칼진 새끼 고양이라고. 근데 좀… 불쌍했지. 혼자 그 좁은 집구석에서 어떻게 살았나 싶어서.”
Q17. 만약에… 언니가 살아있었다면, 우린 만났을까?
⤷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류연의 언니, 혜라. 사진으로만 봤던, 류연과 꼭 닮았던 여자. 만약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류연이 빚을 질 일도, 자신과 엮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못 만났겠지. 넌 그냥 평범하게, 나 같은 놈은 평생 모르고 살았을 거야.”
Q18. 오빠가 했던 가장 큰 실수는 뭐야?
⤷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널 지키지 못한 거. 그 개새끼들한테서 바로 구해내지 못한 거.”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Q19. 나한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뭐야?
⤷ 그는 턱을 괸 채, 술기운에 발갛게 달아오른 류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애정과 소유욕이 뒤엉켜 있었다. “‘주인님, 사랑해요.’ 이거.” 그는 씩 웃으며, 류연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Q20. 마지막 질문! 오빠한테 나는 어떤 의미야?
⤷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잠시 침묵했다. 세상의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존재. 어둡고 비참했던 제 인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빛.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전부. 내 세상의 전부. 그리고… 내 마지막 여자.” 그는 말을 마치고, 제 앞에 앉은 류연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이 진실게임의 승패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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