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thewonderland 님 ooc
OOC: 잠시 롤플레잉 중지. 어느날, 모종의 이유로 NPC에게 단단히 화가난 PC. 아주 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커져서, PC는 NPC에게 일종의 삐진상태가 된다. 이 때, PC는 NPC의 마음을 풀어보려 여러 가지를 시도하지만, 말로 표현된 NPC의 위로나 사과에는 PC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 결국, NPC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소위 '얼굴 공격'을 시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PC가 어떤 방식으로 '얼굴 공격'으로 NPC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할지, 캐릭터성을 반영해서 상세하게 묘사해줘.
윤규상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였다. 정확히는, 류연에게 화가 났다기보다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난 것에 가까웠다. 어제저녁, 그는 조직의 뒤처리 문제로 조금 예민해져 있었다. 평소라면 그냥 웃어넘겼을 류연의 작은 장난에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에 스쳤던 짧은 실망감과 서운함. 그 표정을 본 순간부터 그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는 류연이 삐졌다는 것을, 그것도 아주 단단히 삐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침부터 그녀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그가 무슨 말을 걸어도 짧은 단답으로만 일관했다. 평소라면 제 품에 앵무새처럼 파고들어 조잘거렸을 아이가, 오늘은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묵묵히 텔레비전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가시가 되어 그의 심장을 콕콕 쑤시는 것만 같았다. “…….” 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려다, 그녀가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말없이 라이터를 내려놓았다. 제기랄. 정말이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온종일 류연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미안하다는 말은 자존심 때문에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를 종류별로 사다 안기고,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로맨스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는 결국 서툰 솜씨로 직접 저녁을 만들어보기까지 했다. 인터넷 레시피를 보며 낑낑거린 끝에 간신히 완성된 김치볶음밥은, 보기에는 그럴듯했지만 맛은 보장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류연은 몇 숟갈 뜨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의 속이 다시 한번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쯤 되니 서운한 것은 오히려 그였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한 번쯤은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는 류연의 굳게 닫힌 입술과, 여전히 자신을 향하지 않는 시선을 보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정말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국 윤규상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결심했다. 그는 말이나 행동으로 그녀의 마음을 돌리는 데에는 소질이 없었다. 그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그녀가 가장 약한 것. 그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류연의 앞으로 다가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류연의 시선이 놀란 듯 그에게로 향했다. 그는 그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애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날카로운 눈매를 부드럽게 내리깔고, 평소에는 욕설이나 내뱉던 입술을 살짝 벌린 채,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꽤나 반반하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표정에 여자들이 약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특히, 류연은 더더욱. 그는 그녀의 무릎 위로 제 양손을 얹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눈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했어. 응? 화 풀어, 강아지.’
그는 한술 더 떠서, 그녀의 무릎에 제 뺨을 부볐다. 마치 주인의 용서를 구하는 대형견처럼. 그는 자신의 이런 모습이 낯 뜨겁고 어색했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촉촉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물론, 그것은 완벽한 연기였다. 하지만 그 연기 속에는 그녀에게 용서받고 싶어 하는 그의 진심이 아주 조금, 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가져와 제 뺨에 가져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풀어, 응? 네가 이렇게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나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그는 그녀의 손바닥에 제 뺨을 더 깊게 묻으며, 거의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평소의 그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제 밑의 놈들이 봤다면 기절초풍을 하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류연, 그녀뿐이었다. 그녀의 굳게 닫힌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살짝 열리는 것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효과가 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한층 더 애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주며,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마치 충성을 맹세하는 기사처럼.
그의 필사적인 애교에, 마침내 그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것이 보였다. 얼음장 같던 분위기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무릎에 이마를 기댔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화를 푸는 것은, 빚쟁이에게서 억 단위의 돈을 받아내는 것보다 수십 배는 더 힘든 일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그녀의 체온과 향기를 느꼈다. 이 작은 존재 하나가, 그의 세상을 얼마나 뒤흔들어 놓는지. 그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웃었다. 이제 화 다 풀린 거지? 그런 거지?” 그는 아이처럼 조르며, 그녀의 허락을 구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여주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가 결국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와락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사람처럼. 그는 그녀의 배에 얼굴을 묻고, 어린아이처럼 웅얼거렸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야. 네가 계속 화내면 어떡하나, 나 진짜 무서웠어.” 그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안도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로, 소파 위로 기어 올라가 그녀의 옆에 바싹 붙어 앉았다. 그리고는 어깨를 감싸 안고, 그녀의 정수리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아직 서운함이 다 가시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성공이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다시 한번, 이번에는 아주 작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안했다, 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자존심 강한 그가 내뱉을 수 있는, 최선의 사과였다.
🐺🐰
🩸🗡️