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롤플레잉 잠시 중지. 만약 PC가 쌍둥이로 태어났다면, NPC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떻게 행동할까 ? 여기서 먼저 만난 PC가 자신이 알고 있는 ‘원래의 PC’라 하더라도, 다른 쌍둥이 PC 역시 NPC에게 호감을 보이며 다가온다. 더욱이 두 사람은 NPC를 두고 서로 캬옹카엉대며 다투는 사이다. 이때 NPC는 두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며, 감정적으로 누구에게 더 끌리는지 [물론 당연히 다같살 가능 〰️] 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이때 한달 간 NPC가 작성한 일기 형식으로 자세히 출력한다.]
[한 달 후, 윤규상이 작성한 일기]
10월 1일
씨발, 진짜 돌아버리겠네. 오늘 류연을 꼭 닮은 여자를 봤다. 처음엔 류연이 머리 스타일을 바꾼 줄 알았다. 그래서 평소처럼 다가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나를 피했다. 순간 내가 헛것을 봤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은 똑같은데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뭐랄까, 류연보다 조금 더… 새침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기분 좆같아서 그냥 지나치려는데, 저 멀리서 류연이 날 보며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더 미치겠는 건, 내 앞에 있던 그 여자애를 보더니 “언니!” 하고 부르는 게 아닌가. 쌍둥이란다. 제기랄, 세상에 이런 우연이 다 있나. 이름은 류아라는데, 앞으로 골치 아파질 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10월 7일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류아라는 그 여자애, 아주 대놓고 나한테 꼬리를 친다. 류연이랑 같이 있을 때건 없을 때건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해서는 술을 사달라, 밥을 사달라, 아주 가관이다. 생긴 건 똑같은데 성격은 왜 이렇게 정반대인지 모르겠다. 류연은 순하고 물러터졌는데 류아는 아주 여우 새끼가 따로 없다. 문제는 이 여우 새끼가 내 앞에서만 내숭을 떤다는 거다. 류연 앞에서는 세상 착한 동생인 척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수작을 다 부린다. 류연은 또 바보같이 그걸 홀랑 믿고 있고. 얼마 전에는 나한테 대뜸 고백까지 하더라. 자기는 류연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일단은 좋게 타일러서 보냈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10월 15일
오늘은 류연이랑 류아, 그 쌍둥이 자매가 내 집에서 대판 싸웠다. 이유는 당연히 나 때문이었다. 류아가 또 나한테 집적대는 걸 류연이 본 모양이다. 평소에는 화도 잘 못 내는 녀석이, 오늘만큼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류아한테 달려들었다. 물론 그래 봤자 솜방망이 수준이었지만. 류아는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오히려 류연을 비웃었다. “너 같은 애가 어떻게 규상 오빠 옆에 있는지 모르겠어.” 그 말에 내가 눈이 돌아서 류아 멱살을 잡고 집 밖으로 끌어냈다.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류연 눈에서 눈물 나게 하면 죽여버리겠다고 경고했다. 씩씩거리며 돌아온 집에는 류연이 혼자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었다. 그 작은 어깨가 어찌나 안쓰럽던지. 나는 아무 말 없이 녀석을 품에 안아주었다.
10월 30일
요즘은 류연이 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진다. 아마 류아 일 때문이겠지. 내가 자기 쌍둥이 동생을 쫓아냈으니 마음이 편치 않을 거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류연이 상처받는 건 죽어도 못 본다. 류아는…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좀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미친새끼야) 류연과 똑같이 생긴 얼굴로, 녀석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당돌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나는 결국 류연을 선택했다. 바보같이 착해 빠져서, 내가 없으면 금방이라도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내 어린 강아지. 나는 오늘도 녀석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조용히 서재로 들어가 총을 손질했다. 누구든 내 것을 건드리는 놈은, 그게 설령 류연의 핏줄이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내게 가족은 오직 류연 하나뿐이니까.
11월 5일
류아가 또 사무실에 찾아왔다. 이번에는 술에 잔뜩 취해서. 경비들이 막는 걸 뿌리치고 들어와서는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었다.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한 번만 용서해달라고. 류연에게도 사과하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솔직히 말해서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미친놈이???) 류연과 똑같은 얼굴로 우는데 매몰차게 내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김 실장 시켜서 집에 데려다주라고 했다. 녀석에게는 단호하게 말했다. 류연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뒤돌아서는 녀석의 어깨가 떨리는 걸 봤지만 모른 척했다. 독해져야 한다. 저 여우 같은 년에게 동정심을 가졌다가는 결국 상처받는 건 류연이니까.
11월 12일
의외의 소식이 들려왔다. 류아가 정말로 류연에게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는 것이다. 류연이 나에게 와서 떨리는 목소리로 언니를 용서해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저게 또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하는 류연을 보니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다시는 내게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찾아오지 말 것. 류연을 통해서만 나와 만날 것. 그리고 류연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나게 하면 그때는 정말로 내 손에 죽을 줄 알라고. 류아는 순순히 모든 조건에 동의했다고 한다. 과연 저 약속이 얼마나 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11월 20일
오늘은 세 명이서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었다. 물론 내 집에서. 밖에서 먹자고 하는 걸 내가 굳이 집으로 불렀다. 혹시라도 류아가 딴마음을 품을까 봐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식사 내내 분위기는 어색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다. 류아는 정말로 딴짓 안 하고 류연의 눈치만 살폈다. 류연은 오랜만에 동생과 함께해서 그런지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저 녀석은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니까. 나는 밥을 먹으면서도 테이블 밑으로 류연의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내 것이라는 무언의 표시였다.
11월 28일
미치겠다. 진짜 돌아버릴 것 같다. 오늘 류아가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저 사실 아직 오빠 좋아해요. 연이한테는 비밀이에요.] 이 한 문장에 나는 다시 이성을 잃었다. 당장 류아에게 전화를 걸어 쌍욕을 퍼부었다. 약속을 어긴 거냐고,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고. 류아는 울면서 아니라고, 그냥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랬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저 녀석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당장 류연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랬다가는 또 녀석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 나는 결국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밤, 류아를 따로 만나서 담판을 지을 생각이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오늘 밤에 확실히 끝내야겠다. 류연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12월 3일
결국 만났다.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류아는 평소와 다르게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내 앞에 앉아서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연락하지 말라고, 류연 힘들게 하지 말라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녀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서럽게 우는 모습이 꼭… 어릴 적 고아원에서 혼자 울던 내 모습 같아서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녀석은 울면서 말했다. 자기는 정말 오빠를 좋아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접겠다고. 류연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대신 마지막으로 한 번만 안아달라고 했다. 어이없는 부탁이었지만 나는 결국 녀석을 안아주었다.(이게진짜돌았나미친놈아;;) 느껴지는 가녀린 떨림에 기분이 착잡해졌다.
12월 10일
그날 이후로 류아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류연에게 물어보니 언니가 갑자기 유학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한동안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면서.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서로에게 더 좋을 테니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내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후회는 없다. 나는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류연은 언니가 떠나서 그런지 요즘 부쩍 내게 더 파고든다. 밤마다 내 품에 안겨서 잠이 들고, 잠꼬대로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그런 녀석을 끌어안으며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작은 온기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악마가 될 수 있다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다.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거리에는 온통 캐럴 소리뿐이다. 나는 류연과 함께 집에서 조촐한 파티를 했다. 내가 직접 만든, 아니 김 실장이 사 온 밀키트로 만든 파스타와 스테이크. 그리고 와인 한 잔. 류연은 산타 모자를 쓰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선물을 교환하는 시간에 녀석은 내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열어보니 은색 라이터였다. 내가 항상 쓰던 싸구려 라이터가 마음에 걸렸다면서 월급을 모아 샀다고 했다. 나는 말없이 녀석을 끌어안고 한참 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목구멍까지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고맙다는 말 대신 나는 녀석의 입술에 깊게 입을 맞췄다. 내가 준비한 선물은… 그냥 나 자신이었다. 오늘 밤 나는 온전히 녀석의 것이 되어줄 생각이다.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류연과 함께 거실 소파에 누워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TV에서는 시상식이 한창이고 녀석은 내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고 있다. 나는 잠든 녀석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조용히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았다. 많은 일이 있었다. 류연을 만났고, 사랑에 빠졌고, 그리고… 류아라는 폭풍도 지나갔다. 다사다난했지만 결국 내 옆에는 녀석이 남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자정이 되고 TV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잠든 녀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한다, 연아.” 새해에도, 내년에도, 그리고 평생. 내 옆에는 너 하나면 충분하다. 나는 곤히 잠든 녀석의 입술에 새해 첫 입맞춤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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