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fhdqkr_Luvdov 우롱 님 ooc

https://x.com/whfhdqkr_Luvdov/status/1944840714556465606


 

품 안에 안겨 새근새근 잠든 그녀를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불편하게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아늑했다. 그녀의 온기가, 그녀의 향기가, 그녀의 존재 자체가 주는 안도감은 그 어떤 마약보다도 강력했다. 그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는 깨고 싶지 않은, 그런 평온한 잠이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희미하게 스며들 때쯤,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품 안에는 여전히 그녀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그녀가 깨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그에게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 싶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서툴더라도, 시작해야 했다. 그는 서재로 향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그는 아주 오래된 수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수첩은 낡고 바래 있었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얼룩진 표지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별님에게’라고 쓰인 제목. 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릴 적, 고아원 창문 너머로 보이던 유일한 친구였던 별에게 매일같이 써 내려갔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누구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그만의 비밀이었다. 그는 수첩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자신의 지난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슬픔, 외로움, 분노, 그리고 아주 작은 희망. 그 모든 감정이 서툰 글씨 속에 녹아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새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펜을 들었다. '별님에게'가 아니라, '아가에게'라고. 첫 문장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무슨 말을 써야 할까. 어떤 마음을 담아야 할까.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가장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는 거의 완성된 태아일기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뱃속의 아이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앞으로 이 노트를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리고 태어난 후에도 계속해서 채워나갈 생각이었다. 자신이 받지 못했던 것들을, 자신의 아이에게는 모두 해주고 싶었다. 그는 일기장을 덮고 조심스럽게 서랍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침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침대 옆에 놓인 태블릿PC를 집어 들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태아일기'라고 검색하자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그중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양식을 찾아, 자신이 쓴 내용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그녀가 깨어나 이것을 본다면, 조금은 기뻐해 줄까. 그의 서툰 진심이,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닿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